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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아세안 전략 실속없다? 알짬 쥔 日 급소노릴 '시간차 공격'

엔저-원고 상황 등 단기 변수 딛고 아시아 가치사슬 무역 관통 키워드 찾기 필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1.16 14:15:04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 순방 일정이 무사히 끝났다. 일정 중 중국 지도부(시진핑 주석-리커창 총리)를 연달아 만나면서 사드 보복 이후 양국 관계 정상화를 모색한 점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가려진 감이 있지만, 아세안에 공을 들이려는 진정성이 돋보였다는 평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미 당선 이후 주요 4강 외에 아세안에도 특사를 보내는 등 동남아 권역에 대한 남다른 인식과 관심을 드러내 왔다.

그럼에도 우려는 남아있다. 가장 유력한 불만은 문 대통령의 아세안 전략이 '실속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은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고, 죽어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기사회생시킴으로써 그 대결을 계속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중국과 일본 각자 블럭경제 구상, 文이 아무리 날고 뛰어도 어렵다?

중국은 중국대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TPP에 대해서는 리쥔 중국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이 관심없다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고 외신은 전한다. 이렇듯 양측 대립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 와중에 중간에 낀 우리만 입장이 어렵지, 일본은 TPP 회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단히 큰 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언론들은 TPP를 주도한 자국 수혜 기대가 크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 등 차업계는 기존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 간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높은 수준의 관세 축소로 생산비용 절감을 노릴 수 있다. 기존에 FTA를 체결하지 않았던 캐나다 등으로의 수출 확대도 점칠 수 있다.

아울러 IT 관련 기업들은 전자상거래 등의 분야에서 아시아 시장 진출이 더 손쉬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래서 차라리 껄끄럽더라도 TPP 추진에 올라타자는 주장이 나온다. 이제 TPP를 무기로 남미 등까지 일본이 추파를 던지는데, 뒤늦게 아세안 시장 공략 뒷북을 친다는 부러움과 시샘섞인 평가이기도 하다.

여기서 아세안과 TPP, RCEP의 범위를 고려해 보자.

아세안 순방 당시의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먼저 TPP다. 현재 미국이 빠지고 일본 주도로 11개국이 참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싱가포르·브루나이·말레이시아·베트남·일본·호주·뉴질랜드·페루·칠레·캐나다·멕시코 등이다. 

아세안은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싱가포르·브루나이·베트남·말레이시아 10개국으로 구성된다.

이 아세안에 동북아 국가 그리고 범태평양 및 오세아니아 국가들을 더하면 RCEP가 된다. 즉 RCEP는 △아세안+△동북아 국가군(한국·중국·일본)에 △범태평양국가군(인도· 호주 ·뉴질랜드)를 더한 모양이 된다.

다시 보면, TPP는 △'일부' 아세안 국가(상대적으로 시장이 크고 경제력이 좋은 아세안)+△북미 및 남미의 두 덩어리로 볼 수 있다.

일본, 정말 아세안 알짬 쥔 게 맞나

따라서 겉으로는 일본이 오래 공을 들여온 아세안에서의 이익을 여전히 틀어쥐고 새롭게 무역 기반을 닦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틈이 의외로 크다. 아세안 지역의 맹주로 꼽히는 태국은 TPP에 관망세였다 뒤늦게 참여 가능성 타진으로 돌아섰다. 자원 강국이자 2억 인구를 가진 새 시장 인도네시아도 TPP의 틀 밖에 있다.

문 대통령의 구상은 '아세안 전반'을 두드리고 문호 개방의 실리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13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글을 기고해 "한-아세안 FTA의 추가 자유화 협상에도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천명했다.  

추가 자유화의 의미와 효과는 어떻게 될까? 한-아세안 FTA는 체결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비인기 채널로 남아있다. 이유는 많다. 지금 한-아세안 FTA는 실제로 10개 아세안 회원국별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고, 수출입 통관절차도 까다로워 교역에 장애 요인이 상당하다. 이런 문턱들을 해결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인 셈이다.

그럼 그 문턱 제거의 효과는 무엇이 될까? 일본이 제조업 회생과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 효과 등을 입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현재 일본은 대아세안 무역의 비중은 '유지' 상황이며 대중국 무역은 '적자 기조의 고착화'로 보인다. 

변화하고 있는 한-중-일 무역 구도. ⓒ 코트라

지난 10월17일 나온 코트라의 '무역구조 변화로 본 동아시아 가치사슬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대아세안 수출과 수입은 안정 구도를 이루고 있으며 대중국 거래에서 수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현재의 거래 패턴을 보면, 일본은 과거 중국과 한국을 상대로 3대 축을 구축하는 거래 관계를 보여왔으나, 현재 아세안을 통해 중국에 수출을 하고 수입은 직접 하는 구도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아세안 수출길 넓히면 일본의 대중국 '우회 수출' 끊는 효과 

이는 사드 보복 사태에서 보듯, 대중국 무역에 지나치게 '올인'으로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에서 위험분산 목적으로는 우수한 형식이다. 

다만, 일본은 현재 제조업 리쇼어링 현상(국내 유턴)에 직면해 있다. 9월말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 1~8월 일본 내 제조업 고용자 수가 평균 1003만명을 기록했다. 제조업이 회생해 일자리가 늘고, 해외에 나갔던 공장이 돌아오는 자체는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일본 내 고용 수요는 높아지고 있음에도 인구 감소에 따른 일손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이미 '사실상 완전고용'에 도달해 더 이상 그 효과를 누릴 여력도 없는 끄트머리에 다다르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재정부양을 해 일군 경제적 효과의 과실치고는 모호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 일본이 아세안에 대한 관심을 일부 거두고 TPP로 발길을 넓히려는 노력은 이미 아세안을 가진 자의 여유가 아니라, 더 이상 짜낼 게 없어 다른 수출길을 찾아야 하는 초조함이 밴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한계상황'인 셈.

일본의 아세안 수출길을 우리가 잠식한다는 것은 일본이 사실상 중국돈을 벌어들이는 간접수출 효과를 잡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정부에서 아세안 경제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코트라

그러면 우리도 아세안 공략 대신 남미 시장 등에서 일본 추격전을 벌이면 어떨까? TPP 가입론은 이런 논의와도 맞닿아있다. 하지만 그렇다 쳐도, 지금 당장은 일본의 기득권을 모두 뺏기 어렵다. 엔화 약세 및 원화의 나홀로 강세 부담으로 이 지역에서의 수출 경쟁력을 크게 발휘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당장의 이해관계보다, 먼 관점에서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고 반도체 중심 대기업 주도 수출 구도를 바꿔야 하는 처지의 한국이 아세안에 갖는 이해관계를 보면 손해보다 이익 가능성이 높다.

틈새를 파고들어 사실상 일본의 대중국 수출 시장을 잠식하고, 우리에게 갈수록 비우호적인 중국으로 우회 수출을 모색하는 일석이조도 가능하다. 

이번 정부의 아세안 드림은 그런 점에서 오히려 현실적이고 의미가 크다. 일종의 시간차 공격(수비수들이 예상한 스파이크 시간보다 빨리 또는 늦게 하는 공격해 적을 교란함)인 셈인데, 다음 정부에서도 이 기틀을 잘 이어받아 실제 성과물을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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