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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형의 M&M] 돈 줘도 못가요

Led Zeppelin - Stairway to Heaven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7.10.31 12:00:15
[프라임경제] 영웅과 사랑, 서민의 노래(귀족 풍자), 예술과 대중의 조화…. 11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변천사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민요 '아리랑'도 다양한 지역특색은 물론, 한국 근세의 민족사와 사회상까지 반영하고 있죠. 이처럼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투영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Music & MacGuffin(뮤직 앤 맥거핀)'에서는 음악 안에 숨은 메타포(metaphor)와 그 속에 녹은 최근 경제 및 사회 이슈를 읊조립니다.

완벽한 패배가 눈앞에 보이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스포츠 세계에선 끈기 혹은 근성이라 부르며 경의를 표합니다. 보통 이런 훌륭한 스포츠맨십을 가진 선수들은 깨끗한 승복이라는 덕목도 함께 갖고 있죠. 

스포츠 정신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승복의 개념은 법치주의에 입각한 재판에도 적용되기도 하는데요. 다른 점은 법정에선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훌륭한 마음가짐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막판 뒤집기라도 노릴 심산의 발버둥은 지저분해 보이기 마련이고, 결과를 파행으로 몰고자 시간을 끌며 굳히기에 들어가는 모습은 그저 볼썽사나울 뿐이니까요. 

열여섯 번째 「M&M」에서 읊어낼 노래는 영국 헤비메탈·하드 록 밴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스테어웨이 투 헤븐(Stairway to Heaven)'입니다.

1968년 영국에서 결성된 레드 제플린은 상대적으로 적은 대중 매체 노출에도 가장 대중적이라고 평가받는 밴드입니다. 앨범 판매량이나 공연 관객 수를 집계하거나 명곡의 수를 꼽아 다른 밴드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부질없다는 일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기 때문이죠. 

1969년도 데뷔앨범부터 1982년도 아홉 번째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까지 전 앨범을 빌보드차트에 동시에 올려놓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는 등 엄청난 상업적 성공에도 이들은 그저 그런 상업성 짙은 밴드보단 뛰어난 음악성을 보유한 밴드로 칭송받기도 합니다. 

영국 헤비메탈·하드 록 밴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공연 모습. ⓒ 구글


모든 앨범들이 그렇지만 이들의 앨범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4집 'Led Zeppelin Ⅳ'(1971)인데요. 이 앨범에는 '실질적으로 하드록과 헤비메탈을 정의한 앨범으로, 포크와 블루스, 로큰롤에 사이키델릭까지 다양한 음악 요소를 한데 융합하고 있다'라는 교과서에나 붙을 것 같은 수식어도 따라다니죠. 

이런 극찬을 바탕으로, 부질없다고 여겨지는 레드 제플린의 명곡 꼽기를 시도해보자면 4집 수록곡 'Stairway to Heaven'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다양한 악기를 통한 음악적 변화를 주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곡은 8분04초에 달하는 방대한 러닝타임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짙은 사운드로 꾹꾹 눌러 담아냅니다. 

무엇보다 곡 발매 후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호평이 이어지는 이유에는 강렬한 사운드 외에도 밴드의 보컬리스트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가 쓴 가사의 영향이 큽니다. 

가장 큰 특징으로 이 곡은 오컬트와 종교, 영국의 신화적 심지어 이 곡을 거꾸로 돌리면 악마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는 소문도 나돎 요소로 몽환적인 사운드만큼 '천국과 지옥' '구원과 심판'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내고 있죠. 

반짝이는 건 모두 금이라고 믿는 여인이 있어요. 그녀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사려고 하죠. 그녀는 천국에 가기만 하면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았더라도 그녀가 구하고 싶은 것은 모두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우우, 그녀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사려고 해요.

무엇이 금인지 구별도 못하는 여인이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구하고 있다 말합니다. 곡 중 화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여인의 행동을 통해 천국의 계단을 사려는 행위는 어리석다고 규정하는데요.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여인을 어리석게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도 느껴집니다.

벽에 표지판이 걸려있지만, 그녀는 확실한 것을 원해요. 왜냐면 말은 가끔 두 가지의 뜻을 갖기도 하니까요. 시냇가 나뭇가지 위에서 노래하는 새가 지저귀면 우리는 가끔 불안감을 느끼죠. (…) 당신이 가는 길은 두 갈래 길이지만, 길게 보면 길을 바꿀 시간은 충분하죠. 그런데 그게 저로 하여금 의혹을 품게 해요. 

여인은 천국의 길을 사려는 허무맹랑한 것에 대해서는 확고한 믿음을 가졌으면서도 지극히 일반적인 것에 대해서는 불안함을 느끼며 의심을 품고 있다고 합니다. 모욕이 지나친 것 같은데요.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이들은 '두 갈래 길'을 여인과 곡 중 화자가 바라보는 길이 다른 것이라고 중의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먼저 여인이 바라보는 길은 '무엇이 진짜 구원을 얻는 길인지'일 뿐입니다. 그저 정해진 답을 알고 싶어 하는 여인의 답답해함을 보여주는 것에서 알 수 있죠.  

또 다른 의미로 화자는 여인이 지금이라도 구원의 길이라는 허무맹랑한 것을 찾는 일, 즉 그런 잘못된 생각을 바꿀 시간은 충분하다고 회유하면서 여인이 찾는 구원의 길 자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음악을(진리를) 듣다보면(추구하다보면) 언젠가 그 음악을(그것을) 깨우치게 될 거예요. 모두가 하나이고, 하나가 모두 일 때. 돌이 되어 움직이지 않을 때. 그녀는 비로소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을 사게 될 거예요. 

