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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오뚜기 ①태동과 성장… "식품보국 정신 기반"

시장점유율 1위 식품 다수 보유, 장수제품으로 소비자 식탁 책임져

하영인 기자 | hyi@newsprime.co.kr | 2017.11.20 17:10:56

[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오뚜기 1탄 태동과 성장에 대해 살펴본다.

국내 식품회사 중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오뚜기(007310)는 '오뚜기 3분카레' '오뚜기 토마토케첩' '오뚜기 마요네스' 등 국내 최초 제품들을 비롯해 여러 장수식품으로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스며든 기업이다. 

ⓒ 오뚜기

어린아이가 입맛을 다시는 모습의 CI(Corporate Identity)가 인상적인 오뚜기. 이 로고에는 창립 당시 맛있고 영양가 높은 식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오뚜기 창립이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1930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지난해 9월12일 향년 86세의 일기로 별세한 오뚜기 창업주 고 함태호 명예회장은 지난 1960년대 배고픈 보릿고개 시절, 국민에게 좋은 품질과 고영양 식품을 공급하자는 일념 아래 풍림상사를 설립한다. 

창업 당시 그의 머릿속에는 '식품보국(輔國)'이라는 단어가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가난한 땅에서도 훌륭한 먹을거리를 우리 국민에게 어떻게 하면 선보일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이 풍림상사는 창립 2년만인 1971년 오뚜기식품공업, 1980년 오뚜기식품주식회사로 상호를 두 차례 바꿨다. 이후 식품뿐 아니라 생활문화 부분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해외진출이라는 포부를 안고 또 한 번 사명을 변경한 것이 지금의 오뚜기다.

오뚜기는 지난해 연결기준 2조106억여원의 실적을 기록, 처음으로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다. 

현재 3000명에 육박하는 직원을 거느린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난 오뚜기의 해외매출 비중은 9.1% 수준이다. △중국(2개) △뉴질랜드(1개) △베트남(1개) 총 4개 해외공장을 운영하면서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레' 첫선… 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

올해로 창립 48주년을 맞은 오뚜기는 앞서 말했듯 국내 최초 제품과 1등 제품 등이 20여개로 가장 많은 회사로 잘 알려졌다.

이 중에서도 창립 제품인 '오뚜기 즉석카레'가 오뚜기의 대표적인 식품 중 하나로 꼽힌다. 함 명예회장은 친형인 함승호 조흥화학공업 창업주가 기초화합물과 식품첨가물 제조에 뛰어든 것을 보고 서구 조미식품을 비롯해 소스의 한국화에 관심을 가졌다.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함 명예회장은 회사를 차리면서 카레를 국산화하기로 한다. 오뚜기 창립 당시 1960년대 주식은 쌀이었고 카레는 매운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과도 잘 맞았다. 

오뚜기 3분 카레 이미지컷. ⓒ 프라임경제

본디 카레는 인도를 중심으로 동양 열대 및 아열대 지방 향신료 요리의 총칭이었다. 그러다 영국에 넘어오면서 점차 유럽풍 조리법으로 가공돼 현재 형태로 보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1940년대 우리나라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1969년 오뚜기 카레는 출시 초반 수입산에 밀려 낮은 인지도로 매출이 좋지 않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오뚜기는 제품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후 1981년 레토르트(Retort) 식품인 '3분 카레'를 선보여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등 카레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오뚜기의 입지를 한 번 더 굳건히 다진다. 

국내 시장점유율 90%를 웃돌던 카레 제품은 경쟁사가 급격히 늘어난 지금까지도 80%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독보적인 지위를 지키고 있다.

◆토마토 국산화에 주력… 선진 기술 도입에 앞장

오뚜기는 카레뿐만 아니라 케첩, 마요네즈, 마가린, 향신료 등에도 강한 대표적인 조미식품 회사다.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는 경쟁업체들보다 10여년이나 앞선 1971년과 1972년에 각각 첫선을 보였다.

무엇보다 오뚜기는 가장 중요한 제품 원료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토마토케첩 원료인 토마토를 국산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충북 제천에 농장을 확보한 오뚜기는 토마토를 실험 재배하는데 성공하면서 1984년 수입에만 의존하던 토마토 300톤을 최초로 수확하기에 이른다. 

