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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선박 규제 강화에…움직이는 조선·정유업계

LNG 추진선 기술개발 박차 · 고부가 정유 설비 증설 대응책 마련

전혜인 기자 | jhi@newsprime.co.kr | 2017.11.08 14:22:15

[프라임경제] 자동차보다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선박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관련업계인 조선·정유업계는 각각 해결책을 제시하며 신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2020년부터 전 세계 선박을 대상으로 배기가스 내 황산화물 기준을 현행 3.5%에서 0.5%로 강화할 예정이다.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현재 선박유로 사용되고 있는 벙커C유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여과하는 장치를 장착하거나 또는 오염물질 배출 자체가 적은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규제 시기가 다가오면서 가장 화색이 돌고 있는 것은 조선업계다. 해당 규제를 통해 노후된 선박 대신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이용하는 친환경 선박에 대한 신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조선업체들은 일찍이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 기술 개발에 나섰다.

국내 업체들은 LNG 선박 기술력에 있어 해외 업체들보다 한 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LNG 추진 엔진을 포함해 LNG 재기화·재액화시스템 등 관련 설비들에 대한 기술개발이 치열해 경쟁력을 인정받기 위한 홍보 활동도 활발하다.

오는 2020년부터 본격화될 선박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업계는 친환경 선박으로, LNG를 연료로 하는 선박을 내세우고 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울산 본사에 설치한 LNG선 종합 실증설비 전경. ⓒ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009540)은 최근 울산 본사에 실물 규모의 LNG선 종합 실증설비를 구축해 고객사들이 관련 설비들의 성능 및 안전성을 직접 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3월에는 현대삼호중공업이 러시아로부터 11만4000톤급 LNG 추진 유조선 4척을 2억4000만달러에 수주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010140) 역시 최근 LNG선의 핵심장비인 LNG재기화시스템을 S-Regas라는 이름으로 독자 개발했다. 포스코와 공동 개발한 고망간(Mn)강을 이용해 LNG 연료탱크를 개발한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유일하게 전 선종에 대해 LNG 연료탱크를 공급할 수 있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업계 기대와 달리 실질적으로 LNG 추진선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추진선의 발주량은 약 18척 수준이다. 클락슨은 오는 2019년부터 LNG 추진선 발주가 연평균 31척 수준으로 약 7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업계의 기대에 비해서는 높지 않은 수준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연료탱크 등 추가 설비들이 포함돼 LNG 추진선의 비용이 기존 선박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며 "신조 발주 대신 배출물 내 오염물질을 여과하는 장치인 '스크러버'를 장착해 규제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주되는 선박들은 일단 벙커C유를 사용하다가 규제가 강화될 시 LNG를 연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전환할 수 있는 'LNG 레디' 설계로, 스크러버 및 평형수 처리장치 등 오염물질을 여과할 수 있는 설비들을 옵션으로 추가하는 계약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 대표적인 것이 최근 현대중공업이 폴라리스쉬핑으로부터 수주한 초대형 광탄운반선(VLOC) 15척이다.

한편, 고유황 중유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정유업계 역시 관련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현재 선박유로 사용되고 있는 벙커C유는 원유를 한 차례 정제한 후 나오는 잔사유다. 향후 규제가 강화되면 해당 저가 중유에 대한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정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지난달 개최한 이사회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울산콤플렉스(CLX)에 약 1조원을 투자, 일산 4만배럴 규모의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S-OIL(010950, 이하 에쓰오일)도 지난해부터 4조8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RUC&ODC(잔사유 고도화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 프로젝트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확대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해당 설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에쓰오일은 일 7만6000배럴의 잔사유를 휘발유·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정제할 수 있어, 이를 통해 현재 12%에 달하는 벙커C유 생산비중을 4%까지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저유황유가 가격적으로도 경쟁력이 있어 생산과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면 선박유 시장이 저유황유 중심으로 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선박유뿐 아니라 고부가제품 생산과 판매가 늘어 수익구조의 다각화를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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