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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지진 옥외대피소의 두 얼굴

 

남동희 기자 | ndh@newsprime.co.kr | 2017.12.04 18:07:53

[프라임경제] 주말, 가족들과 전남 목포로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하룻밤을 묵은 숙박 시설을 떠나려 주차장에 들어선 순간 지진 옥외대피소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지진, 지난해 경주지진으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이 실감 돼서 인가 봅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본 순간 과연 이곳이 지진 옥외대피소로 적당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요. 옥외 대피소로 이용되는 해당 주차장은 입구를 제외한 3면이 전부 3~9층 건물로 둘러싸여 있고 주변엔 고철, 쓰레기가 쌓여있었습니다.

전남 목포 축복동에 위치한 한 지진 옥외 대피소 표지판. 표지판 주변으로 폐 비닐, 철근, 쓰레기, 고물들이 있고 표지판 뒤로도 건물 유리창이 깨진 것이 보인다. = 남동희 기자

주차장의 입구 또한 좁아 차량 두 대가 한 번에 지나가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지면 역시 울퉁불퉁하게 다져지지 않은데다가 인근 주민에게 물어보니 평균 4~5대 정도의 차량이 항상 주차를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표지판이 아니었으면 '이 곳이 과연 지진 대피소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안전과는 거리가 먼 조건의 장소였죠. 그래서 지진 옥외대피소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지정되는 지가 궁금해 졌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9403개소의 지진 옥외대피소가 있는데 이는 모두 정부가 정한 재해구호계획 수립지침을 준용한 곳들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건물 간 이격거리(수직거리)를 고려한 곳, 차량 진출입이 수월한 곳 등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제가 주말에 보았던 곳은 얼핏 들어도 지진 옥외대피소 지정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 같은데요.

해당 부처 담당자는 지진 옥외대피소 지정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합니다. 해당 조건들에 정확히 부합되는 곳이라 하더라도 사유지일 경우 함부로 옥외대피소로 지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거죠.

이에 가장 좋은 조건을 부합하는 곳이 안 되면 2, 3차 후보지로 지정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포항 지진 때도 지진 옥외대피소로 지정된 곳 중 하나인 흥해초등학교가 철근이 엿가락처럼 휘고, 콘크리트가 무너지는 등 가장 피해가 큰 곳 중 하나였기 때문이죠.

목포가 현재 지진 위험지대는 아니더라도 혹여, 지진 발생 시 해당 구역을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대피한 국민들의 안전이 보장될 확률이 적어지면 어떻게 합니까.

또 해당 지역을 지정한 목포 시청 안전총괄국 관계자는 "(지진 옥외대피소로) 지정 이후에 인근 건물이 증축했을 수도 있다"며 "중앙에서 체크리스트가 내려오면 점검하겠다"라는 등의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더욱 걱정입니다.

어찌됐든 지진 옥외대피소라는 표지판이 있더라도 다 믿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교훈을 또 한 번 얻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언제나처럼' 개인의 안전은 스스로 챙겨야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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