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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뜨면 공정위 의결도 '손바닥 뒤집기'

성신양회 437억 과징금, 율촌→김앤장 교체 뒤 50% '싹뚝'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7.10.19 11:45:13

[프라임경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지난해 7개 시멘트 업체의 시장점유율 담합 사건과 관련,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회사 법률대리인으로 나선 김앤장 측 변호사가 고의 누락한 자료에 속아 과징금을 절반으로 깎아준 것이 확인됐다.

심지어 공정위 담당 직원은 변호사에게 직접 연락해 감면 방법을 '코치'했고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 네 명 중 두 명은 공정위 출신이었다.

이는 지난해 3월 중견업체 성신양회가 율촌에서 김앤장 소속 변호사로 법률대리인을 교체한 뒤 벌어진 일이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공정위 재결사건 중 기존 의결을 취소 또는 변경한 인용 의결서 39건을 분석한 결과 31건이 과징금 감면 혹은 취소한 것으로 전체의 79.4%를 차지했다.

박 의원은 "그중에서도 회사 법률대리인이 근거자료를 고의적으로 은폐·누락해 과징금 감면 결정을 받았다가 다시 취소된 것은 매우 특이한 사례"라고 말했다.

지난 2월 공정위가 성신양회에 대한 과징금 감경 취소 처분을 내릴 당시 의결서 일부. ⓒ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실

박선숙 의원실과 공정위 자료를 종합해 보면 이렇다. 지난해 2월 공정위는 △동양시멘트 △성신양회 △쌍용양회공업 △아세아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등의 시장점유율 담합행위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동양시멘트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업체에 총 199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성신양회는 쌍용양회공업(875억원), 한일시멘트(446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437억원을 부과 받았다.

회사는 이후 법률대리인을 율촌에서 김앤장으로 바꾸고 분할납부와 감경을 각각 신청해 먼저 납부분할 결정을 받아냈다.

그런데 과징금 감경 심의를 앞둔 지난해 5월9일 공정위 담당 직원 A씨는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납부기한 연장·분할납부 신청 의견서상 작년 당기순이익이 적자인데 이의신청 1차 의견서에서 빠져 있다'고 귀띔했다.

대리인단은 사흘 뒤 관련 자료를 포함해 2차 의견서를 제출했고 결과적으로 과징금은 절반(218억원)까지 줄었다.

문제는 감경 사유로 제출된 회사 재무제표가 일부 조작됐다는 점이다. 성신양회의 직전년도(2015년) 재무제표에 공정위가 부과한 437억원을 잡손실로 미리 반영해 흑자인 회사를 338억원 당기순손실이 난 것처럼 꾸민 것이다. 그럼에도 성신양회는 과징금 재부과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지난 5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공정위가 뒤늦게 사실을 알고 지난 2월 감경 취소를 결정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재무제표조차 검증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 4명 중 2명이 공정위에서 수년 동안 근무한 전관이고 둘 다 퇴직한 직후 김앤장에 입사했다"며 "이 중 2008년 4월 퇴직한 B변호사는 한 달 만에 로펌에 입사해 공정위 관련 업무 비중이 80~90%에 이른다"고 꼬집었다.

국내 최대로펌인 김앤장이 공정위 전관을 영입해 심결 과정에서 부적절한 자문을 받은 정황이 확인됐다는 게 박 의원 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감면 사례를 전수 조사해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아울러 공정위가 7급 공무원까지 취업제한 심사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변호사는 적용대상에서 빠져 있는데 국가공무원으로서 당연히 업무연관 업체 취업 규제를 받도록 하는 등 허점이 없도록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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