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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신의 행동' 천재지변, 피할 수 없다면…

 

백유진 기자 | byj@newsprime.co.kr | 2017.12.04 16:29:00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 주에 위치한 폼페이는 79년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소멸했다. = 백유진 기자


[프라임경제] 지난 휴가 때 방문했던 이탈리아 폼페이의 전경입니다. 사진을 보면 폐허가 돼 버린 로마 제국의 잔상과 함께 저 멀리에는 폼페이를 멸망의 길로 이끈 베수비오 화산의 모습까지도 볼 수 있죠.

폼페이는 기원전 7세기경부터 철저하게 로마화를 진행해 로마의 종교·정치·경제 중심지로 개발됐습니다. 79년 8월24일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해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화산암이 순식간에 폼페이를 뒤덮어버리기 전까지 말이죠.

당시 폼페이인들은 갑작스럽게 지상을 뒤엎은 고온 가스와 열구름에 질식하거나 뜨거운 열에 타 죽고 말았는데요. 화덕에서 굽고 있는 빵, 술집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잔 등 발굴 과정을 통해 드러난 폼페이의 모습을 보면 화산 폭발이 얼마나 급작스럽게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폼페이인들이 손도 쓰지 못한 채 화산재에 파묻혔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화산 피해로 목숨을 잃은 이들은 인구의 약 10퍼센트인 2000명에 불과했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많은 폼페이인들이 사전에 화산 폭발을 감지하고 미리 대피한 것이겠죠.

필자가 여행 사진을 되짚어보다 폼페이 유적의 사진에 시선이 머문 것은 최근 발생한 포항 지진 사태 때문일 겁니다.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는 필자는 포항의 당시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언론에서 보도된 사진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지진 강도에 비해 생각보다 피해 규모가 너무 컸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져 내진설계에 소홀했었습니다. 때문에 일본 등 지진이 잦은 국가들의 내진설계 기준보다 크게 뒤쳐진 것이 사실이죠.

실제 지난 40년 동안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 횟수는 우리나라의 50배에 달합니다. 또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이 가장 큰 규모였던 반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규모 6.0 이상의 지진 중 20%가 일본에서 발생했죠. 

이렇다보니 우리 국민들의 지진대처요령도 다소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요.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진 대피 교육에 대한 요구도 커지는 추세입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에 대해 안내하고 있는데요. 지진 국민행동요령에 따르면 평상 시 가구나 가전제품이 흔들려도 넘어지지 않도록 고정해두고, 탁자 아래 등 집 안에서 대피할 수 있는 안전한 대피 공간을 미리 파악하는 등 지진에 사전 대비할 것을 권고합니다.

또 지진 발생 시에는 튼튼한 탁자 아래에 들어가 몸을 보호하고 화재에 대비해 가스와 전깃불을 꺼야 합니다. 언제나 대피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하고 1~2분 정도가 지나 흔들림이 멈추면 밖으로 나갑니다. 물론 밖으로 나갈 때는 고장의 위험이 있는 엘리베이터는 이용하지 않아야 하고요. 

건물 밖으로 나오면 담장, 유리창 등이 파손돼 다칠 수 있으니 가방이나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면서 최대한 건물에서 멀리 떨어져 주변의 넓은 공원, 운동장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포항 지진 피해 현장을 보며 폼페이를 떠올렸다는 것은 다소 과도한 상상일까요. 그러나 지진과 화산, 모두 사람의 힘으로는 저항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Act of god) 천재지변입니다.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것은 아무리 과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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