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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큼다가온 4차산업혁명…아직은 '사람'이다

 

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 | press@newsprime.co.kr | 2017.10.25 10:58:09

[프라임경제] 과거에도 그랬지만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그 속도는 예측할 수가 없다. 이러다가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다는 특이점이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등 미래학자들이 전망했던 2045년이 아니라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 질 것 같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해 구글 딥마인드사의 AlphaGO가 이세돌을 4대1로 이기고, AlphaGO 업그레이드 버전인 AlphaGO Master가 세계 1위 커제를 3대1로 꺾으며 바둑계를 평정하고 하산한다고 했을 때 과학 천재들이 모여 엄청난 양의 컴퓨터를 활용해 오랫동안 준비한 것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런 위안마저도 무너져버렸다. 인공지능 능력을 갖춘 AlphaGO ZERO가 바둑의 기본만 배운 후 40일 동안 혼자서 2900만 판을 연습하면서 진화했고, 이후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던 AlphaGO와 100판을 대결해 모두 승리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바둑의 모든 노하우를 학습한 것이 기본만 알고 스스로 학습했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그런 뻔 한 수가 아닌 정말로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수를 읽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게 아니라 확신하는 분위기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빅데이터, 인공지능(음성인식), 챗봇 등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컨택센터 분야는 경계경보가 아니라 공습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조만간 컨택센터 상담사를 인공지능이 모두 대체할 것이란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정말 그럴까? 하지만 인간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통신사 고객센터 본부장을 만났다. 그는 "상담사를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불만이 있어 전화를 한 고객을 인공지능이 응대한다면 그 고객이 어떨 것 같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화가 났는데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아니겠어요"라고 말했다. 불만고객은 사람이 상담받아 감정을 읽고, 경청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도 그 말에 동감한다.

8월 말에 출간된 '차별화의 천재들'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누가 차를 사러 가서 마음에 드는 차량을 고른 후 결재를 하기 전 할인쿠폰을 내밀었더니 유효기간이 24시간 지났다고 안 된다고 한다. 고객은 오래 지난 것도 아니고 하루 지난 것인데 너무 한 것 아니냐고 했지만 딜러는 규정이 그렇다며 단호히 거절한다.

기분이 상한 고객은 그곳을 나와 다른 매장에 가서 마음에 드는 차량을 고른 후 쿠폰을 내민다. 이번 딜러는 괜찮다며 적용해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차를 사기로 하고 하루 이틀 시운전한 후 사기로 했는데 갑자기 수술을 받고 입원하게 되고 마취에서 깨어난 후 차가 집 주차장에 있는 것을 깨닫고 미안한 마음에 딜러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를 한다.

그랬더니 딜러는 걱정하지 마시고 얼른 쾌차하시라고 응대한다. 그리고 다음날 병원에 딜러가 고객의 쾌차를 빌면 보낸 꽃다발과 메모가 전달이 된다. 이 고객은 그 딜러에게 차를 구매했을까.

점점 삭막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고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는가? "회사 규정이라 안 됩니다"라는 말이다. 고객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업의 입장에서 규정을 정한 후 누구에게 그 잣대를 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마라. 사람들이 기억하고, 고마워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차갑고 건조한 계산적 응대가 아닌 배려와 공감이다. 이런 인간의 마음을 인공지능이 읽고 잘해낼 수 있을까.

물론 하루 지난 쿠폰도 받으라고 인공지능에게 통보하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모든 경우의 수를 그때그때 바꿔줘야 한다.

인간이 갖고 있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상담사들에게 권한위임을 하고 주인의식을 갖게 한다면 정해진 규정에서 의해서만 응대하는 앵무새 같은 인공지능이 감히 인간의 자리를 넘보지 못한다고 확신한다. 

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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