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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조언받아든 韓, '강한 日 제조업' 창조적 재해석 배워야

노동유연-안정성 난제에 대기업 수출 주도 문제 겹쳐…'중소-수출 특화' 연결 묘안 절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1.15 17:47:08

[프라임경제] 우리나라 청년층 실업 문제가 한파 수준 체감온도를 보이고 있다. 15일 발표된 통계청 자료 결과다. 10월 기준 청년층 실업률은 8.6%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1999년(8.6%) 이후 1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청년 체감실업률인 고용보조지표 3 부분을 보면 21.7%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상승한 상황이다. 때마침 전날인 14일, 국제통화기금(IMF) 미션단은 한국 경제에 대한 호평과 조언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에 대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계속하라는 취지로 미션단은 조언했다.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우리 경제는 옳은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일까? 비슷한 시기 IMF가 일본 경제에 대해서도 우리와 비슷한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참고로 일본과 우리는 모두 경제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7년 9월 국제수지(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상수지 흑자는 약 13조5700억원선이다. 지난해 6월 이래 1년 3개월 만에 기록을 경신한 것이고, 2012년 3월 이후 67개월 연속으로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일본의 경우도 성적이 좋다. 일본은 9월 기준, 39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연속된 흑자 기간으로만 보면 우리가 우수한 듯 보이지만, 경상수지 흑자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일본쪽이 22조원 규모로 더 많다. IMF는 현재 경제 상황이 개혁을 추진하기 적합한 때라고 양국에 강조한다.

다만 양쪽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의 결이나 상황은 분명 다르다. 이를 살펴보면서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높다. 일부 보수적 경제관을 가진 쪽에서 주장하듯, 노동시장 경직성을 해소하자며 고용 유연성에만 방점을 찍으려 들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확장적 재정 펼치란 주문은 같은데, 일본 대비 약한 체력과 안전망

IMF는 우리가 올해 3.2%, 내년에도 3.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IMF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990년대 초반의 7%에서 3% 이하로 하락한 점이나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50% 정도에 불과한 사실 등을 콕 짚어 문제로 지목했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복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경고의 근거다.

개혁이 시급한 구조 문제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현저히 높은 노인 빈곤, 청년 실업률,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을 들었다.

IMF는 특히 노동개혁과 관련해 '유연-안전성'을 주문했다. 정규직에 대한 과다한 보호를 완화하면서 동시에 실업자에 대한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성과 유연성이 떨어지는 노동 분야에 구조조정의 칼날만 가져다 대라는 뜻은 분명 아니다.  

특히 과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다소 의구심을 내비치던 IMF는 이번 미션단 브리핑에서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쟁·혁신성장 정책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기본적으로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일본에 대한 개혁 주문은 우리와 약간 양상이 다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달 9일 일본 NHK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례적인 일본 경제의 경기 회복세를 구조개혁 기회로 활용하라는 주문을 내놓았다.

다만 일본은 이미 내년 10월, 소비세 추가인상분을 재정건전화에 사용하려던 것에서 무상교육 등 복지에 전환하려는 방침을 확립한 상황이다. IMF가 일본에 대해 내놓는 조언은 재정건전화에 당장 늘어난 세원을 투입하는 대신 무상교육 등 복지에 전환하는 것은 좋으나, 그러려면 '중기 재정건전화 방법'을 명확히 해놓고 하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즉 IMF는 우리에 대해 노인이나 고용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하니 이를 확충하라고 미처 생각이 못 미치거나 여력이 없는 점에 다급한 조언을 하는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그렇게 교육 등에 집행을 대대적으로 하는 구상은 좋으나 재정건전화 관리 면에서 체력 안배를 잘 해보라는 훈수 정도에 가깝다.

참고로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불경기 문제를 풀고, 청년들의 고용 호조를 빚어내는 등 일단 합격점을 받고 있다. 이미 고령화 사회 진입을 했고 문제가 없지 않으나 안착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조만간 올리더라도 자신들은 계속 확장적 재정을 펼치겠다는 뜻을 시사하는 상황이다. 청년 실업 고통이 극심한 우리와 상황이 다르고, 더욱이 노인 복지 등에 답이 없는 우리와는 차이점도 크다.

