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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환자도 미소 짓게 한 삼성전자式 배려"

이재용 부회장, 경영일선 나서 제일 먼저 챙긴 사업? "기업 사회공헌"

임재덕 기자 | ljd@newsprime.co.kr | 2017.11.16 11:58:48

[프라임경제]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모델이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 연말연시 불우이웃성금이나 위문품 전달과 같은 현금성 지원 비율이 현저히 줄어드는 반면, 기업 역량과 업종 특색을 반영한 프로그램 비중은 늘고 있는 분위기다. 기업들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의 나눔에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역시 누구보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배려'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사회공헌에 약 126조원을 환원하기로 결정했다. ⓒ 뉴스1

시가총액이 무려 36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005930)는 국내 기업 중 법인세 납부액 규모(지난해 기준 3조1500억원)가 가장 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다.

기업 규모와 매출 크기만큼 사회공헌 규모도 역시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한다. 특히 사회공헌 회사매칭기금을 통해 임직원들이 사회공헌 참여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만큼 추가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매칭기금은 임직원 기부금과 회사 매칭 기금으로 구성된 것으로, 올해에는 125조9000억원이 책정됐다"며 "이 기금은 전액 국내외 봉사활동 지원 및 지역 사회공헌 활동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式 사회공헌? "하트 투 하트(Heart to heart)"

이런 삼성전자의 과감한 사회공헌 활동 투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총수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던 2014년부터 시작됐다. 특히 소외계층을 향한 사회공헌 활동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던 이 부회장은 경영일선에 나서기 전부터 현장에 직접 나가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 영향 때문인지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그동안 진행하던 해외 유학생 선발사업을 중단하는 대신, 소외계층 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실제 자선이나 기부, 환경보호 등 사회공헌 활동을 나타내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재용 부회장이 나선 2013년 26위(66.5점)로 진입 이후 2014년 16위(68.3점)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 부회장은 2015년부터 시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 '드림클래스' 현장을 직접 방문해 학생들과 거리낌 없는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도 보여 업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드림클래스 현장을 직접 방문해 학생들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 삼성전자

드림클래스는 학습 의지는 높으나 교육환경이 열악한 읍이나 면, 도서지역 학생들은 물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 및 소방관, 국가유공자 자녀들을 대학 캠퍼스로 초청해 교육하는 사회공헌 사업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드림클래스 현장 봉사 직원들에게 "방학 동안 힘들기도 하겠지만, 보람 있는 일이니 자긍심을 갖고 학생들을 열심히 잘 돕길 바란다"며 "하트 투 하트(Heart to heart), 마음과 마음이 통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중학생 참가자들에게 "군인·소방관·국가유공자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로 항상 감사해야 한다"며 "여러분 부모님 덕분에 우리가 공부를 편하게 할 수 있는 만큼 부모님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에는 자신 신념을 담은 '나눔과 꿈'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기업들의 자발적 모금이나 재단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리마저 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 안 된다"는 소신이 만들어 낸 타개책이다.

이 부회장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기부 요청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하라"며 "절대로 사회공헌 액수를 줄이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지원될 수 있도록 관련 내부 제도도 개편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외부 전문가에게 두 차례나 심사를 맡겨 공정성을 확보, 선정된 비영리단체 51곳에 최대 5억원씩 총 100억원을 지원했다.

◆기술로 소외층에 희망을…7년 만에 눈동자로 쓴 편지 "아들아 사랑한다"

"우리가 가진 기술력으로 사회 소외층을 돕는다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텐데…."

이는 삼성전자 내 사회공헌 사업 담당 부서인 '사회공헌사무국'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이들은 2012년 도입된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랩(C랩)'에서 찾았다.

당시 C랩에서 안구 움직임과 눈 깜빡임만으로 컴퓨터 자판을 입력하는 '안구마우스(아이캔·eyeCan)'가 개발됐는데, 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방문한 가정집에서의 사연을 듣고 '이거다' 싶었다는 것.

"셋째 아들이 태어난 직후 루게릭병이 발병해 7년간 침대에 누워 계셨던 환자분에게 작동법을 설명해 드렸더니, '아들아 사랑을 많이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라는 문구를 한글자한글자 써 내려가더라고요. 그 모습을 지켜본 가족이나 임직원 모두 눈물을 흘렸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환자분은 세상을 떠나셨어요. 만약 아이캔이 없었다면 '그분은 단 한 번도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싶어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큰 감명을 받은 아이캔 개발팀은 절치부심했고, 2년 뒤 업그레이드된 아이캔플러스(eyeCan+)를 공개, 안구마우스를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게 무료 보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당 1200만원인 안구마우스를 기초부터 연구해 수만원대로 가격대를 낮추면서 신체에 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되고 있다. ⓒ 삼성전자

아이캔 개발팀 관계자는 "전신마비 환자들의 경우 안구마우스가 유일한 소통창구이지만, 기존 제품들은 고가(1200만원)인 탓에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이들도 기술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오픈소스 S/W를 활용하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도입해 5만원 이내로 단가를 낮췄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우리 노력이 어떤 이들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더 많은 이들이 우리의 작은 기술력으로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시민의 제안을 적극 수렴해 사회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다.

화재 현장에서 앞이 보이지 않아 쓰러진 할아버지를 구하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을 경험했던 동두천소방서 소방관 한경승 소방교는 삼성전자 측에 '저가형 열화상 카메라' 제작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열화상 카메라는 자욱한 연기로 캄캄한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들의 시야를 확보해 주는 주요기기지만, 2000만원이 넘는 가격 때문에 소방서별로 한 대 정도만 확보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사회적 기여도가 크다고 판단한 삼성전자는 C랩 과제로 추진했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임직원 5명이 올해 2월부터 9개월간 기술을 발전시켜 완성했다.

삼성전자 기술력과 한 소방교의 아이디어로 완성된 열화상 카메라는 저렴한 가격은 물론, 우수한 휴대성과 편리한 조작까지 더해져 현장 소방관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한 소방교 역시 "1㎏도 넘는 기존 카메라는 직접 손으로 들어야 해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없었다"며 "무게가 350g까지 감소한 삼성전자 열화상 카메라는 양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몸에 걸 수 있어 효율도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전국 18개 도시에 위치한 소방서, 안전센터, 소방정대, 구조대, 테러구조대 등에 1000대의 열화상 카메라를 순차적으로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이재용식(式) 사회공헌 모델은 재계 내에서 '기업 사회공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회자된다. 관행적인 기부문화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한다는 점에서다.

특히 사회공헌 특성상 단발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사회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부분 또한 재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 

1년 365일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는 삼성전자의 사회공헌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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