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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묘청 정신 한톨도 없는 중국 국빈방문이라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2.06 18:02:16

[프라임경제] 역사가이자 아나키즘 계열 독립운동가였던 신채호 선생은 한민족 역사를 통틀어 일대사건을 꼽는다면 그것은 묘청의 '서경천도운동'이라고 생각했다. 금의 압박에 대응해 칭제건원(황제국을 선포하는 것)을 하자는 대단한 '결기'가 바탕에 깔린 정치적 움직임이었다. 물론 당시 환경에 안주하던 개경 귀족들의 반발심리나 이런 대립각 행보가 결국 전쟁 내지 민생 피폐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전혀 무시할 것은 아니다.

현실을 완전히 도외시한 정치나 외교안보론을 무작정 호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운동이 성공했더라면 우리 민족의 운명 더 나아가 가치관 자체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6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초청으로 중국을 3박4일간 국빈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양국 수교 25주년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25년 기본틀을 그리는 우호와 협력의 여행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렇게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관심이 높은 것은 일명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의 보복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아서다.

중국 공업화신식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11번째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LG화학과 삼성SDI 등 한국 기업이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업계는 전한다. 여행 부문 문제는 돌아가는 모양새가 더 우습다. 단체방문객을 가로막던 조치가 이번에 비로소 풀리긴 하지만, 롯데 관련 숙박업체나 면세업체는 이용하지 말라는 엄명이 조건으로 붙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터에 청와대 내부의 고심이 없을 리 없다. 실제로 지난 번 양국 관계당국간 조율로 사드 문제가 '봉인'됐다는 자체에 안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는 존재한다. 더욱이 일명 봉인에도 불구하고 11월에 베트남 다낭에서 문재인-시진핑 양 정상간 회담에서도 사드 이야기가 언급된 걸 보면, 이번에도 이런 언급 가능성이 0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다. 

나쁜 사정, 즉 중국이 최악의 외교 결례를 귀빈을 부러 불러놓고 할 것이냐는 점을 가정해 검토와 대응의 '경우의 수'를 마련하는 것은 기우일 것이라 믿고 싶다. 사실 우리가 꺼내들 현실적 카드도 많지 않다. 다만 그런 경우가 정말 일어난다면 문 대통령이나 방중 수행 고위공직자들이 생각할 사례가 있다.

싱가포르는 대만에서 군사 훈련장을 빌려 자국 군대를 훈련하는 데 사용한다. '성광 사업'이라 한다.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이후에도 이 훈련 교류를 끊지 않는다. 경제 등 문제로 부득이 중국과 손을 잡지만, 안보 문제 때문에 중국에 올인하지 않고 자기 의지대로 중심을 잡겠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사드 문제가 자꾸 불편해질 경우, 이 성광 사업이나 묘청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2차전지 문제나 롯데면세점 보이콧 문제를 따져묻는 정도의 결기는 낼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래야만 한다. 그런 정신이 결여된 국빈 방문이라면 애초 갈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는 일정이 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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