내년에도 경제성장률 3.0% 호평, 하지만 일본이 부러운 점은…

요약하자면 일본과 우리 모두 확장적 재정 및 금융정책을 계속할 필요가 높지만 기초 펀더멘탈 면에서나 처한 상황 등에서는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생각할 점은 일본을 타산지석 삼아 어떤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지가 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일본 대비 기본적으로 후발주자이므로 노동 유연-안전성 개혁 주문에서 앞 부분인 유연성 강화만 택해서라도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주장은 어폐가 있을 수밖에 없다.

IMF의 조언 자체가 그런 맥락이 아니라 왜곡 문제가 있을 뿐더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4일 IMF 구제금융 20주년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지적한 것처럼, 여론은 우리 경제가 해결할 과제로 고용불안 해소를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보수적 경제관이나 신자유주의 이론이 나쁘다고 단언할 수는 없어도 이 요소에만 집중하자는 해석은 국민적 열망 등을 도외시한 문제점이 있다.

정규직에 대한 과다한 보호를 완화하면서 동시에 실업자에 대한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고용유연-안정화를 위해서는 결국 고용의 질 개선이 필요하다.

9월말 일본 후생노동성은 올 1~8월 일본 내 제조업 고용자 수가 평균 1003만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연말까지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10년 이후 7년 만에 1000만명을 넘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 제조업이 이렇게 1000만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업을 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베노믹스의 추진, 그로 인한 수출경쟁력 확보가 작용한 바 크다.

우리가 일본처럼 거의 무한정 돈을 찍어 경기를 부양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기에는 위험성이나 여력 면에서 불가능한 점이 있다.

그렇다고 일본 제조업의 선전과 약진을 남의 일로만 치부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현재 우리나라 수출이 고용 창출 효과를 크게 내지 못하는 반도체 중심 흑자로 흐르는 점은 문제라고 많이들 지적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상장 기업(제조업) 916개사의 경영실적 및 고용창출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반도체 등 극히 일부 수출을 빼고 제조업이 모두 죽은 상황은 아니다. 금년 상반기에 매출 증가율이 4년 만에 처음으성로 마이너스에서 벗어나 8.8%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들 기업의 일자리 수도 지난해 8195개 감소에서 금년 상반기 2177개 증가로 전환됐다. 상장된 제조업체의 일자리 증가는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이들 기업의 올해 상반기 수출 증가율이 19.3%에 달했으며 전체 매출액 중 직접 수출 비중이 27.4%를 기록하고 있어 수출 확대가 고용인원 증가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제조업 '유턴-리쇼어링' 부러워만 말고, 벤처 수출 지원 필요

중소 및 중견기업의 수출액 및 전체 비중 기여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 부분을 퀀텀점프하게 유도할 수 있다면 대기업-반도체 중심 수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무역협회

물론 대기업 그리고 반도체 등 일부 영역의 독주는 해결 과제다. 1~9월 전체 수출 통계를 재구성해 보면, 대기업(22.0%) 수출 증가율이 중소·중견기업(6.3%)을 상회했다고 한다. 더욱이 반도체는 업황사이클에 따른 부침이 커서, 한국 경제를 모두 여기에만 맡겨놓을 수도 없다.

다만 같은 통계에서, 벤처기업의 수출액이 증가세를 보이는 점은 고무적이다. 지난해 180억달러선이던 벤처기업 수출액은 1~9월간 200억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무역협회는 추산했다. 

일본이 돈을 푸는  정책으로 과거 경제부흥의 주역이던 제조업을 살리는 효과도 보고 호황을 맞이했다면, 우리는 무제한적인 재정 풀기를 따라할 수는 없을지언정 중소기업이나 벤처 등의 수출 역량을 핀셋 육성하는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고, 그런 점을 시도해 볼만한 잠재력은 갖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제조업 틈새 시장의 강화와 수출 일거양득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이런 효과가 고용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마중물이 될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

일본 제조업의 국내 유턴-리쇼어링 효과를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르게 배울 필요, 이런 효과를 소득주도 성장론 및 혁신성장과 연결할 부분이 중소기업-벤처 수출 경쟁력 강화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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