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식의 콘텐츠렌즈] '영화 1987'에 비친 CJ '잃어버린 4년'과 문화보국

2018-01-05 09: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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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영화나 드라마·소설, 그리고 스포츠 등 여러 문화 콘텐츠는 직·간접적으로 현실 사회를 반영한다.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이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 콘텐츠 배경이나 제목, 주제가 어떤 상황과 이어지기도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 현상도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콘텐츠렌즈'에선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콘텐츠의 직·간접적인 시선을 공유해본다.

"우리한테 남은 마지막 무기는 진실뿐입니다."

지난 1987년 1월,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 故 박종철 군이 사망한다. 박 처장(김윤석)의 주도 하에 경찰은 증거인멸을 위해 시신 화장을 요청하지만, 당일 당직 최 검사(하정우)가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인다.

당시 경찰은 사인에 대해 폐결핵 지병으로 인한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거짓 발표를 했으며, 박처장 역시 "조사관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답네다"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현장에 남은 흔적들과 부검 소견은 고문에 의한 사망을 가리키고, 윤기자(이희준)는 취재 끝에 '물고문 도중 질식사'를 보도한다. 이에 박처장은 조반장(박희순) 등 형사 둘만 구속시키며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 

지난 연말 개봉한 영화 '1987'은 31년 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누적 관객은 269만1100여명(2일 기준)으로, 이전 극장가를 장악하던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975만600여명)'와의 격차를 점차 줄이며 무섭게 따라붙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정치적으로 한 쪽에 편중된 영화'라고 매도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지만, 이 역시 CJ에게 있어선 '잃어버린 4년'의 카타르시스에 불과하다.

사실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17대 대선을 앞두고, 개봉한 영화 '화려한 휴가(2007년작)'를 시작으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영화를 대거 배출하면서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특히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는 광해 대신, 민심을 헤아릴 줄 아는 대역을 진짜 왕으로 만들자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1년 개봉)'도 18대 대선 이전 개봉하면서 큰 충격을 줬다. 또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 삼은 영화 '변호인' 역시 CJ창업투자사가 공동 투자하면서 CJ 영화로 인식되고 있다.

 

▲계속되는 박근혜 정권 탄압에 못이겨 2014년 보수적 코드가 짙은 국제시장을 개봉한 CJ는 불과 3년만에 특유 색깔이 녹아든 영화 '1987'를 내놓으면서 흥행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각 영화 포스터. ⓒ 구글 이미지 캡처

MB 정권 때부터 이런 CJ를 눈엣가시로 여긴 박근혜 정부는 가만 두질 않았다. 이재현 회장 구속을 시작으로, △손경식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퇴 △이미경 부회장 퇴진 등으로 이어진 박근혜 정권의 탄압은 그룹 수뇌부 전체에 타격을 입힌 것이다.

덕수(황정민)와 영자(김윤진)가 부부싸움 도중 '애국가'가 나오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다. 그 장면을 본 당시 여당과 정권에서 '굉장히 애국적인 영화'라며 칭찬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계속되는 압박을 버티지 못한 CJ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애국심을 강조하는 △명량(2014) △국제시장(2014) △인천상륙작전(2016) 등 보수적 코드가 짙은 영화를 내놓기 시작했다. 여기에 CJ E&M 전 채널에 '창조경제를 응원한다'는 문구를 새긴 광고를 시종 방송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은 나치가 프로파간다 목적으로 영화를 이용한 것처럼 압력과 배제의 방식을 자유시장에까지 행사한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에 의해 의도치 않은 '잃어버린 4년'에 빠져있던 CJ는 정권교체 이후 영화 '1987'을 시작으로 점차 본인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이재현 회장은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문화 없이는 나라도 없다'라는 말을 인용해 "역사적으로 경제 강국의 전제조건은 문화강국"이라며 "우리나라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결국 문화상품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과연 CJ가 영화 '1987년'을 기점으로 '잃어버린 4년'이라는 흑역사를 뒤로 하고, 문화보국을 목표 삼아 '초일류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전훈식 기자 chs@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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