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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영화판' 개살구 된 동반성장 이행협약

<부산행> <시빌워> 등 작년 10대 흥행영화 8편은 '변칙 개봉'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7.10.18 13:57:53

[프라임경제]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개봉영화 대부분이 대규모 유료 시사회와 수요일 개봉 등 변칙 마케팅의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 배급사와 직배사가 주도하는 영화산업 불공정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마땅한 제도적 수단은 전무한 실정이다.

영화산업진흥원이 작성한 '2016년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협약 모니터링 보고서'에 실린 국내 극장별 점유율.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브랜드 멀티플랙스 상영관 비중이 전체의 92.52%에 달해 사실상 독과점 구조를 이루고 있다.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1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성남 분당을)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제출한 '2016년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협약 모니터링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흥행순위 상위 30편 가운데 25편이 목요일 개봉 관례를 깨고 하루 앞당겨 개봉했다. 상위 10위권 이내로 대상을 좁히면 최고 흥행작인 <부산행>을 비롯해 8편이 이런 변칙을 썼다.

6대 대형배급사의 경우 개봉영화의 53.7%, 4대 직배사는 63.8%를 수요일에 개봉했다. 일례로 <부산행>은 개봉 당일 상영 점유율 53.7%를 기록했고 2위 <검사외전>은 45.4%, 3위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는 63.7%를 기록해 국내·외 대형 배급사 및 직배사가 개봉관을 싹쓸이해 상대적으로 소규모 영화의 자리를 빼앗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의원은 "개봉일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지만 주 5일제가 정착하면서 목요일이 관례로 굳어졌다"면서 "수요일 개봉은 신작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자 정부 지원이 집중되는 '문화가 있는 날(수요일)'을 겨냥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국내 전체 영화시장에서 상위 배급사별 점유율. ⓒ 김병욱 의원실

개봉 하루 전이나 주말을 이용해 대규모 유료시사회를 하는 것도 변칙 개봉 수단으로 활용됐다. 마블코믹스 시리즈인 <닥터 스트레인지>는 개봉 전날 1173개 스크린을 확보해 유료시사회를 진행했고 <곡성>은 895개 스크린에서 이를 진행했다.

해외 상업영화인 <나우유씨미 2> 역시 개봉 전 사흘 동안 1472개 스크린을 확보했고 <부산행>의 경우 개봉 전 주말 사흘간 총 1284개 스크린에서 유료시사회를 열었다. 1일 단위로는 6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한 작품이 4편 △401~500개 8편 △301~400개 13편 △201~300개 4편 △100~200개 10편 등이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개봉에 준하는 유료시사회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극대화하는 식으로 <부산행>의 경우 사흘간 전체 상영영화 매출의 19.9%, 한국영화 매출의 51.1%를 차지했다"며 "<곡성>도 비슷한 방법으로 전체 영화 매출 53.6%, 한국영화의 78.5%를 점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하루 1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차지해 유료시사회에 나선 작품들의 상영 실적은 CJ E&M, 메가박스플러스엠을 빼고 대형 국내 배급사 및 해외 직배사가 모두 적극적으로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스크린 및 상영 횟수별로는 국내 배급사의 경우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스크린 점유율 19.2%, 상영 횟수 20.9%를 차지해 가장 높았고 해외 직배사 가운데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코리아(스크린수 점유율 15.0%)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상영 횟수 점유율 17.2%)가 유료시사회 규모가 가장 컸다.

김 의원은 "변칙 개봉이 굳어지면서 변칙상영 금지, 최소 상영기간 보장, 개봉 사흘 전 예매사이트 개시 같은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협약이 있지만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소수의 대형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하지 않도록 최소 1주일 이상 상영기간을 보장하는 비율은 80.4%에 그쳤고 최소 상영회차인 35회차 이상을 보장받는 경우는 51.5%에 그쳤다.

한 편의 영화를 온종일 1개관 이상에서 상영하는 일명 '온관상영' 비율은 평균 44.9%에 그쳤고 CGV가 44.4%로 나머지 롯데시네마(45.2%), 메가박스(45.6%)에 비해 낮았다.

김 의원은 "최근 10년 사이 우리나라 영화산업은 양적으로 급성장했지만 수직계열화와 독과점, 불공정행위 등 과제를 안게됐다"며 "영화산업의 불공정행위가 심각한 상황임이 수치로 입증된 만큼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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