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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숭고한 나이팅게일 정신 짓밟은 성심병원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7.11.15 16:16:31
[프라임경제]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나이팅게일 선서 中

나이팅게일의 간호정신을 이어받으며, 봉사와 희생정신을 다짐하는 나이팅게일 선서가 무참히 짓밟힌 사건이 발생했다. 

성심병원은 간호사들에게 가슴과 엉덩이가 드러난 민망한 차림으로 재단의 이사장과 고위 간부들 앞에서 춤을 춰야 했다. 억지로 무대에서 춤을 췄던 한 간호사는 "기쁨조나 다름없었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간호사들은 환자를 봉사와 사랑으로 보살피는 본연의 '의무'조차 박탈당해야 했다. '일송가족의 날' 하루 행사를 위해 간호사들은 3주 전부터 낮 근무를 마친 뒤 밤늦게까지 연습을 하고 다음날 새벽에 출근해야 했다. 휴일 근무를 강요받기도 했다. 

장기자랑 연습이 선택이 아닌 의무로 둔갑했지만 병원측은 시간외수당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실제 강동성심병원의 경우 직원들의 임금을 240억가량 체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논란이 됐다. 

이렇게 수치스러운 장기자랑에 동원된 간호사들은 키와 몸무게를 기준해 댄서로 선발됐고, 하기 싫어도 유난떤다는 핀잔이 버거워 억지로 견뎌야 했다고 하소연한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임신한 간호사에게 야간근무를 강요하며 임신이 겹치지 않도록 임신 순번제까지 강요했다는 것이다. 

간호사들은 핀잔도 핀잔이지만 조직 위계가 강한 병원 특성상 업무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견뎌야 했다는 전언도 들린다.

실제 2015년 대한간호협회 조사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33.9%다. 2016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76%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들어 국외 진출을 희망하는 간호사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들은 단지 높은 연봉을 위해서가 아닌 강압적인 병원 문화, 가혹한 위계질서, 열악한 근무환경 등의 원인으로 한국을 떠난다고 답했다.  

간호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8.25년을 넘지 못한다. 병원은 여성근무자의 비율이 높은 곳이지만 성평등에 있어서는 사각지대인 셈이다.

성심병원뿐 아니라 다른 병원 역시 이와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간호사들이 한국을 떠나려는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이렇듯 환자들의 마음과 몸을 돌보는 나이팅게일들이 한국을 등지려고 한다. 어쩌면 이들은 국내에서 더이상 나이팅게일 선서를 이행할 수 없다는 현실에 이를 지킬 수 있는 타국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이들의 숭고한 정신이 지켜지기 위해선 병원의 위계질서, 강압적 문화를 걷어내야 한다. 환자에 집중할 수 있는 본연의 의무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조성도 필요하다. 

'백의의 천사' 간호사들이 있어야 할 곳은 환자가 있는 곳이다. 또한 간호사들이 입어야 할 옷은 짧은 핫팬츠가 아닌 환자를 돌보기 가장 편안한 복장이여야 한다. 

지금, 일평생 헌신을 맹세한 이들의 맹세가 지켜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역시 이번 성심병원 사건을 계기로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현실에 용기를 내는 수많은 간호사의 손을 잡아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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