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업해부] 오뚜기 ②지분·후계구도… 계열사 간 실타래·지배력 강화 방점

'승계 관전포인트' 3세 소유 계열사 성장·배당 정책

하영인 기자 | hyi@newsprime.co.kr | 2017.12.01 18:33:45

[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오뚜기 2탄 지분구조와 후계구도에 대해 살펴본다.

착한 기업의 대명사, 일명 '갓뚜기(God+오뚜기)'로 불리며 세를 확장하고 있는 오뚜기(007310)가 지난해 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2조클럽에 가입했다.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도 전년 대비 5.9% 증가하며 순항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위세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 리스트 97위에 안착한 오뚜기의 시가총액은 1일 종가 79만1000원을 기준 삼으면 2조7210억원에 달한다. 

현재 오뚜기는 △애드리치 △오텍스(OTTEX) △오뚜기냉동식품 등 종속기업 13개와 조흥(002600)·오뚜기라면을 포함한 8개 관계기업, 기타 2개 총 23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에 발목 잡힌 오뚜기 "법적 문제 소지 없어"

수십년간 비밀리에 심장병 앓는 아이들을 도운 고(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과 지금까지 그의 뜻을 이어오고 있는 함영준 회장. 

뿐만 아니라 판촉사원 1만8000여명 전원 정규직 채용, 1.2%에 그치는 비정규직 고용률 등 그간의 선행이 재조명되면서 최근 오뚜기는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기업 총수 간 첫 회동에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초청을 받기도 했다. 

이제는 청와대 모범기업이라 불리는 오뚜기에도 그늘은 있으니, 대표적으로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가 꼽힌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오뚜기는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평가에서 지배구조 부문 최하점인 'D등급'을 받았다.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내리 C등급을 유지하다 지난해 D등급으로 하향 조정된 것이다.

오뚜기그룹 지분 출자 현황 표. 조흥 외 모든 계열사는 비상장사다. ⓒ 프라임경제

아울러 CEO스코어 자료를 보면 작년 오뚜기그룹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얻은 매출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체 매출의 32% 수준이다. 

오뚜기그룹은 수직계열화시스템의 전형이다. 대규모 내부 거래를 통해 각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제어하면서 분업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오뚜기그룹 계열사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오뚜기라면이다. 오뚜기라면의 지난해 매출액 5913억원 중 99.3%인 5892억원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오뚜기의 다른 계열사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점을 근거로 지탄받기도 한다. 그러나 오뚜기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은 1조6000억원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라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정부는 공정거래법을 통해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이 총수 일가가 20% 이상(비상장사 20%, 상장사 30%) 지분을 가진 회사에 일정 규모 이상 일감을 몰아주면 과징금 부과나 형사 고발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 상황으로는 문제의 소지가 없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정부 규제 강화에 대한 촉구와 오뚜기의 도의적인 책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별한 연 맺은 조흥, 매해 고배당 '알짜기업' 

오뚜기의 계열사 중 조금은 독특한 연을 맺은 기업이 있으니, 식품과 식품첨가물에 집중하고 있는 조흥이다. 

조흥은 주요 제품인 치즈와 이스트를 비롯해 크림, 뉴슈가 등인데 오뚜기뿐 아니라 △기린식품 △샤니 △파리크라상 △피자스쿨 △피자마루 등에 납품하고 있다. 

본래 기초화학물 제조업체였던 조흥은 고 함태호 명예회장의 친형인 함승호 회장이 창업한 조흥화학공업이 모태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조흥은 결국 지난 2002년 4월 고 함태호 명예회장을 포함, 특수관계인 5인이 대주주가 된다.

이듬해 조흥이 오뚜기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양상은 달라졌다. 오뚜기와 상미식품, 2004년 오뚜기제유, 오뚜기라면 등 계열사들의 지분매입이 이어졌고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됐다. 꾸준한 주식 확보 조흥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67.2%까지 불어났다.

