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차 산업혁명 선두 펭귄이 된 코닥, '노오력'의 비결

2018-01-11 11:33:09

[프라임경제] 가상화폐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이스트만코닥에서 이 시장에 뛰어든다고 해서 화제다. 

이스트만코닥과 가상화폐의 조합이라니, 혼란스러운 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스트만코닥은 아날로그 필름을 최초로 상용화한 바로 그 회사다. 필름 카메라를 쓰던 시절, 노란통에 담긴 코닥필름이 세계를 주름잡던 때가 있었다는 기억이 새롭다.

디지털카메라의 약진으로 아날로그 시장이 위축되면서 휘청거렸던 이 회사는 간신히 살아난 이후 회사의 명운을 걸 미래 먹거리로 가상화폐를 선택했다. 살아 남으려니 가장 뜨거운 시장, 하지만 아직 그것이 신기루일지 확고한 블루오션일지 불분명한 영역에 뛰어들었다고 볼 것만도 아니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진 문제와 이 가상화폐를 접목한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코닥은 사진 저작권을 거래할 수 있는 '코닥원'이란 플랫폼을 만들고 이 플랫폼에서 거래의 매개가 될 가상화폐 '코닥코인'을 발행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쯤 되면 코닥마저 가상화폐가 아니라, 코닥만이 할 수 있는 가상화폐로 프레임이 바뀌는 대단히 혁신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 한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기존의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산업구조가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데 있다. 그런데 가장 아날로그적인 회사로 볼 수 있는 코닥이 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관통하는 길을 열었다. 

가상화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의 꽃'이라 여겨지고 있기에, 이런 코닥의 혁신 정신은 시대의 총아로 역사책 한 구석이나마 이름 올릴 자격이 충분하다고 미리 단정하면 지나친 호들갑일까?

많은 이들이 코닥을 시대 조류를 무시해 몰락한 경영실패 사례로 얼마 전까지 꼽아왔다. 디지털 카메라 기술의 핵심을 먼저 손에 쥐고도, 스스로 아날로그 필름 시장을 위축시킬 필요가 없다며 안주하다가 다른 회사들에게 선수를 뺏겼다는 드라마틱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런 '배부른 돼지'에서, 얼음 아래로 선뜻 뛰어드는 '선두 펭귄'으로 확고하게 정신 개조를 한 게 바로 이 가상화폐 진출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펭귄들은 배가 고파도 얼음 조각 위에서 웅성거리고 모여 뛰어들기를 주저한다고 한다. 바다 아래에는 물고기도 있으나 바다사자에게 오히려 사냥당할 위험도 크다. 이때 선두에서 용감하게 뛰어들어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펭귄이 있고, 그 뒤로 안전을 확인하고 다른 펭귄들이 뛰어든다고 한다. 

그런데, 코닥의 노력은 '선두에서 시대를 선도한다'는 선두 펭귄스러운 마인드 회복으로만 볼 건 아니다. 바로 '노오력'의 문제다. 요새 젊은층에서는 아무리 힘써도 시대를 잘못 타고난 점을 메울 수 없다며 자조적인 느낌으로 노력 대신 노오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심에서 그런 표기를 하기도 하고, 보통의 노력 대신 더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표현하기 위해 길게 노오력이라고 쓰는 면도 있다.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코닥,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머리를 쥐어짰을까? 이때 힘이 돼 준 것이 바로 장기간 쌓아뒀던 자신들의 필름 및 사진 기술이었다. 필름은 쓸모가 급전직하 했을지언정 그 과정에서 얻은 사진 영역 관련 노하우가 상당했다. 

자신들이 가장 잘 아는 사진, 그리고 사진가들의 저작권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로 처리할 수 있는 점에 착안했다. 거기 가상화폐를 얹으니 코닥원과 코닥코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펭귄은 용감함과 참신한 생각만으로 탄생할 수도 있으나, 오래도록 쌓아온 일명 노오력의 힘이 그 생명력을 신화적으로 높여줄 수도 있다. 가상화폐계의 펭귄이 된 코닥은 그런 색다른 점을 보여주고 있다. 오래된 식상한 표현을 빌리자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불경기와 규제 어려움 때문에 고통받는 우리 기업들이 많은데 이런 점을 정부와 정치권에서 바로잡고 돕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이런 사례를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았으면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데 우리 회사는 손 놓고 한탄만 하고 있는가, 혹은 어떤 노오력과 브레인스토밍을 동시에 하고 있는가?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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