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대림산업, 공정위·경찰 콜라보 압박 '초긴장'

'하청업체 갑질' 폭로 도화선, 지주사 승계·공익재단 증여 줄줄이 도마에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7.11.16 12:40:13

[프라임경제] 경찰이 대림산업 본사를 15일 본격 압수수색했다. 전·현직 임직원들이 하청업체로부터 수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를 입증하기 위해서다. 대림산업 측은 "일부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현장조사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의 연장선일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김상조 위원장이 최근 확정한 대기업 공익법인 전수조사 계획을 더하면 '1인자' 이해욱 부회장을 겨눈 칼끝이 엿보인다.

◆공정위 적폐청산 로드맵…'다 갖춘 대림'?

김 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이던 2015년부터 대림산업의 일감몰아주기 문제를 지적했었다. 핵심은 이해욱 부회장이 대림산업 지주사(지분 21.67% 보유)인 대림코퍼레이션(대림코퍼)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 및 계열사 합병, 공익법인 증여를 통해 거액의 승계비용을 아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림산업은 지난 9월 공정위로부터 현장조사를 받았고 다음 달에는 기업집단국의 공익재단 전수조사도 예정돼 있다.

대림산업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이며 이 업체 최대주주는 이해욱 부회장이다. 2015년 대림코퍼레이션은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계열사 두 곳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준용 회장보다 이 부회장 지분율이 더 많아졌고, 이준용 회장은 통일과 나눔 등 재단 네 곳에 본인 지분 전량을 증여했다. 공익법인 증여분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 대림산업 2016년도 사업보고서

특히 대기업 공익법인 전수조사는 김 위원장이 지난 6개월 동안 공들여 준비한 기업집단국의 첫 작품이다. 대림을 포함해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인 20개 기업이 조사대상이다.

현재 대림코퍼의 최대주주는 이해욱 부회장(52.26%)이고 △통일과 나눔(32.65%) △대림문화재단(6.20%) △대림학원(3.22%)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0.58%) 등 비영리법인 4곳이 42.65%를 나눠 갖고 있다.

이준용 회장은 재단에 지분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다만 대림문화재단의 이사장이 이해욱 부회장인 것과, 통일과 나눔의 이사장이 친박실세 모임 '7인회'의 멤버로 지목됐던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이라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지난 6월 통일과 나눔 측은 1700억원 상당의 대림코퍼 지분을 오는 2019년까지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국감 '한수건설 부도종용' 의혹 경찰로

한편 압수수색과 관련해 경찰은 대림산업 전·현직 임직원들이 2011~2014년까지 하청업체로부터 토목공사 추가수주, 공사비 허위증액 등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두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9월 말 관련 첩보를 입수했으며 이날 직원 감사·인사자료, 관련자 컴퓨터 하드디스크, 수첩 등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대림산업 임직원의 하청업체 유착 의혹은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언급된 바 있다. 33년동안 대림산업의 하청업체로 관련 공사를 수주했던 한수건설이 지난해 부도로 무너지기까지 원청 직원들의 뒷돈 요구를 비롯한 각종 갑질이 작용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한수건설은 하청업체로서 대림산업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위치"라며 "대림산업은 이를 이용해 부당특약, 금품요구, 물품구매 강제, 추가공사대금 미지급 등 갖가지 갑질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피해규모를 금액으로 따지면 477억원 상당이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감사 현장. ⓒ 지상욱 의원실 제공

지상욱 의원실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일례로 2012년 대림산업이 발주한 서남분뇨처리시설 증설 공사는 전형적인 하도급법 위반 사례로 꼽혔다.

도급업체인 한수건설은 이듬해 5월 지반공사 진행 중 지반약화에 따른 붕괴위험을 감지했고, 계획된 공법대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대림산업은 업체의 보고를 무시한 채 공사강행을 주문했는데, 이를 입증할 서면자료는 남기지 않았다.

결국 예상대로 2013년 9월 지반 표면이 무너져 상당한 추가비용이 발생했지만, 대림산업은 '도급업체가 마음대로 공사한 탓'이라며 한수건설에 책임을 떠넘겼다. 하도급법상 서면교부 및 보존의무 위반이다.

한수건설은 지난해 3월 공정위에 도움을 청했고 접수한 위법사례가 3360건에 달한다. 이는 공정위 서울사무소가 한 해 동안 접수하는 양에 육박하는 방대한 내용이다. 사례별로 △추가공사대금 미지급(382억원) △물품구매강제(19개사·79억원) △산재처리 등 부당특약 (9억7000만원) △금품부당요구(6억1000만원) 등이다.

경찰이 포착한 임직원 금품수수 혐의는 박수웅 한수건설 사장이 국감에서 증언한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지난달 19일 공정위 감사에 일반증인으로 나선 박 사장은 "대림산업 임직원 13명이 현장 설계변경 요구 등을 빌미로 외제차를 비롯해 6억1200만원 상당을 수시로 뜯어갔다"고 증언했다.

대림산업 역시 일부 사실을 확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문제의 13명 중 2명은 감리업체 직원이고 남은 11명 가운데 4명은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해 퇴사했다"며 "7명이 아직 재직 중이지만 공정위와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으로 인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정위 신고 직후 대림산업이 하청업체를 상대로 조직적인 보복에 나섰고, 오너인 이해욱 부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공개된 점이다.

이에 김상조 위원장은 "접수된 내용이 워낙 방대해 조사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최근 모든 조사를 마쳤다"며 "11월 중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법에 상응하는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많은 기업에 불법적인 관행이 남아 있다"고 응대했다.

◆망해가는 하청업체에 거액 소송 왜?

지상욱 의원은 국감에서 "대림 임직원의 휴대폰 문자메시지 내용은 충격적"이라며 일부를 소개한 바 있다. '대림은 오너 명령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돈 주지 말고 시간을 끌어 (한수건설이) 부도, 폐업하면 앓던 이가 빠지는 격' '줄 돈이 있어도 오히려 한수에게 받을 돈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등의 내용이다.

실제 대림산업은 공정위 제소 직후인 작년 3월 한수건설을 상대로 95억원대 양수금 소송을 냈다. 1년8개월째 진행 중인 법정공방은 재판지연의 책임을 두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대림산업-한수건설의 양수금 소송 내역. 원고소가로 95억5300여만원이 명시돼 있다. ⓒ 대법원 전자소송

대림산업 관계자는 "한수건설이 자료제출을 계속 지연시켜 올해 6월부터 지금까지 변론기일이 계속 연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수건설 측은 "처음부터 우리를 고사시키기 위한 트집 잡기 소송"이라며 "공사대금을 주지 않아 돈줄이 막힌 상황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사건 진행내역을 보면 총 11번의 변론기일 중 다섯 차례 기일변경이 이뤄졌다. 한수건설은 지난해 5월24일 처음 기일변경을 요청했고 7월 변론기일을 추후 지정해 달라는 요구와 함께 사흘 뒤 재차 준비서면을 냈다. 이는 변호사 선임과 증거(서증)제출을 위한 시간을 잰 것으로 보인다.

법원 역시 신청을 모두 받아들였다. 한 쪽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지연시켰다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편 한수건설은 지난달 11일 영천·하남·서남·상주현장 관련 서증제출을 모두 마쳤고, 양측은 오는 30일 오전 11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