업계는 조흥이 오뚜기 주력 계열사가 아닌 만큼 투자 목적이 다양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조흥은 실제 매해 고배당을 실현 중인 알짜배기 기업이다. 특히 최근에는 오뚜기의 '냉동피자'가 인기를 끌면서 조흥의 주가가 급등, 지난 6월2일 43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달 29일 종가 기준으로는 30만500원을 기록했다.

조흥의 최대주주는 17만9716주(30%)를 보유한 오뚜기다. 또 오뚜기의 최대주주는 함영준 회장(28.6%)이다. 지난해 말 고 함태호 명예회장 별세 후 지분 13.5%를 상속받아 지배력이 크게 강화됐다. 

함영준 회장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 주식 상속에 따른 세금 1500억원을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계열사 오뚜기라면, 상미식품 등을 활용해 재원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함영준 회장은 오뚜기라면과 알디에스, 애드리치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오뚜기를 위시해 △알디에스(60%) △오뚜기라면(35.6%) △애드리치(33.3%) △풍림푸드(28.6%) △오뚜기제유(26.5%) △오뚜기물류서비스(17%) △오뚜기SF(14.4%) △조흥(6.9%)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확보 중이다.

◆'장자 승계' 원칙, 오뚜기 3세는?  

오뚜기는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르고 있다. 고 함태호 명예회장의 자녀 1남2녀 영림씨, 함영준 회장, 함영혜씨 가운데 지난 2010년 함영준 회장에게 경영권이 승계됐다. 

함영준 회장은 슬하에 윤식씨와 연지씨 1남1녀를 두고 있는 만큼 장남 윤식씨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오뚜기 대풍공장 전경. ⓒ 오뚜기

오뚜기 오너일가 16명의 오뚜기 주식 지분율은 44.18%에 달하는데, 이 중 윤식씨는 2%(7만13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개인주주 중 여섯 번째 많은 규모로, 아직 차기 후계구도를 구축하기에는 소수 지분에 불과한 수준이다. 연지씨는 절반 수준인 1.2%(4만주)를 갖고 있다.

1일 종가 기준 윤식씨 보유 분 시가는 555억원, 연지씨 보유 지분 가치는 316억원가량이다. 연지씨는 현재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이다. 뉴욕대학교 티쉬예술학교 연기과를 졸업,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 역으로 데뷔했다. 2015년에는 뮤지컬 형식으로 방영된 오뚜기 카레 광고에서 뮤지컬 배우 임태경 등과 출연하기도 했다.

윤식씨와 연지씨는 오뚜기 외에 참치캔 생산을 주로 담당하는 오뚜기SF와 광고 계열사 애드리치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 

오뚜기SF는 2013년 말까지만 해도 오뚜기가 47.1% 지분으로 최대주주 자리를, 나머지 지분은 상미식품, 오뚜기라면 등 계열사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듬해 오뚜기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이 보유 지분을 전량 함영준 회장(4만9000주·14.4%)과 윤식씨(13만1000주·38.5%)에게 매각하면서 지금의 구도가 됐다.

지난해 오뚜기SF의 매출액은 437억원으로, 직전년보다 69% 급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배경에는 오뚜기가 있었다. 오뚜기를 통해 발생한 매출액이 2배 늘었으며, 전체 매출액에서 내부 거래액이 갖는 비중은 64%에서 75.3%로 신장했다. 

오너 일가 소유 지분율이 66.7%인 애드리치는 함영준 회장(2만주·33.3%)이 최대주주로 있다. 또 윤식씨와 연지씨가 각각 1만주(16.7%)를 보유했다. 이 외에는 오뚜기라면과 오뚜기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애드리치는 매해 계열사들로부터 10억~20억원대 일감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88억9562만원으로 영업이익률 18%를 달성하기도 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 시 73.8% 늘어난 수치로,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업계는 오너 3세 소유 계열사 지분들이 결국 승계 마중물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차기 승계를 위해서는 직접 오뚜기 지분을 추가 취득하거나 계열사 지분을 밑천 삼아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3세 소유 계열사들의 성장 추이와 배당 정책이 승계의 관전 포인트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