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2017 철강 결산] 가격 인상으로 실적 개선 '불안한 회복'

매출은 물론, 조강생산량 크게 늘어…내년 국내외 위험 요인 산재

전혜인 기자 | jhi@newsprime.co.kr | 2017.12.21 18:04:53

[프라임경제] 지난 2년간 숨고르기에 나선 국내 철강업계가 올해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자동차·조선 등 대형 수요산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건설 경기가 호조를 보이며 철근 등에서 대형 실적개선이 이뤄졌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의 감산 정책이 맞물리며 가격 인상 정책이 효과를 봤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강생산량은 지난 2014년 7154만톤을 기록한 이후 △2015년 6967만톤 △2016년 6856만톤에 그치며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또 글로벌 경기 침체에 공급과잉 업종으로 지목되며 생산량 감축에 대한 압박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제품 가격 인상과 중국 조강 감산의 영향으로 매출과 생산이 큰 폭으로 오른 올해 국내 업체 조강생산량(10월 기준)은 전년(5701만톤) 대비 3.4% 증가한 5895만톤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는 이런 실적 개선에 힘입어 3년만에 연간 생산량 7000만톤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돋보이는 외형적 회복…투자 늘리는 철강사들

올해 국내 철강 빅3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와 대비해 매출(연결제무재표 3분기 기준)이 대폭 늘었다. 포스코 매출은 18.4% 증가한 45조577억원을 달성했으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역시 각각 14조0869억원(17.1% 증가) 및 4조5781억원(23.9% 증가)을 기록했다.

철강 빅3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CI. ⓒ 각 사

다만 누적 영업이익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업계 1위 포스코 누적 영업이익(3조4698억원)이 무려 46.2% 증가한 반해, 현대제철(1조402억원)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약보합세를 보였다. 상반기 충분한 가격 인상을 해내지 못한 동국제강의 경우 19.7%나 감소한 1845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매출 성장은 인상된 원자재 가격을 따라 제품 가격이 함께 상승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즉, 지난해부터 철광석과 원료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이며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한 압력이 작용한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까지 공급과잉 상황을 보였던 중국 철강산업이 구조조정을 위해 조업 제한을 두면서 중국 철강 가격도 함께 오르면서 국내업계가 가격을 인상하는 데 한몫했다. 

여기에 오는 4분기에도 호조세는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긴 부진에 빠져 있던 국내 철강사들이 오랜만에 업황을 회복할 기세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당시 올해 매출액(연결기준)을 연초 계획보다 4조7000억원 늘어난 59조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런 상승세에 힘입은 국내 기업들은 장기간 구조조정을 끝마치고 사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고유기술 기반의 철강사업 고도화 △비철강사업의 수익성 향상 △차별화 역량 기반의 미래성장 추진을 중장기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보수를 마친 포항제철소 3고로에 불을 붙이는 화입식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포스코

이를 위해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한 월드프리미엄(WP) 제품 중에서도 시장성 및 수익성이 월등한 제품을 별도 구분해 '월드프리미엄 플러스'로 명명, 판매 비중을 확대해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포스코는 리튬·니켈 등 비철강 부문에서도 에너지저장 소재 양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올해 국내 최초 탄산리튬 상업생산에 성공, 현재 광양제철소 내 리튬 공장(PosLX)을 통해 연 2500톤 규모의 탄산리튬을 생산할 수 있다.

올해 특수강 양산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현대제철은 내년까지 약 40개 전략품정에 대해 완전 양산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현대·기아차와의 계열사 시너지로 시장 진입에 비교적 원활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순천공장 제3용융아연도금(CGL) 설비 역시 올해 시운전을 거쳐 내년 2월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더불어 지난달 국내 업계 최초 런칭한 내진강재 브랜드 '에이치코어'도 내년부터 본격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전방산업 업황에 갈린 '적극적 가격인상 정책'

올해 국내 철강사들은 적극적으로 가격 인상 정책을 추진했으나, 주요 전방산업의 업황에 따라 인상 폭은 차이를 보였다.

건설용 철근은 높은 단가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존 수요업계와 공급업계 간 협상을 통해 가격을 정하던 방식에서 공급자인 철근 메이커들이 각자 기준가격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바뀐 하반기에만 톤당 7만원 가량 급증했다.

철강사 대표 전략제품인 자동차강판의 경우 상반기 전후로 포스코가 톤당 9~10만원 올린 반면, 현대제철은 6만원 수준에 그쳤다. 당초 13만원의 인상을 주장했으나, 가장 큰 고객사이자 모기업인 현대·기아차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원하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아울러 포스코·현대제철 등 후판 공급사들은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와 약 4개월 이상의 장기 협상 끝에 5만원 인상하는 데 합의하면서 그간 부진했던 후판 수익성이 다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판의 경우 지난해부터 조선업계 부진으로 가격이 동결돼 사업 적자가 누적돼 왔는데 이번 인상을 통해 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원하는 수준만큼 가격이 오르지 않아 바로 흑자 전환까지는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잉공급·반덤핑·전기료' 3중고…내년 업황 불확실성 우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철강사들은 내년 1월 곧바로 주요 철강재에 대한 가격 인상을 추가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잠시 주춤했던 철광석·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이 4분기 들어 다시 상승 기조로 돌아섰으며, 철스크랩 역시 최근 5만원 이상(톤당)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철강사들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소형 유통대리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철강사들이 유통향 철강재 가격을 계속 인상시키고 있으나, 수요는 없어 유통사들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통사 수요자들은 대부분 소형 영세업체들인 만큼 그 부담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런 수요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철강업계는 여전히 원자재 인상분만큼 충분한 인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내년부터 업계에 닥칠 '삼중고'에 대한 불안감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현재 노후 조강 설비 폐쇄로 감산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이 다시 수출량을 늘리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재무성은 그간 자국 철강 제품에 대해 부과하던 10~15%의 수출세를 내년부터 약 5%p 낮추고, 일부 제품에 대해선 아예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다수 중국 철강사 수출 제품이 사실상 수출세를 부담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으나, 과잉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은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수입 유정용강관에 대한 반덤핑관세를 대폭 올렸다. 사진은 세아제강 포항공장에서 생산하는 강관재. ⓒ 세아제강

또 이런 과잉공급이 미국 및 유럽 등 주요 수출국의 보호무역주의 장벽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실제 미국은 기존 한국산 철강 선재 반덤핑 예비관세(10.09%)를 40.8%로 수정했다. 그동안 관세율이 높지 않았던 유정용 강관 역시 4월 24.9%로 변경한 이후 2차 연례재심(10월)을 통해 최대 46.37%까지 올렸다. 지난해 1.20%에 머물렀던 스탠더드강관 관세도 최근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선 8.18~38.16%에 달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올 들어 한국을 포함한 수입산 철강이 자국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취지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착수했으며 해당 결과가 곧 발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제재가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미국 수출 물량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데 만약 이번 조사로 다른 규제가 추가될 경우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내부적으로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논의가 걱정거리다. 

최근 정부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3시부터 익일 9시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저 기준단가 절반 이하 수준까지 할인해주는 '경부하 요금제'를 개선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 따른 전기료 인상은 당분간 미미하겠지만, 24시간 전기로를 가동할 수밖에 없는 업계 특성상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발전단가 상승에 따른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태"라고 말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