여기서 레드 제플린이 말하는 'To be a rock and not to roll(돌이 돼 움직이지 않을 때)'은 성경에서 사용하는 흔들림 없는(not to roll) 반석'이라는 기독교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는데요. 기독교에선 흔히 이 표현을 변치 않는, 굳건한 믿음으로 사용하곤 합니다. 단단한 믿음만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하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노래는 '돈이라면 천국으로 가는 계단까지 살 수 있다고 믿는 한 여인의 어리석음'을 그려내면서 그의 삶은 무가치하다는 것을 노래라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마지막 가사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굳건한 믿음이 필요하다'면서도 '계속 진실을 좇다보면 천국으로 가는 계단은 결국 얻을 수 없는 허상의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아버린 격이 되겠네요.

최근 국제사회에도 천국의 계단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 여인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튀어나왔습니다. 바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인데요.

이들은 국정농단과 뇌물수수, 직권남용과 강요, 업무상 배임, 공무상 비밀누설 등 손에 꼽을 수 없이 수많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는 박 전 대통령이 현재 심각한 인권침해를 받고 있다며 국제여론전을 벌여 재판 뒤집기를 노리는 성격이 더 짙어 보이지만 법률 컨설팅 회사인 MH그룹에 박근혜의 변호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방 생활에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MH그룹의 주장이 미국 CNN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구글


이에 따라 지난 17일(현지시각) 세계 각국 고위직 인사들의 분쟁을 다루는 MH그룹은 CNN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 갇혔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도록 계속 불을 켜놓고 있다"며 "허리 통증, 무릎, 어깨 관절염 등 만성질환에 고통받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질환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죠. 

MH그룹은 세간에 알려진 정보는 많지 않지만, 알려진 대로라면 이들은 일단 인권 변호집단 타이틀을 앞세우면서 실질적으론 돈 많은 흉악범죄자들을 돈이라면 누구든 변호2011년에는 리비아에서 축출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차남이자 독재 반대파를 대량학살한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를 변호해 사형을 면해줌 해줄 수 있는 변호인을 찾아 연결하는 일을 하는 집단입니다. 

이들은 이번 박근혜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로펌 템플가든 챔버스 소속의 '로드니 딕슨(Rodney Dixon)' 변호사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했는데요. 

주목할 점은 딕슨은 여러 정부를 대리해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서는 등 굵직한 사건들을 변호해온 인물이라는 점과 영국 법률계 최고 권위 집단인 왕실변호사(Queen's Counsel, QC) 지위를 가진 점입니다.

특히, QC는 영국 여왕의 호칭을 사용해 법조계 최고 권위와 명예를 공인하는 지위로 알려졌는데요. 이 때문에 QC 변호사들의 변론 비용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비싸다고 합니다. 보통 영국에서 승소율이 높은 변호사들도 하루 변론 비용은 1만5000파운드(약 2220만원)가 넘는데, 이들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 다고 하죠.

이런 의미에서 MH그룹에 변호를 의뢰한 미국의 박근혜 지지자들은 미국 내 사업으로 성공해 돈깨나 만지는 사람들이라는 추측이 나오는데요. 이들에게는 돈이라면 지금의 재판 상황도 뒤집을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추측도 뒤따릅니다.  

이들은 최근 박근혜가 변호인단을 전원 사임한 후 불출석 사유서까지 내며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는 틈을 타 인권문제를 국제 이슈화해 여론을 돌려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작 여론전이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의 최선이라는 것을 모르고 말이죠. 

이들에겐 안타까운 얘기지만, 법조계에 따르면 국정농단 재판은 박근혜의 발버둥 때문에 잠시 지연되고 있지만, 사실상 거의 끝난 상황이고 선고도 내년 초쯤이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박근혜 측은 끝까지 버티기 위해 변호인 접견까지 거부할 수도 있을 텐데요. 이마저도 그들의 생각대로 되지 못할 겁니다. 형사소송법을 보면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할 때 출석 없이 궐석재판(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됐기 때문이죠.

게다가 필요적 변호사건이라 해도 피고인이 재판거부 의사를 표시하고 변호인마저 동조해 퇴정해 버린 것은 피고인 측의 방어권 남용 또는 변호권 포기로 볼 수밖에 없어 심리판결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습니다.

또 과거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국선 변호인에 비협조적이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사형과 징역 22년 6개월 선고 상고심 감형에 1997년 국민 대화합을 위해 관련자들이 특별사면돼 석방됐지만 를 피하지 못한 사례도 있죠. 결과는 이미 정해져있다는 얘깁니다. 또 한 번 그들에겐 안타까운 얘기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것은 아직까지도 일말의 반성 없이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며 '내가 한 일은 없고, 모두 모르는 일이고, 그런 일이 있었다면 아마 아랫사람들이 했을 것'이라 떠들어대는 후안무치한 사람을 위해 지지자들이란 사람들은 엄청난 거액을 썼을 거라는 점. 그 돈을 쓰면서 '이제 재판이 제대로(?) 될 것'이라고 어리석은 기대를 하고 있을 거라는 점입니다. 

너무나 답답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분명한 변화는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들이 덜컥 내놓은 거액은 진리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한 대가로, 무엇이 옳았는지, 무엇이 잘못됐었는지, 무엇이 진실이었는지 언젠간 알게 될 것이라는 것을요. 

'계속해서 진리를 추구하다보면 언젠간 깨우치게 될 것'이라는 레드 제플린의 노랫말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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