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내 상명하복 '군대문화' 사라진 직원 인격은?

2018-01-11 17:42:13

- 군대식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 여전…배려 아닌 '철저한 복종' 강요

[프라임경제] 국내 대부분 기업들에는 상명하복식 군대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군대문화가 단순히 기업뿐 아니라 권위에 복종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적 무의식으로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군대문화는 존중과 배려보다는 철저한 복종을 강요하는 강압적 모습이 대부분이며,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은 상명하복 문화에 젖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보니 몇몇의 기업들은 뒤늦게 군대문화가 현대의 성과주의형 조직관리에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잘못된 권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다수의 기업들은 군대문화를 신입사원들에게 강요하며, 그들이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길들여 가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최근 연이어 군대문화의 민낯이 또 다시 드러났다. 많은 기업들이 신입사원 연수 때 해병대 캠프나 행군 등의 극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도전정신을 함양하고 팀워크를 발전시킨다는 좋은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의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삼성에스원, 군대식 얼차려에 폭언·욕설 난무

먼저, 삼성에스원이 채용 전 단계인 교육연수 과정에서 예비사원들에게 얼차려와 폭언을 가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앞서 삼성에스원은 2017년 하반기 채용 후보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연수를 진행했는데, 당시 후보생들이 교육담당자들로부터 △쪼그려 뛰기 △앉았다 일어났다 △오리걸음 △엎드려 뻗쳐 등과 같은 얼차려와 함께 다양한 욕설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비용역업체 삼성에스원이 잇따른 직장 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 노병우 기자

특히 한 후보생은 금연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받은 얼차려에서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고, 연수 중 퇴소해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어떤 보상도 이뤄지지 않아 논란을 더욱 키웠다. 

삼성에스원 측은 퇴소당한 후보생의 경우 무릎 부상이 교육과정에서 발생됐다는 증거가 없으며, 애초에 후보생이 무릎 부상이 있었음에도 이를 오히려 숨겼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과정에서 얼차려와 욕설은 없었으며,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현장 출동요원인 만큼 교육기강 확립 차원의 훈련만 있었다고 논란을 전면 부인했다. 

삼성에스원을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삼성에스원 노동조합이 관리자들에게 상시적인 폭언을 당했다며 공개한 녹취록은 논란을 더욱 크게 키우고 있다. 

지난 5일 삼성에스원 노조는 서울 중구 삼성에스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는 삼성에스원에 만연한 직장 내 폭언사건 재발방지를 위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노조가 출범한 뒤 회사 관리자들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폭언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노조는 회사에 한 달여간 징계를 촉구하고 공문을 발송해 관련자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노조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삼성에스원은 '근로기준법 제8조 폭행금지'에 저촉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현재 노조 측은 "삼성에스원은 가해자 엄중징계를 통해 갑질 행위 재발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주장, 사측은 "회사 내규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열고 당사자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고 반박하고 있다.

◆행군 위한 피임약 지급부터 산행 중 직원 사망까지

한편, KB국민은행도 최근 신입사원에게 100㎞ 행군을 시킨 것도 모자라 여직원들에게는 피임약을 제공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3~4일 신입사원 연수 기간에 신입 여직원들에게 피임약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3년 전부터 피임약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은행이 신입사원에게 100㎞ 행군을 시키고, 여직원들에게 피임약을 제공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 KB국민은행

현재 KB국민은행은 연수 프로그램 중 하나인 100㎞ 행군 때 생리 중인 여직원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 이를 배려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약을 억지로 지급하면서까지 행군을 강요하지 않았다"며 "행군 직전 여직원들을 불러 모은 뒤 희망자의 한해 미리 준비한 피임약을 나눠줬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입사원이 입사 후 처음으로 받게 되는 연수에서 몸 상태를 이유로 프로그램 참여에 빠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행군 자체를 비난하는 비판이 적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전정신과 조직문화 교육이라는 명분아래 업무능력과 무관한 극기 훈련을 연수 프로그램에 포함시켜 무리하게 군대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대보그룹의 경우, 회사 단합대회로 진행된 산행 중 직원이 갑자기 쓰러져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회사 직원들은 언론을 통해 등산은 회장의 지시로 직원들에게 강제적으로 요구된 것이라 주장했다. 

무엇보다 행사에 참가하지 못한 직원에게는 자비로 지리산에 가서 '지리산 천왕봉 등정 인증샷'을 찍어 제출하도록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은 더 크게 확산됐다.  

또 직원들은 평소 회사 내에서 직원들의 건강을 위한다는 이유로 점심시간에 엘리베이터 사용금지를 강요받아 왔다고 밝혔으며, 엘리베이터를 타다 적발될 경우 지하 2층에서 지상 10층 계단을 20회 왕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병우 기자 rbu@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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