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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電裝·AI'로 100년 기업 꿈 키운다"

신수종 적응 실패한 노키아 무너져…한발 앞선 투자로 '1등 삼성' 명성 이을 각오

임재덕 기자 | ljd@newsprime.co.kr | 2017.11.10 16:19:01

[프라임경제] 전 세계 유수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은 환경 변화에도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반면,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기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모습을 감추기 마련이다. 애플 스마트폰 혁명에 밀린 '피처폰 왕국' 노키아는 순식간에 사라졌으며, 업계 1위 자리에 안주해 디지털 혁신을 게을리 한 가전업체 소니나 세탁기업체 월풀 등이 밀려났다. 삼성전자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한발 앞선 혁신을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자동차 전장'과 '인공지능'을 꼽으며 과감한 투자를 단행 중이다.

지난주 사장단 인사를 통해 대규모 세대교체를 단행한 삼성전자(005930)는 이르면 내주 후속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꾀하면서 그동안 멈췄던 삼성전자 경영 시계를 재가동할 전망이다.

반도체 호황 속에 영업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고 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등 분위기는 좋아 보이지만, 정작 삼성전자는 '위기 상황'임을 강조하는 상황.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과 인공지능에 선행 투자를 대거 진행하면서 미래 준비에 한창이다. ⓒ 뉴스1

이는 경영진들이 의례적인 표현이라고 치부하긴 어렵다는 진단이 따른다. 회사 중기 경영목표인 '비전 2020' 달성이 불투명하기 때문.

삼성전자 비전 2020은 오는 2020년까지 연매출 4000억달러(445조원)와 브랜드가치 세계 5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실익보다는 전략적 중장기 비전을 실현해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일선에 나서는 순간(2008년)부터 "인류 삶을 바꿀 수 있는 혁신 제품을 지속 개발하자"고 강조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전장(電裝)'과 '인공지능(AI)' 분야가 미래 삼성을 이끌 것으로 판단해 투자를 늘려왔다. 여기에 반도체 투자도 병행하고 있는데, 두 분야 모두 반도체 기술이 뒷받침이 됐을 때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新 업계 패러다임 자동차 전장 "2025년 글로벌 1위 기업 도약"

자율주행차 및 커넥티드카 등과 맞물려 폭발적 성장이 기대되는 자동차 전장사업은 향후 IT업계 패러다임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오는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규모가 3033억달러(약 34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예측한 이 부회장은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는 등 자동차 전장부품에 대한 기틀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올해 초에는 인포테인먼트 및 텔레매틱스 분야 강자인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국내 사상 최대 규모 9조3558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하만을 최종 인수하면서 자동차 전장 분야 선도 기업으로 올라섰다. 왼쪽부터 손영권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 디네쉬 팔리월(Dinesh Paliwal) 하만 CEO,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부사장. ⓒ 삼성전자

단숨에 글로벌 자동차 전장 부문 '신성(新星)'으로 떠오른 삼성전자는 한발 나아가 커넥티드카 및 자율주행 분야 선두가 되겠다는 내용을 담은 '커넥티트 카 2025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달성하고자 하만은 피인수된지 6개월만인 지난 9월 첫 구조조정을 실시했으며, 커넥티드카 부문에 자율주행 및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을 전담할 '전략사업유닛(SBU·Strategic Business Unit) 조직' 신설 등 사업 본격화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9월 전략혁신센터(SSIC)를 내세워 약 3억달러(약 3345억원) 규모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를 조성한 후 자율주행 플랫폼 업체 TT테크에 7500만유로(약 1000억원)를 투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는 전체 펀드 조성 규모(약 3400억원)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이라며 "앞으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유망기업에 지분투자 방식의 투자를 할 수도 있고, 기술개발을 위한 재원으로 쓰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에는 커넥티드카 상용화를 연구하는 글로벌 기술협의체 '5GAA'에서 전장 기업 처음 이사회 멤버로 올라섰다. 5GAA에는 벤츠·BMW·포드·폭스바겐 등 자동차업체 외에도 SK텔레콤·KT·버라이즌과 같은 통신회사 등 65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관련 업계에선 향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카 시장에서도 수직계열화를 통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누리는 현재 성장전략이 미래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만이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하는 인포테인먼트 부품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모듈 등으로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제품군과 겹치는 이유에서다.

◆'하나로 이어진 가전' 똑똑한 빅스비 "사용자 맞춤형 제어"

또 다른 삼성전자 미래 핵심 사업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하나로 통합한 '사물 인공지능(Intelligence of Things)' 분야다.

오는 2020년까지 모든 가전제품에 와이파이를 장착하고, AI비서 '빅스비'를 스마트폰과 가전을 아우르는 음성 인식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주변 환경 어디에서나 AI를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가습기부터 TV,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가정 내 전 가전을 제조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이라며 "여타 다른 기업과는 차별화된 이런 구조는 향후 시너지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전 가전에 와이파이를 넣어 서로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자사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를 통해 이를 제어하는 '스마트홈'을 꾸리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셈이다. ⓒ 뉴스1

우선 삼성전자는 기본적으로 자사제품 전용 사물인터넷 서비스 '삼성 커넥트'와 B2B(기업 간 거래)용 사물인터넷 칩 '아틱', 2014년 2억달러(2260억원)에 인수한 개방형 서비스 '스마트싱스' 3개로 나뉜 사물인터넷 서비스의 '스마트싱스' 통합작업을 전개한다.

여기에 자체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인수합병(M&A) 및 지분투자를 통해 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를 본격화하기 위해 올 초 △삼성넥스트(1억5000만달러) △삼성카탈리스트(1억달러) △삼성오토모티브(3억달러) 총 5억5000만달러 규모 4차 산업 관련 펀드를 조성했으며, 자산운용 규모 1억6000만달러에 이르는 삼성벤처투자에도 가세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투자와 관련해 "해당 펀드를 활용해 올해에만 총 10여개 AI 관련 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2015년 AI 관련 투자가 4~5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은 수치"라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AI 전문회사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펼치는 상태다. 대표 사례는 지난해 삼성넥스트가 2억1500만달러(약 2436억원)를 들여 인수한 비브랩스(VIV Labs)로 애플 AI 서비스 '시리(Siri)'를 개발한 핵심 인력들이 독립해 설립한 회사다.

대표 AI 플랫폼은 외부 업체들이 자유롭게 자사 서비스를 플랫폼에 연결할 수 있는 개방형으로, 사람에게 하듯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도 알아듣는 것이 특징이다.

한 번에 하나씩 또박또박 주문해야 알아듣는 수준인 현재 빅스비과 달리 비브랩스 노하우와 기술이 총동원될 빅스비 2.0은 복합어 처리까지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오늘 저녁에 비 올 것 같은데, 저녁 약속에 늦지 않도록 택시를 예약해 줘"라고 주문할 경우 날씨·일정 확인, 택시 예약까지 한 번에 해결해준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길어지는 총수부재 상황에 대해 염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수종사업에 대한 투자는 만만치 않은 '불확실성' 때문에 총수의 단호한 결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T기업들이 향후 2~3년 동안 인공지능분야에서 내는 성과가 20~30년의 격차를 만들 수 있다"며 "미래를 위한 기술투자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업계 의견에 힘을 더했다.

이 연구원의 제언과 맥락을 같이 하듯 위기는 곧 기회다. 삼성전자는 급격히 변하는 IT 산업에서의 성공적 미래준비를 위해 최근 두 차례에 걸친 인사쇄신을 단행, 50대 젊은 경영진으로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이들이 어려운 현 상황을 어떻게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로 전환할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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