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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모듈 안대희의 한계, 지방선거 코앞인데 아직 '부산사람'?

경남 차출설 와중 '확장성' 의문 높아…홍준표 뒤이을 대선급 인사인지 검증 필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2.11 12:42:34

[프라임경제] 법조인 최고의 영예인 대법관까지 지냈지만 안대희 전 대법관은 여전히 검사 출신으로 회자된다. 주요 대형사건들을 다수 수사하면서도 무리수나 정치적 수사 논란 등에서 자유로웠던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소장검사 시절부터 유능한 인물로 어느 사안을 맡아도 일을 크게 키우는 만능 검사로 꼽혔다. 초임 시절 당시 민생경제와 밀접한 사안인 '저질연탄' 이슈를 파헤친 바 있다. 이리저리 끼우고 빼면서 모든 걸 만들 수 있는 '만능모듈' 같은 인물로 평가받은 것. 

한때 승진 벽에 부딪히면서 사직 가능성이 주변에서 거론되기도 했으나, 묵묵히 때를 기다리다 요직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까지 올랐다.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여야 모두에게 상처를 입히면서도 정치검사로 비판받는 상황을 모면한 데에는 원칙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풀이다. 이런 행보로 그는 '국민검사'로 성원을 받았다.

법조인 시절 만능모듈론, 이번에는 대선주자급 육성론

그런 그가 '정치'와 연관되면서 다시 한 번 만능모듈 평가를 받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방선거 필승을 위해 유력인사 차출 문제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홍 대표는 특히 부산 등에서는 현직과 유력 후보군 다수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음을 공공연히 드러내 논란을 빚고 있다.

안대희 전 대법관. ⓒ 뉴스1

영남권 등에서 지방선거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면 홍 대표는 물론 한국당 전체의 정치적 운명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래서 홍 대표 진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2월 중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탄핵 여파 문제가 있지만, 최대한 빨리 후보군을 선정해 바닥표를 다지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후보만 잘 골라 빨리 공천하면 PK지역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생각도 깔고 있는 홍 대표로서는 장제국 동서대 총장을 부산시장 후보로 밀 것으로 보인다. 그와 함께 부산시장 후보로 검토되던 안 전 대법관은 경남으로의 이동 가능성이 높다.

경남에서 지방선거를 치름으로써 대선주자급으로의 육성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한국당이 현재 여전한 내분 상황을 일거에 정리하지 못하는 데에는 차기 거물급 인사 부재 상황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홍 대표로서는 지방선거 승리와 거물급 정치인 발탁 등으로 판세 바꾸기를 모색해 볼 만하다.

◆ "대선주자 가기엔…" 정치 연관 맺은 후 확장성 검토에 문제

문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부산에 검토 후 다시 경남으로의 이동이 논의되는 등 정확히 그의 정치적 위상과 지향점이 무엇이냐는 우려가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다 결국 사퇴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의 문제나 해결 불가능한 흠으로까지 보지 않는 기류가 존재한다. 사실 거액수임료는 법조계 내부에서 해결되지 못한 현재진행형 적폐 이슈였으므로, 안 전 대법관이 부패했다고 단순 정리하기 어렵다. 다만 국민검사로 평가받으면서 기대치가 높았던 점이 스스로를 벴다는 것.

다만 지난 총선에서 해운대갑을 노리다 서울 마포로 이동, 이후 다시 낙선 결과를 받아든 일련의 과정에는 아쉬움이 크다는 평이 뒤따른다.

그는 경남 함안 출신으로 부산중을 다니다 전학, 서울 숭문중을 졸업했다. 고등학교는 경기고를 나왔다.

그런 안 전 대법관은 부산 해운대를 처음 출마 대상지로 타진한 것은 학교를 다닌 인연, 검찰 재직 시절 부산과의 인연 때문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험지 차출론' 이후의 과정과 결과다. 거물이니 험지로 가서 맞붙어달라는 당의 요청이 있었던 것. 안 전 대법관은 이에 서울 마포갑을 택했다. 결전의 무대로 선택된 이유로 그는 "숭문중에 전학온 소년 안대희에게 기회를 준 곳은 마포였고, 마포가 제 인생의 디딤발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 명분과 실리, 모두 애매? 네이버엔 아직 부산 사람 방치(?)

하지만 이 선택은 '절반의 응답'으로 짜게 평가되기도 한다. 서울의 '야당 의원 지역'에 출마해 달라는 데까지는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야당 중진급 현역의원들의 지역구에 나가 달라는 염원까지는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 

이전에 안 전 대법관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던 곳은 서울 광진갑(현역은 김한길·4선), 광진을(추미애·4선), 동작갑(전병헌·3선) 등이었다. 마포의 주인 노웅래 의원과 마냥 맞붙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이들 대비 약간 수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결국 '공천 파동' 여파 작용으로 낙선하면서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은 셈이 됐다.  

함안에서 태어난 안대희 전 대법관은 지난 총선에서 부산 해운대 출마를 타진한 바 있다. 현재 네이버 정보 역시 부산을 출생지로 두고 있다. ⓒ 네이버

이번에 부산과 경남 모두에서 후보군으로 거명된 일련의 과정도 그런 오락가락 행보와 겹쳐지면서 '주어진 잔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결기보다는 모호한 스탠스라는 식으로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그를 지방선거에 차출하려는 홍 대표만 해도, 야당세가 강해 쉽지 않은 동대문을 지역으로 선거구를 옮기는 승부수를 던진 바 있는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유력 포털 네이버에는 아직 그가 부산 사람으로 소개되고 있다. 네이버는 인물정보에 올라간 당사자나 그 대리인이 그 정보 삭제를 요구하면 본인 여부를 확인한 후 삭제한다고 덧붙였다. 본인 확인만 되면 직접 '내 프로필 수정' 기능을 사용해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방선거 차출론이 무르익는 과정에서 (여전히) 부산으로 그의 프로필이 제시되고 있는 점 자체가 안 전 대법관의 정치 행보 자체를 축약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부산과 경남을 오락가락 변경해 가면서 선거에 임하는 게 구차하다고 볼 수도 있다. 포털의 기재 사항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거기까지 알지 못해서 일 수도 있다. 혹은 주요한 정체성 확립 시기를 부산에서 보낸 마음의 고향인 부산을 앞세우는 것과 함안 출신으로서 차기 지사감에 거론되는 것은 별개라는 평이 나올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이제라도 태생지 기준으로 바꾸는 게 도의라거나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평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마음의 정리부터 하고 전심전력하면서 하나씩 벽돌을 쌓아나가는 자세가 그의 정치인 인생에 더 필요한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 역시 유효하고, 네이버 고향 표기 문제의 본체가 바로 이 지점이라는 의견이 유력하다. 

검찰이나 법원에서는 어느 자리에 어느 사건을 맡겨도 유능한 인물이 정점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몰라도, 정치사에서는 이리저리 만능모듈 넣고빼기로 대선주자급까지 성장한 전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가 부산 사람으로서 경남 선거판에서 바람을 일으킬지 여부가 주목된다는 평가 속에는 이런 복잡한 평가들이 함께 녹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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