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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머리카락 없는 날의 田…제2의 전성기 되찾기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1.16 13:09:39

[프라임경제] 머리카락은 죄악이나 미련을 상징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천주교 수녀들이 머리카락을 한올도 안 보이도록 감싸 숨기는 것은 하늘에 죄를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2009년에 제작된 영화 '여행자'는 아역들의 호연이 돋보인 영화였는데요. 여기서도 머리카락이 일종의 상징으로 나옵니다. 주인공 진희는 아버지가 있지만 형편상 보육원에 버려집니다.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으므로, 입도 닫고 식사도 마다하고 보육원을 벗어나려 저항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조금씩 아버지와의 완전한 마음 속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영화 속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머리를 적당히 쳐내는 행위가 협상이나 주저함, 머뭇거림 등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전부 자르지는 못하고, 예뻐 보일 만큼 숱을 쳐내는 것이니까요.

ⓒ 프라임경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보좌진 등 주변 인사들의 비리 의혹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16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비리 의혹이 자신까지 겨누는 현재 상황에서 자리를 고집하는 게 대통령에게 누가 된다는 판단에 일단 물러나는 게 도리라는 판단을 굳혔다고 합니다. 사퇴의 변에는 이런 고심과 함께 진실을 밝히겠다는 뜻도 담겼는데요.

야인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동차에 오르는 장면에 그림자가 드리워 머리카락이 없이 얼굴만 부각된 장면이 시선을 붙잡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너무 총명하니 반박자 천천히 생각하라"고 당부와 찬탄을 했다는 그의 이력은 대단히 화려합니다. 편하게 자리를 돈 것도 아니고, 주로 야권 시절 고생을 하며 얻은 족적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그림자로 머리카락이 가려진 사진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저 정치무상, 권력무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문제가 간단치 않습니다. 대단히 오래 버티지 않겠느냐는 일부 전망을 불식시키고, 청와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홀연히 퇴장을 결단한 의미가 무겁습니다. 

본의 아니게 머리카락을 모두 가린 사진이 나온 것이지만, 결연함 하나는 분명히 찍힌 듯 보이기도 합니다. 의혹이 실제라면 정당한 값을 치러야겠지만, 인재가 많은 것도 아닌 나라에서 정무적 감각이 있는 이 하나가 이렇게 낙마하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죄가 없다면 빠르고 명예롭게 복귀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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