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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논란' 와중 휴가 낸 文, 촘촘한 일본외교와의 줄다리기 고심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2.28 10:24:55

[프라임경제]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의 위안부 협의에서 대단히 수세적인 졸속 협상을 한 데다, 민감한 내용들을 숨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외교 부처에서 주력하는 것이 맞지만 국가적으로 엄중한 대처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 사안의 경우 통상 30년간 대외비를 유지하는 관행을 깨고 약 2년만에 문제점을 캐고 이를 공표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전 정권은 물론 일본과 사실상 전면전을 개시한 상황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적 마찰은 물론, 민족 감정 문제도 걸려 있어, 청와대가 콘트롤 타워를 직접 맡을 수밖에 없다는 부분도 고려 대상이다. 

청와대 관계자 "이제 시작", '공약' 뒷받침 조치 발표도 일단 유보

이런 '이면 합의 후폭풍'을 맞이한 당국은 대체로 정중동 태세로 보인다. 28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은 익일(29일) 하루 연차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TFT의 위안부 문제점 지적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모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는 데 실질적 조치를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세부 방침 등을 밝히는 데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우선 당장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12·28 위안부 합의를 무효화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는데, 그에 대한 명확한 대처가 이번 TFT 발표 이후에도 바로 나오지 못했다. 

앞의 관계자는 "오늘(27일)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장 입장을 내기엔 무리가 있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28일 오전에도 고심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임 정부에서 일어난 일을 (현) 정부가 받은 것"이라 대처가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이제 시작"이라며 긴 호흡으로 바라봐 줄 것을 기자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문 대통령이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므로 편안한 휴식 시간이 될 수는 없어 보인다. 앞으로의 큰 그림을 그리는 브레인스토밍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풀이가 뒤따른다. 

이런 풀이는 휴가 사용 등 다소 느긋한 방법론을 문 대통령이 구사하는 것은 단기에 밀도높게 일을 추진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한 때문이라는 해법과도 맞닿아 있다. 일반적인 숙의와 토론으로 치열한 전개를 해도 문제의 해결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위안부 이면 합의 이슈로 문재인 대통령의 콘트롤 타워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사진은 회의 중인 문 대통령과 청와대 고위급 관계자들. ⓒ 청와대

휴식 등을 통해 지구전에 대응할 필요가 높고, 숨고르기 과정에서 큰 그림을 떠올리는 '궁리와 사색'도 필요하다. 사고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매몰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결의로 볼 수 있다는 것.

이미 더 잃을 게 없다? 일본 외교 깰 '사고 전환' 주목?

이는 일본 외교의 촘촘함과 뒷배경이 되어 주는 미국 문제 등 고려할 사안이 적지 않은 점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 TFT 보고서가 나온 직후 당장 재협상의 싹을 자르려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직접 나서 담화를 내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의 변경을 시도할 경우 한일 관계는 불능에 빠진다"며 "(재협상 시도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까지 강하게 반격했다.

이는 일본이 이번 문제에 이미 내심을 정하고 대처할 뜻을 세웠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보고서 발표 시기나 기존 합의 내용에 대한 정면 수술 요구 등이 언제 나오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라, 불쾌감을 갖고 결전 태세를 완비했던 것. 

우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흥행 문제를 이유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참석 여부 등과 위안부 문제 강력 대응 가능성 등을 조율하려는 것을 이미 간파, 핵심을 찌르려는 대처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미 일본 외교 당국은 우리 측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아베 총리의 평창 참석이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아사히신문은 21일 보도한 바 있다. 이미 이때부터 선을 긋고 있었던 것. 

일본의 외교,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아베 정부의 외교는 대단히 촘촘하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아베 총리가 즉시 방미, 당선자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대선 기간 중 가메이 시즈카 전 금융담당상이 트럼프 캠프에 친분을 쌓은 것이 주효했다.

최근에는 그간의 정책 기조를 변경,아베 총리가 파리기후변화협정에 가는 대신 장관급 참석을 시키기도 했다. 서밋에 아베 총리가 불참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협정에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이었던 일본 정부의 그간 자세와 배치되지만, 일본과 미국의 연결 고리 강화를 위해 '트럼프 왕따' 상황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자임하기까지 한 것이다. 

이런 공든 성과로 지난 번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서도 아베 정부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총리에게 비우호적인 언론들조차도 무역적자 발언 등 일부 문제는 제스처일 뿐, 대체로 양국 스킨십은 성공적이라고 분석, 보도할 정도였다. 

종합하면 일본과의 줄다리기가 어렵다. 아울러 평창 문제 등에서 우리는 이미 더 잃을 게 없는 제로 베이스에 서 있다. 더 잃을 것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 당장 대책을 내놓으라는 정파적 압박 대신, 청와대에 전권을 몰아줄 때라는 풀이가 그래서 나온다. 

외교안보 현안에서 미국에 적극적으로 영합하면서 대신 각종 호의를 얻어온 일본의 외교력에 비집고 들어갈 틈은 어디에 있는지 '앞날'만 볼 필요가 높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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