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대의 글쓰는 삶-42] 고백하는 삶

2017-11-23 14:23:05

SPONSORED

[프라임경제] 내 삶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그 동안 없었던 독특한 경험을 한 기억이 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나에게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전까지는 꽤 많은 친구들과 지인들이 성공과 실패에 관한 말들을 서슴지 않고 꺼내곤 했는데, 내가 무너지고 난 후부터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사업이나 성공 혹은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상처를 받을까 싶어 염려했던 모양이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해서 실패했는지, 내가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등등 누군가를 붙잡고 끝없이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내 주변에는 절절한 내 사연을 듣고 싶어 하는 이가 별로 없었다.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세상이다. 이 또한 세상의 흐름이니 뭐라 논할 바는 아니지만, 자신이 겪은 아픔이나 상처를 가슴 속에 간직하며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꽤 힘든 일이며, 이런 아픔과 상처가 오랜 시간 묻혀 있으면 또 다른 불안과 두려움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털어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아픔과 상처를 털어냈다가 괜히 다른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틀린 말이 아니다. 세상에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글쓰기다. 나의 경험과 감정들을 백지 위에 쏟아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위로와 위안을 받는다. '치유의 글쓰기'라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비롯되었다.

글쓰기는 어째서 심리치유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인간이 가진 표현의 욕구는 두 가지 방법 즉, 말과 글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 말은 내뱉는 순간 사라지고, 듣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며, 듣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힘을 얻거나 오히려 잃을 수 있다는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그러나 글쓰기는 다르다. 형태에 따라 오랜 시간 보관할 수 있고, 혼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백지의 태도 따위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표현의 욕구를 마음껏 펼쳐내고,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에 솔직한 고백이 가능하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을 수 있고, 부족하고 불완전한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자신이 불완전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삶에 대한 기대는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되며, 기대가 줄어들 때 우리는 비로소 만족도 즉 행복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힘이다.

살면서 한두 명쯤, 나의 인생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줄 친구를 가질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그러나 그런 친구에게마저 털어놓기 힘든 아픔이나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면, 이제 책상 앞으로 가 앉아 조용히 펜을 들어야 한다.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거나 아픔이 또 다른 아픔을 낳기 전에, 삶의 이야기를 진실하게 고백하는 나만의 글쓰기를 만나보길 권한다.

이은대 작가/<내가 글을 쓰는 이유>,<최고다 내 인생>,<아픔공부> 저자 




이은대 작가 press@newsprime.co.kr

<저작권자 프라임경제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프라임경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