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하반기 시즌에…채용비리 창고대방출하는 금감원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7.10.26 16:25:44
[프라임경제] 금융감독원의 인사 청탁 비리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로 100만 취업준비생들이 받은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감독 역할을 하기에 보다 엄격한 도덕성을 갖춰야할 금감원이 연이은 인사 청탁 비리로 후속타를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초 전직 국회의원의 아들을 경력직 변호사로 특혜 채용해 홍역을 치른 금감원이 최근 정직원 채용과정에서도 필기시험 탈락자를 불법적으로 채용한 사실이 발각됐다.

금감원이 청탁 받은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2016년도 신입·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과정에서 선발 인원과 평가방식 등을 자의적으로 조정해 합격자를 뒤바꾼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불법 채용은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담당 팀장 등에게 경제학 분야를 포함한 3개 분야의 채용 인원을 각각 1명 늘리라고 지시, 채용공고를 53명으로 냈던 금감원은 경제학 분야 등의 정원을 3명 늘리면서 다른 분야 정원을 3명 축소시키는 식으로 진행됐다. 뿐만 아니라 일부 직원은 이력서를 조작해 지원자를 합격시키기도 했다.

사실 금감원의 이 같은 채용비리는 금감원 안팎에서 '이미 굳어져버린 적폐'라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올 만큼 놀랍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부터 하반기 취업 시즌이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헬조선' '흙수저' 등 신조어로 표현하는 현재 취준생들의 생각 즉, 능력만으로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비관적인 생각에 이번 채용비리가 '네 생각이 맞아' '어떻게 알았지?'라는 동조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까하는 노파심이 든다.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률으로 취업에 대한 문제가 어느 때보다 민감한 지금이다. 취준생들 사이에서 취직하고 싶은 직장으로 손가락에, 그것도 우선순위로 꼽히는 금감원이 '채용비리 창고'라는 비판을 받아선 안 될 일이다. 

돈과 연으로 손쉽게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의혹이 국민의 공분을 산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금융기관을 관리하는 금감원이 비리의 온상이라면, 금융권 채용 시스템 자체에 근본적인 의심을 품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새 정부가 적폐청산에 대해 강한 기조를 갖고 있는 만큼 이번 채용비리 발각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오랜 적폐의 뿌리까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발 맞춰 취준생들의 노력을 한순간에 헛되이 만들었던 청탁의 고리를 끊고 도덕성과 투명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 취업 비리 근절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돌아선 취준생들에 신뢰를 다시금 얻기 위해서 말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