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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연기' 도출한 한·미 정상 통화…주어진 과제는?

'올림픽' 특수성 반영 제한된 양해 관측… "대북 제재, 국제적 공조 이탈 없다" 신뢰 쌓아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1.05 09:13:47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밤 전화 통화를 하고 3월로 예정됐던 '키리졸브 훈련' 등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두 정상의 이번 결정은 평창 겨울올림픽 안전 보장에 최선을 다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결단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연합훈련 연기 제안을 수용하면서 평창 관련 청신호가 켜진 것은 물론, 북측과의 대화 기조 역시 큰 분수령을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신년사로 북측은 평창 참가(대표단 파견) 가능성을 제시했고, 우리 역시 고위급 회담 제안이라는 화답을 한 바 있다. 우리와 북한 양측은 연락망 재개통 등 이후 수순을 진행하며 교감을 계속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측이 내놓은 일련의 대화 제스처에 대해 "좋은 일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는 신중한 반응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시큰둥한 내심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평창을 빌미 삼아 핵 보유 지위 인정 문제 등 돌파구 마련을 하려는 북측의 꼼수로 판단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 반응을 보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화 통화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 변화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훈련 문제 합의는 북한 신년사 상황 이후 일각에서 한·미 동맹의 입장차가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을 고려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의 일관되고 강력한 집행을 여전히 바라지만 평창 이슈라는 특이성에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한 문제의 함수 관계에 대해서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 동맹 관계의 '균열 우려'를 차단할 필요를 더 크게 느낀 결단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훈련 연기를 발표하는 대신 전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저를 대신해 그렇게(훈련 일정 중단) 말씀하셔도 될 것 같다"고 언급하는 방식을 택하는 등 일부 세부적 진행의 함의를 고려한 진단이다. 그간 훈련 중단에 반대했던 미국이 부담을 느껴 절충적 태도로 처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따라서 북측의 대표단 참석 등 대화 진행을 통해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모멘텀을 확보하고 긴장 완화를 추구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민족 내부의 현안이라고만 볼 것도 아니다. 

본격적인 대화 국면이 시작되더라도 한국이 대북 국제공조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미국 지도부의 우려를 극복하고, 동맹 관계와 국제적 질서에 상충하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남과 북의 문제를 푸는 동시에 북한 핵 문제로 세계의 관심이 모이는 만큼 국제공조 전반의 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2개의 숙제 묶음이 주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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