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식코너 사라질까"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에 유통업계 '촉각'

2018-01-11 16:32:53

[프라임경제] #. "유통업법이 개정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이들 학기도 남아있는데….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 갑자기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면 막막할 것 같아요." - 판매사원 이모씨(57)

#. "남편과 이혼한지 3년 됐고, 경력이나 전문 기술도 없는 상태에서 이 일자리마저 없어지면 어디서 일해야 할지 답답합니다. 정부가 법을 개정하기 전에 우리 같은 근로자들의 문제도 생각해주길 바라요." - 판매사원 김모씨(54). 

유통업계가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납품업자가 종업원 파견 시 비용 부담을 분담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유통업계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통과 될 경우 유통업계는 가장 먼저 대형마트의 시식코너가 사라질 것으로 우려한다. 최저임금이 오른 상황에서 납품업체 종업원 인건비 부담이 커진 만큼 판매사원을 축소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백화점협회에 따르면 판매사원은 대형마트 3개사 약 3만4000명, 대형 백화점 5개사 약 8만6000명으로 총 12만명에 달하고 있다. 법이 개정될 시 백화점·대형마트에서는 연간 약 1조8000억원이 넘는 지출이 예상된다.

이에 납품업체 직원의 인건비 부담이 가장 큰 대형마트들은 개정안 통과 시, 시식코너를 줄이거나 없애는 방안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방침에 시식코너 직원의 고용불안은 물론, 전문적으로 이들을 파견하는 협력사 역시 경영상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약자를 위한다는 취지에서 규제안을 마련했지만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는 어떻게 되나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발의한 '대규모유통업 개정법률안'은 대규모점포에서 근무하는 판촉직원의 인건비를 대형 유통업체와 협력업체가 반씩 분담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소비자들이 시식코너를 통해 시식 후 제품을 살피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프라임경제

개정안에 따르면 이 법률안은 종업원을 파견받기 이전에 납품업자 등과 파견비용 분담비율을 서면으로 약정하도록 했다. 

또한 파견비용은 유통업자와 납품업자가 종업원 파견을 통해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적 이익 비율에 따라 분담하도록 명시했다. 이익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다면 50대50으로 분담해 지급해야 한다.

이전까지 제품 판촉을 원한 납품업체가 인건비를 부담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져 왔지만 앞으로는 이를 마트 측에서도 부담하도록 대규모 유통업법을 개정해 법률로 명시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자가 찾은 한 대형마트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 시식코너엔 활기로 가득했다. 호빵부터 만두, 라면, 커피까지 다양한 시식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고객들 역시 음식을 맛보며 장바구니를 채운다. 

시식코너에서 큰 목소리로 제품을 홍보하며 고객의 발길을 붙잡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납품업체 소속 직원이었으며, 일부는 협력사 소속 근로자로 꾸려졌다. 대규모유통업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내용을) 잘 모른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한 식품업체 시식행사 근로자는 "어떻게 개정되는지 잘 모른다. 소속사에서도 별다른 말이 없어 예전처럼 일하고 있다"며 "만약 시식코너가 없어지면 우리는 해고되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유제품을 판매 중이던 판매사원은 "정말 시식코너가 사라진다면, 온라인 쇼핑만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하나씩 더 붙여주는 정도 없어질 것이다. 누구를 위한 법안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판촉 근로자는 "시식행사를 하는 것과 하지 않을 때와 매출 차이가 난다"며 "소비자들에겐 필요한 부분인데 시식이 없어지면 매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 부담…효율적 상생 방안은?

법률안 개정발표에 유통업계는 최저임금 상승과 맞물리며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금과 원자재 인상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식코너를 유지할 경우 인상된 임금과 분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품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가격인상에 따른 부담은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대형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시식코너 축소에도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시식행사나 특서매장을 통해 유통업체가 얻는 이득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우리(마트)가 시식행사나 판촉행사를 통해 얻는 이득이 크지 않은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면 시식코너와 행사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 관계자 역시 "납품업체 측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행사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우리(백화점) 직원을 단기로 투입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대형 유통사들의 입장에서 납품업체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 달리 되레 납품업체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형 식품업체 관계자는 "대형 식품업체 소속 판매사원들은 대부분 정규직 사원들로, 본사 측 월급을 받고 있다"며 "인건비 부담을 나누는 것은 마트가 공공연히 지시 통제할 수 있는 빌미만 제공할 뿐, 환영할 일이 전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는 탁상행정"이라며 "제조사를 위한다면 이보다는 제조사와 유통사 간 입점 수수료 등 여러 가지 항목을 손보는 것이 현실 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견업체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당장에 중견기업부터 힘들어질 것"이라며 "결국에는 유통업체가 부담한 인건비를 다른 항목으로 보존해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도, 협력업체 근로자도, 납품업체 어느 누구도 보호하지 못하는 법률안이 무슨 소용 있겠느냐"며 "모두를 보호하고 상생할 수 있는 보다 신중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현재 대형마트·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횡포를 막기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17건 발의됐고, 한 건만 통과된 상황이다. 

지난 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와 일정 수량의 상품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그 수량을 적은 계약서를 납품업체에게 주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추민선·하영인 기자 cms@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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