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바이오칼럼] 'GMO' 농정 적폐 주장 '어불성설'

 

김호일 前 농업생명공학연구원 원장 | press@newsprime.co.kr | 2017.10.26 09:47:18

[프라임경제] 최근 한 언론에서 농촌진흥청의 GM작물개발사업단의 해체가 좋은 소식이라고 하면서 GMO 연구가 전 정권의 농정적폐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관련 분야에 종사한 필자의 입장에서 이런 기사가 여과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됐다는 것이 개탄스럽고 서글프기까지 하다. 어쩌다 첨단과학연구가 적폐로까지 몰리게 되었단 말인가.

GMO 연구는 1973년 미국 과학자인 스탠리 코헨과 허버트 보이어 박사가 유전자의 재조합에 성공한 것을 효시로 본격적으로 시작돼 1994년 미국회사인 칼진에서 개발된 장기간 저장이 가능한 토마토 (FLAVR SAVR)의 시판이 최초로 허가된 바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GMO 관련 연구는 30여년 이상 계속됐으며, 이 분야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및 연구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수 십년간 엄청난 연구비와 고급인력이 동원돼 적폐 연구를 해왔다는 주장인데 이에 동의할 수 없다.

만약 그러한 논리라면 미국을 비롯한 GMO를 연구해 온 수많은 나라들이 모두 농업에 반하는 적폐를 저질러왔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수많은 나라들이 적폐를 방관해 왔다는 말이 되고, 세계 각 나라의 관계당국이 모두 직무유기를 했다는 말이 아닌가.

무슨 과학적, 법적근거로 GMO 관련 연구를 적폐로 단정짓는지 의구심이 든다. 지금까지 침묵해 오다가 요즈음 GMO에 대한 반대운동이 일부에서 일어나니 이제와서 느닷없이 적폐를 운운하고 있는 게 아닌지. 어느 국민이 이를 수긍하고 납득하겠는가.

어떤 사안에 대해 찬반의견이 있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과학연구를 시민단체가 반대해 중단시키고 또 더 나아가 지면을 통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적폐 운운하는 행동이 과연 누구를 위하는 일인지 묻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생명공학분야에서 선진국에서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정도의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다.

줄기세포가 그렇고 유전자 교정기술도 각종 규제로 연구개발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세계는 지금 무한경쟁 시대로 변해가고 있으며 국가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통해 과학기술 특히 첨단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투자는 못할망정 각종 규제 및 무책임하고 비과학적인 선동으로 과학발전을 가로막고 있으며, 일선에서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하고있는 과학자들을 실망과 좌절의 늪에 빠뜨리고 있다. 

이로 인한 국가적인 손실은 훗날 누가 보상할 것이며 책임질 것인가. 반대에 열을 올렸던 단체나 사람들은 또 무슨 교언과 궤변으로 잘못을 합리화하며 빠져나갈 것인가.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과학연구가 작금에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비전문가들에 의해 휘둘릴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것인 지는 불문가지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GM 작물이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과학적인 자료를 통해 누누이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학자들의 합리적인 설명은 비전문가들의 무조건적인 반대에 묻혀 빛을 잃어가고 있다.

아예 연구의 싹을 잘라 버리려고 국립연구기관의 연구자체를 막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야기한 시민단체도 문제지만 이에 굴복해 중단한 국립연구기관도 한심하기는 매한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가장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집단이 과학자들이 아닌가.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오직 그들이 연구해 생산한 데이터에 의해서만 말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과학자들도 침묵할 것이 아니라,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더 이상 침묵은 금이 아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이 나라에서 과학이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며, 중세를 방불케 하는 과학의 암흑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다.

김호일 前 농업생명공학연구원 원장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