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갯속' 현대라이프, 길 잃은 소통

2017-11-01 15: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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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라이프생명이 노조, 설계사와의 갈등을 방치하면서까지 대주주와 증자를 위한 조치들을 단행했지만 증자는 아직 희뿌연 안갯속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은 경영진들의 침묵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989년 대신생명에서 시작해 2003년 녹십자생명으로 영업을 이어가던 현대라이프는 계속된 실적 부진 탓에 2012년 현대자동차그룹에 매각됐다. 당시 현대라이프생명 이사회 의장이자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대표이사인 정태영 부회장은 간단한 구조로 핵심보장에 집중하는, 즉 '쉬운 보험'이라는 전략을 내세웠다. 

현대카드가 카드업계에서 독특한 상품과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었듯이 현대라이프도 혁신적인 상품을 통해 확고한 입지를 다지겠다는 것이 정 부회장의 포부였다. 그러나 소비자 설득에 실패해 매년 적자 규모를 확대시키는 계기가 됐다.

작년 198억원의 당기순손실로 부진한 데 이어 올 상반기도 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상반기 -1.43%까지 떨어졌다. 

결국 현대라이프는 9월 말 전국 70여개의 영업점포를 모두 폐쇄했으며 4분의 3이 넘는 설계사를 내보냈다. 아울러 희망퇴직을 통해 직원 120명을 줄였다. 필요한 유상증자 금액을 조금이라도 내려 대주주들을 설득하자는 컨설팅 때문이다.

그러나 대주주 현대차그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때문에 실적이 계속 악화됐고 계열사인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 패소해 현대라이프를 살릴 자금을 지출할 수 있는지 의문을 부른다. 현대라이프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다. 

경영상 불확실성은 고스란히 직원과 설계사에게 돌아갔다. 현재 사무직 노조는 본사 앞에서 일방적인 점포 폐쇄 철회, 대기발령자 철회, 고용안정 보장 등에 대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나 노조는 두어번 서로의 입장만 알리는 자리였을 뿐 협상은 전혀 없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설계사 노조도 사무직 노조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이들은 1일 오전 11시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영업점 강제 폐쇄 △계약 수수료 50% 삭감 거부한 설계사 해촉 강요 △잔여수당 미지급 등을 갑질 정책을 펼친 현대라이프를 규탄했다.

아울러 이들은 자신들의 생존권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어려움도 이해한다는 견해와 함께 만약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 경우 함께 힘을 합쳐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런 와중에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경영진들은 묵묵부답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라이프 이사회 의장이지만 지난 2012년 현대라이프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SNS 소통으로 유명한 그는 한때 현대라이프의 다양한 상품과 성과 등을 자랑스럽게 소개했지만 위기에 빠진 현대라이프에 대해서는 침묵 중이다.

올해 초 현대라이프의 구원투수로 취임한 이재원 대표도 스스로 물러난 이주혁 전 대표 대신해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았던 인물이다. 기대감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지만 말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소통경영'으로 유명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직원과 거리낌 없이 소통하고 파워포인트 발표 폐지, 보고 등의 행정 절차 간소화를 몸소 실천하며 찬사를 받았다.

당시 세간의 칭찬을 이끈 것은 소통의 리더십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들에게는 자신들은 뒤로 빠지고 직원들만 내세우는 두통(headache)의 드롭십(drop ship)만 남았다. 지금이야말로 이들이 진정성 어린 소통경영에 나서야 할 때다. 

김수경 기자 ksk@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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