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시작은 서늘, 논란만 부글 '초대형 IB'

 

이지숙 기자 | ljs@newsprime.co.kr | 2017.10.27 16:51:01

[프라임경제] 올해 금융투자업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던 초대형 IB(투자은행)가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초대형 IB 발행어음 인가 관련 안건을 지난주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정례회의에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제외됐다. 다음 달 1일 열릴 증선위 정례회의 안건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8월 실사 마무리, 9월 최종 인가를 목표로 초대형 IB 출범을 예고했지만 계속 늦어지고 있는 것.

이에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꿈꾸며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낸 증권사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 7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증권사 5곳은 금융위원회(금융위)에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초대형 IB를 걷기 위한 길은 초반부터 자갈밭이다. 우선 금융위는 삼성증권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보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절차를 밟는 만큼 인가심사 자체를 잠정 중단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초대형 IB로 지정되더라도 발행어음 업무가 묶인 만큼 '반쪽자리 초대형 IB'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외에도 미래에셋대우가 CMA 이자 미지급으로 기관경고, NH투자증권은 기관주의를 받은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유로투자자문이 대규모 손실을 낸 옵션상품을 불완전판매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된 상황이다.

이 밖에도 한국투자증권은 2015년 코너스톤에퀴티파트너스 파산, KB증권의 경우 합병 전 자전거래로 징계를 받았다.

곳곳에서 들리는 '규제강화' 목소리도 부담이다. 지난 1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초대형 IB 심사에서 대주주 적격성 기준 외에 건전성 부분도 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 더해 금융혁신위원회에서도 초대형 IB 자본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윤석헌 금융혁신위원장은 이달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은 상대적으로 강한 자기자본규제를 받고 있는데 IB는 그렇지 않은 만큼 자기자본규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은행권의 견제도 만만치않다.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은 지난 13일 초대형 IB에 신용공여 기능을 허용하는 것은 증권사가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초대형IB의 여신공여 규모는 8조원까지 가능한데 이것은 은행"이라며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단자사의 전철을 밟은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국회와 은행권이 초대형 IB에 강력하게 제동을 걸자 일부에서는 연내 인가가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세어나오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초대형IB 도입 목적으로 은행이 과감하게 대출하지 못하는 혁신형기업과 대규모 프로젝트에 모험자본을 공급,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의 다양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대형 IB의 정착을 위해 여러 곳에서 던지는 깊은 염려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는 주식 매매 수수료에 의존해온 증권사에 기업 금융 역량을 높이겠다며 자본확충을 유도한 목적 또한 잊어선 안된다. 여기저기 휘둘려 뜯어고쳐진 누더기 제도로는 '모험자본'도 '다양한 금융서비스'도, 증권사의 새먹거리 모두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