같은 해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선두업체인 오뚜기는 판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판매조직을 강화하고 활발한 판촉 활동을 벌이는 한편 일본 QP사 등과 기술 제휴를 통해 품질 향상을 꾀한다.

창립 이후 15년간 외화손실을 이유로 외국상표 도입을 지양하고 순수 국내 상표로만 제품을 만들어온 함 명예회장은 선진 외국기술과 마케팅 노하우를 도입하는 데는 앞장서 막대한 투자비를 투입하기도 했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이 '오뚜기 골드 마요네즈'다. 이 제품은 품질 개선에 그치지 않았다. 쉽게 깨지는 병 용기의 단점을 해소하고자 에발수지를 사용한 튜브용기를 개발·적용하는 한편 편리성을 높여 업계에 혁신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1978년에는 국내 최초로 2단계 고산도 식초 발효공법에 의한 2배 식초, 3배 식초를 개발했으며 사과식초, 포도식초, 현미식초 등 식초의 다양화를 처음으로 고안해 냈다.

◆M&A 통한 사업 다각화…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 ⓒ 오뚜기

조미식품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함 명예회장은 사업 다각화를 꾀한다.

인수·합병(M&A)으로 처음 뛰어든 시장은 라면시장이었다. 오뚜기는 1987년 12월 라면업체인 청보식품을 인수한다. 이때 사명은 청보식품에서 오뚜기라면으로 변경했다. 

라면시장 진출 초기 오뚜기는 고급면과 새로운 가격대 라면을 개발하는 전략을 펼쳤다. 오뚜기는 조미식품 신제품 개발은 몇 년이나 미룬 상태로 라면 개발에 만전을 기했다. 라면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약 4개월 뒤 야심차게 선보인 첫 라면은 기대와는 달리 다소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개발과 생산은 오뚜기라면이, 영업은 오뚜기가 맡았으나 판매망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다 1989년 우지파동으로 라면시장 2위 업체인 삼양식품의 시장점유율이 급락하자 오뚜기는 반사이익으로 시장점유율 5위에서 4위로 올라선다. 이후 '진라면' '열라면' 등을 선보이며 90년대 후반 시장점유율을 회복한 삼양식품과 함께 2위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오뚜기의 국내 라면 시장점유율은 월 최고 수준인 26.6%로 집계, 농심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청보식품 인수처럼 오뚜기의 사업 다각화는 대부분 M&A을 통해 이뤄졌다.

라면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오뚜기는 1993년 참치캔(통조림)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자체 생산·가공시설이 아닌 수산식품 제조사인 고성물산으로부터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방식으로 참치캔을 납품받아 판매한 것이다.

오뚜기는 시장진출 2년만인 1995년 사조산업(007160)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참치시장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며 현재 동원산업(006040)과 사조산업에 이은 3위로 참치캔시장을 이끌고 있다. 

참치시장 진출 3년만인 1996년에는 서림을 인수하고 '석천'이라는 브랜드로 샘물시장에 진출했으나 현재는 샘물사업은 중단한 상태다. 2006년에는 130억원을 들여 삼포식품을 인수하고 냉동 포장만두시장 진출과 함께 기존 냉동식품시장에서 몸집을 불리겠다는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오뚜기는 과감한 프로모션과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포장만두시장 3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일부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업도 존재한다. 2010년 3월 함 명예회장에게 10년 만에 경영권을 승계받은 함영준 회장은 2010년 전통 차(茶) 생산업체인 삼화한양식품을 인수하고 오뚜기삼화식품으로 재출범, 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자차와 궁중한차, 율무차 등의 전통차뿐 아니라 헛개차, 마테차, 도라치차 등 민감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신제품을 잇따라서 출시했지만 실적은 계속 하락세를 그렸다. 2014년 196억원, 2015년 191억원, 작년 17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오뚜기삼화식품은 올해 2월부로 오뚜기에 흡수합병된 상태다.

업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뚜기가 M&A 또는 신규 사업보다는 기존 주력제품 경쟁력 강화와 B2B, 수출 등의 영역에 초점을 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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