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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석유화학 결산] '슈퍼사이클' 바람에 최대 실적까지 경신

업계 최초 '누적 영업익 3조원' 관심…보호무역 장벽 위협 여전

전혜인 기자 | jhi@newsprime.co.kr | 2017.12.19 15:24:19

[프라임경제]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부터 호황이 이어지면서 올해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다만 불안정한 국제정세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더불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공급과잉 우려는 여전히 업계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불안요소로 꼽힌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2015년부터 저유가 기조와 함께 글로벌 수요 증가로 '대박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계속되는 유가 상승세에도 더 큰 폭 오름세를 보이는 수요로 제품 마진이 더욱 확대됐다.

여기에 예상보다 늦춰진 메이저 신규 증설과 허리케인 '하비'로 인한 미국 텍사스 지역 설비 피해 등의 여파 탓에 글로벌 공급이 감소하면서 그간 우려했던 공급과잉 현상이 다소 해결된 분위기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이에 따른 적지 않은 반사이익으로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다.

◆'中 환경규제 강화' 국내 업계 반사이익

시장 관계자들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고공행진에 대해 견조한 중국 수요를 바탕 삼아 수출규모를 더욱 키워온 결과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석유화학업체 중국 수출량(10월 기준)은 161억2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1.8% 늘어났다. 

중국이 환경오염 해결을 위해 한층 강화한 규제가 오히려 자국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켜 국내 업체들에게 반사이익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은 환경규제 정책의 일환으로 석탄생산을 지난해 2억9000만톤 감산한 데 이어 올해도 추가로 1억5000만톤가량을 감축했다. 이는 석탄을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대다수 중국 석유화학기업에겐 원자재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도 동반 하락하는 악영향을 불러왔다.

이런 타격을 입은 대표 제품이 폴리염화비닐(PVC)과 그 부산물로 생산되는 가성소다인데, 특히 중국산 PVC의 경우 상반기에만 가격이 200% 정도 뛰었다. 

SK종합화학과 중국 시노펙의 합작법인 중한석화의 우한 생산설비 전경. ⓒ SK이노베이션

반면 원유 부산물인 나프타를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다수 국내 기업들에 있어선 현지 가동 설비가 규제에 걸리지 않으면서 수익성이 크게 확대되는 반사효과를 누렸다. 

여기에 중국이 석탄 대신 사용을 늘리는 천연가스(LNG) 대란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중국 북부지역에서 난방용 가스 부족 사태가 이어지자 중국 정부는 산업용 가스 공급을 제한하고 인구 밀집 지역에 난방용 가스를 우선 공급 중이다. 이 결과 충칭 등 서남지역에 위치한 석유화학 설비들은 내년 3월 전후까지 생산 감축이나 가동 중단을 고려하는 실정이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중국발 가스대란과 이로 인한 화학설비 가동 축소는 다음 해 1분기까지 아시아 화학제품 가격강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더해 중국이 내년부터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공장 가동을 제한하고, 관련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환경보호세법을 시행키로 결정하면서 내년에도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따른다.

◆LG화학·롯데케미칼 '왕좌의 게임'

올해 국내 석유화학업계 훈풍을 주도했던 LG화학(051910)과 롯데케미칼(011170)은 매 분기 실적 발표마다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부동의 1위' LG화학이 지난해 롯데케미칼에 처음으로 선두를 내주면서 올해 실적 경쟁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CI. ⓒ 각 사

누적 영업이익(3분기 기준)에 있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조9919억원)을 이미 넘어선 LG화학(2조3135억원)이 롯데케미칼(2조2132억원)에 근소한 차이(1003억원)로 앞선 상태다. 

무엇보다 이들 석유화학업계 '양대 산맥'이 각기 다른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호실적을 이어가면서 업계 최초 연간 영업이익 3조원 돌파 여부와 함께 향후 사업방향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LG화학은 다양한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신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선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초점을 맞춰 폴란드에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4000여억원이 투자된 이 공장은 내년 1분기 중 양산체제를 확보해 연간 10만대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기초소재 부문에서도 범용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제품(스페셜티) 생산규모를 점차 확대 중이다. 이미 대표 스페셜티 제품군인 ABS의 경우 현재 생산량(연결 기준)이 185만톤에 달해 글로벌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ABS 마진이 올해 들어 45%가량 상승하며 수익성 향상 측면에서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여기에 내년 말까지 1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화남 ABS공장(연산 15만톤)을 현재 두 배 규모로 증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친환경 기조에 맞춰 오는 2022년까지 나주공장에 2300억원을 투자해 고부가 첨단소재 연구개발 센터를 건설하고, 친환경 가소제 공장도 증설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총 2300억원을 투자해 나주공장을 고부가 친환경 사업단지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 LG화학

에틸렌과 폴리에틸렌 등 범용소재에서 매출 절반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해외 에틸렌 생산사업을 더욱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2015년부터 3000억원을 투자한 말레이시아 법인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 납사크래커(NCC) 증설이 최근 완료하면서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에틸렌 생산규모가 이전보다 9만톤 늘어난 연 81만톤을 확보했다.

또 이를 기점으로 연달아 내년 중 국내·외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도 마무리될 경우 롯데케미칼 에틸렌 생산규모는 다음해 말 기준 약 450만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인도네시아에 100만톤 규모의 NCC 건설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베르살리스와 50대 50 비율로 합작한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 여수공장은 내년부터 본격 상업가동에 돌입하는 등 스페셜티 사업군을 위한 투자 역시 아끼지 않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 여수공장은 연 20만톤의 합성고무(SSBR 및 EPDM)를 생산할 수 있다"며 "완전 가동 시 연 5000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자급률 높이는 美·中 '통상압박' 본격화

물론 일각에선 내년부터 미국에서 본격화될 설비 증설 등으로 국내 업계 주요 제품들의 마진이 한층 줄어들 수도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거론되고 있다. 

다우케미칼·쉐브론 등 글로벌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총 950만톤 규모에 달하는 에틸렌 생산설비를 증설하면서 늘어날 공급량이 가격 하락 등으로 이어져 국내 기업 수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에틸렌 마진 확대를 기반으로 국내외 석유화학기업들은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시아 법인인 롯데케미칼타이탄 설비 전경. ⓒ 롯데케미칼

또 미국과 중국을 위시해 점차 강화되고 있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장벽 역시 업계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 미국 상무부는 지난 6월 한국산 가소제(DOTP)에 대해 반덤핑 관세 부과 명령을 최종 확정한 데 이어 7월 에멀전스티렌부다티엔고무(ESBR)에 대해 반덤핑관세(9.66~44.30%)를 발표했다. 두 제품 모두 수출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반덤핑 조사 제품이 점차 늘고 있는 점이 걱정거리다.

중국에서도 국내 수출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반덤핑 조사수위를 높여가는 추세다. 실제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한국을 포함한 3국에서 수입하는 메틸이소부틸케톤(MIBK)에 대해 예비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호석유화학(011780) 자회사 금호P&B가 29.9%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받았으며, 앞서 한국과 일본에서 수출하는 니트릴고무(NBR) 역시 반덤핑 조사에도 돌입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석유화학 수출제품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스타이렌모노머(SM) 제품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이 조만간 나온다는 점이다. 중국 수출 비중이 90% 이상일 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은 SM 제품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경우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와 관련, 중국 측에 현재 우리 기업 제품을 상대로 진행 중인 반덤핑 조사 건에 대해 공정하게 진행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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