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진's BYE] "내가 제일 잘 나가?" 근자감 빠진 그들

2017-12-12 16: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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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E(Back Your Effect)는 '당신의 영향력을 다시 찾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빨리 붙여 읽으면 '백유진쓰바이'로 읽히는데 이는 중국어의 실패(失败·shībài) 석패(惜败·xībài) 자백(自白·zìbái)과 독음이 비슷합니다. 독일어로 둘을 의미하는 zwei(츠바이 또는 쯔바이)로도 들리죠. 

이 모든 뜻을 포괄한 이 연재는 시대를 잘못 만난 제품들, 판단 착오에 따른 업체의 몰락 등을 살펴 역지사지·타산지석·반면교사 삼아 자신 안에 내재된 두 번째의 자신에게 성공의 이야기를 들려주자는 의미로 기획됐습니다. 


"능력이 없는 사람의 착오는 자신에 대한 오해에 기인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의 착오는 다른 사람이 더 잘할 것이라는 오해에 기인한다."
                                -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

[프라임경제] 1995년 은행털이범 맥아더 휠러(McAther Wheeler)는 미국 피츠버그에 위치한 은행 두 곳에서 돈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그는 1시간 뒤에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죠. 왜일까요?

그는 은행을 털면서 마스크도 쓰거나 얼굴을 가리려는 어떠한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맨 얼굴은 CCTV에 온전히 찍혔죠. 그러나 경찰이 CCTV에 잡힌 그의 모습을 보여주자 그는 화들짝 놀라면서 한 마디를 남깁니다. 

"레몬주스를 뿌렸는데…."

그는 레몬주스를 투명 잉크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레몬주스를 바르면 얼굴이 투명해져 화면에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는데요. 레몬주스로 글을 쓰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열을 가하면 드러나는 과학 상식을 잘못 이해한 것이죠.

미국 코넬 대학교 심리학과의 데이비드 더닝 교수는 여기서 영감을 받아 당시 대학원생이던 저스틴 크루거과 함께 실험을 진행합니다. 이들은 45명의 코넬 대학 학부생에게 20가지 논리적 사고 시험을 치른 후 자신의 예상 성적 순위를 제출하도록 했는데요. 

그 결과 평균 점수 하위 12%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논리적 추론 능력이 상위 32% 안에 속한다고 답했습니다.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등수를 더 높게 평가하는, 흔히 말하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것이 바로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 Kruger effect)'입니다. 무지한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실제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고 믿어 자신만만한 태도를 갖게 된다는 것이죠. 반대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결함을 인지하기 때문에 자신을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해 자신감을 상실한다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입니다.

사실 이 효과는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겪어봤을 겁니다. 시험을 본 후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나 이번 시험 완전 망했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것이 대표적인 더닝 크루거 효과의 사례죠. 반대로 "나 이번 시험 잘 본 것 같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성적 하위권에 위치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더닝 크루거 효과 이전에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언급한 이들이 있는데요. 찰스 다윈은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는 말을 남겼고요. 영국 철학자인 버트란드 러셀은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지한데,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한다는 것이 이 시대의 아픔"이라 말했죠.

이들의 주장은 하나 같이 무지에서 나오는 자신감, 즉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 조직의 우두머리가 자신의 무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근자감에 도취해 아집에 찬 경영방침을 내세운다면, 한 나라의 정치인이 근자감에 빠져 자신의 사상에 치우친 의견만 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 조직과 국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퇴행하고 말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근자감에 치우치지 않는 것과 동시에 자신감만 있는 무지한 이들과 실력이 있지만 신중한 이들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번지르르한, 말뿐인 허세는 경계해야겠죠. 

백유진 기자 byj@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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