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르포] "유커가 돌아온다" 유통시장 웃는데 주민들 '걱정'

유통가 對중국 마케팅 확대…시끄럽고 쓰레기 무단투기 등 거주민 피해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7.11.15 10:20:56
[프라임경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으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해빙 국면을 맞이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돌아오는 유커를 맞이하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 준비에 한창이다. 

한·중 양국 외교부는 지난달 31일 '한중관계 개선 관련 양국 합의 결과'를 동시에 발표했다. 1년 이상 지속된 사드갈등을 매듭지은 셈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맞춤형 대(對) 중국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11월11일) 효과로 이미 중국 관련 효과를 톡톡히 본 국내기업들을 중심으로 매출 회복세도 나타나고 있다. 

유커가 가장 많이 찾는 백화점과 면세점뿐 아니라 남대문 시장, 홍대거리 등에도 유커로 인한 긍정적인 시그널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상인들이 돌아온 유커에 내심 반기는 분위기에 비해 중국 관광객들로 인한 소음·쓰레기 무단 투기 등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반발도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백화점·면세점, 중국 관련 매출 상승

지난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예전보다 늘어난 중국관광객을 체감할 수 있었다. 중국어로 길을 안내하는 백화점은 물론 명품관 앞에 길게 늘어선 줄도 중국인 관광객으로 채워졌다. 

되돌아온 유커로 북적이는 롯데면세점 전경. = 추민선 기자


롯데면세점도 활기를 되찾은 분위기였다. 한국화장품은 물론 해외 명품 화장품을 구입하려는 중국관광객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롯데면세점 화장품 매장의 한 직원은 "확실히 한 달 전 보다 유커의 방문이 늘어났다"며 "사드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 한 달 후에는 (매출이)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중국인 관련 매출은 10월 일 평균 대비 11월 일평균은 20%가량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중국인 매출은 전년 국경절 연휴 대비 20% 신장했고 10월 전체로 살펴봐도 13%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드갈등 해소가 본격화된 11월(11월1일~11월10일) 들어서는 본점 중국인 매출이 23.6%까지 신장했고 광군제가 포함된 11월10~11일은 주말 이틀 매출이 37.7%까지 신장하는 등 꾸준하게 신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큰 손 잡기 위한 '마케팅' 총력전

유통업계는 돌아오는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먼저 롯데백화점은 중국인 대상 마케팅을 확대할 예정이다. 백화점 내부에 중국인 대상 고지물 및 광고를 확대하고 중국 최대 여행사인 C-trip(씨트립)과 광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또한, 그동안 중단했던 중국인 대상 웨이보, 웨이신 등 중국 SNS 운영 재개를 검토 중이다.

또한 다가오는 20일부터 중국 은련카드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구매금액의 10%를 롯데상품권으로 증정한다. 12월에는 중국 최대 모바일 결제수단인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중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구매금액의 12% 상당을 롯데상품권으로 증정한다.  

해외명품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유커들. = 추민선 기자


앞서 롯데백화점은 11월 들어 C-trip(씨트립) 여행사와의 송객 제휴를 통해 씨트립 여행사를 통해 롯데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로 VIP 라운지를 이용하게 해주고 구매금액의 5%를 롯데상품권으로 증정하고 있다. 2018년 3월부터는 은련카드와의 제휴를 통해 핸드폰 결제 시스템인 은련카드 퀵패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신세계 백화점 역시 씨트립 앱(APP)을 이용하는 중국인 고객들에게 신세계백화점 전 브랜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5% 할인 모바일 쿠폰도 제공한다.

신라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택시호출 서비스'와 '대중교통이용 안내 서비스'를 신라면세점 중국어 모바일 앱에 도입했다. 중국 관광객이 신라면세점 앱을 이용해 택시를 호출하면 중국어로 표기된 지도를 움직여 출발지를 설정할 수 있다.

◆남대문·홍대거리, 젊은 싼커 방문 회복세

사드 해빙 분위기는 백화점과 면세점을 비롯해 명동거리와 홍대, 남대문 등 유커들이 주로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한국의 전통시장을 방문해 쇼핑과 먹거리를 즐기는 유커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시장 상인들의 중국어 호객 행위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남대문에서 20년째 의류 장사를 하고 있는 김영희씨(51세)는 "사드 보복 후에도 개인(싼커) 중국 관광객들이 남대문 시장을 방문하긴 했지만, 예년에 비해 못한 건 사실"이라며 "(양국)관계가 잘 해결돼 다시 남대문을 찾는 유커들이 많아지길 바란다"며 웃으며 말했다.

젊은 싼커들이 많이 찾는 홍대거리도 다시 늘어난 관광객으로 인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맛집으로 유명한 한 홍대 음식점은 가게 앞 유명 중국 연예인이 방문한 사진을 내걸며 중국 젊은 싼커들을 공략하고 있었다.

홍대를 찾은 샤오란(23세, 여)씨는 "아직 중국 내 단체 관광은 금지되고 있지만, 한국 분위기와 음식을 먹고 싶어 개인적으로 방문하게 됐다"며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집도 방문하고 함께 시간도 보내고자 홍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젊은 관광객이 찾는 만큼 게스트 하우스의 예약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홍대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정미(43세)씨는 "싼커들의 예약은 꾸준히 있었지만, 최근 더욱 늘어나고 있다"며 "게스트하우스 주변 카페와 옷가게, 음식점에도 싼커의 방문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 피해 호소…방안 마련 시급

사드해빙 분위기가 반가운 유통업계·상인들과는 달리 유커가 자주 찾는 지역의 주민들은 또다시 볼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홍대 인근에 1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이해준(44세, 남)씨는 "오래된 다세대 주택들이 최근 게스트하우스나 오피스텔로 재건축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숙박도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이들 건물은 주민 주거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소음, 쓰레기 무단투기, 무분별한 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좁은 골목을 사이로 건물이 위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밤늦게까지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담배 연기도 집안으로 들어오기 일쑤다. 저녁이면 조용했던 거주지역이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지역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홍대 외에도 눈에 띄게 늘어난 유커의 방문에 가장 큰 불만을 토로하는 곳은 북촌 한옥마을이다. 

한옥마을에 거주하고 한 주민은 "주민 거주지역임에도 큰 소리로 대화하거나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등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결국 우리도 이사를 가려고 집을 내놨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커가 다시 늘어나는 것은 (내수 경제) 도움이 되겠지만, 거주민은 터전을 버릴 정도로 생활여건이 심각히 나빠졌다. 거주민을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