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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IBK·산업은행 가상화폐 덕 화색, 보안은?"

박용진 "3대 특수은행 1조3200억 예치금 싹쓸이"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8.01.05 16:40:31

[프라임경제] 비트코인 등 이른바 가상화폐(암호화폐) 광풍 속에 농협과 IBK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3대 특수은행이 막대한 예치금을 쓸어 담으며 특수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규모가 세계 최대 수준까지 급성장한 가운데 지난달 12일 기준 전체 금융사의 가상통화 취급업자 관련 예치잔액은 2조6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322억원 대비 64배 늘어난 규모다.

가상화폐 거래를 둘러싼 규제 등 제도구축이 이제 걸음마 단계임을 감안하면 공공성이 강한 특수은행들이 돈벌이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가상통화 취급업자 관련 예치잔액이 가장 많은 금융기관은 농협과 기업은행 순이었다.

여기에 산업은행까지 더해 3대 특수은행의 예치잔액은 1조3240억원에 달해 시중은행 (7430억원)의 두 배 가까이 많았다. 그만큼 이들이 시중 민간은행들에 비해 가상화폐 관련 수수료 수익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농협은 가상화폐 취급 관련 계좌를 단 두 개만 개설해줬지만 계좌잔액은 7865억원으로 최고였다.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인 빗썸과 3~4위권 대형사인 코인원이 주거래은행으로 농협을 이용한다는 게 이유다.

농협이 터준 가상화폐 '모(母)계좌'는 두 개뿐이지만 하위 개념인 '가상계좌'는 수백만개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눈길을 끈다. 가상계좌는 대학, 기업 등 법인고객이 대량의 집금·이체에 활용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부여받는 계좌로 개별고객의 거래를 식별하는 데 쓰이는 일종의 자(子)계좌다. 법인계좌 하나 아래 거미줄처럼 많은 가상계좌가 얽혔다.

박용진 의원은 "농협이 자산규모 등에서는 5위 정도에 그치지만 점포 수로는 단연 국내 최대 은행"이라며 "지방 곳곳까지 농협 지점이 없는 곳이 없는 만큼 가상통화 거래에 최적화된 금융사가 농협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2위인 기업은행에는 30개 계좌에 총 4920억원이 예치돼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두 달 사이 급성장한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고객으로 잡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는 3개 계좌에 455억원이 예치돼 있는데 주요 거래소인 코인원이 산업은행에 계좌를 텄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국민은행이 3879억원(18개 계좌)으로 예치잔액이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가상통화의 투기과열, 불법자금거래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공공성이 강한 특수은행들을 중심으로 이에 편승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면서 "사실상 사행성, 불법행위를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가상통화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만큼 은행들의 자체적인 보안·보호시스템 구축과 함께 관련법 통과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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