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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성장과 발전의 시대에서 안배와 복지의 시대로"

남동희 기자 | ndh@newsprime.co.kr | 2018.01.24 15:31:20

[프라임경제] 트리플래닛이라는 게임이 있다. 게임에서 가상의 나무를 심으면 실제로 나무를 심어주는 방식의 게임인데, 2년 전 MBA 수업에서 교수가 CSR(기업의사회적책임)의 최신 트렌드 사례로 들고 와 소개해 알게 됐다. 

당시 교수는 점차 기업들이 이런 '얕은 수'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면서 맹렬히 비판했지만 내 견해는 달랐다.

우선 쇼핑도 귀찮아 온라인으로 식자재부터 명품가방까지 사는 현대인이 쉽고 재미있게 봉사활동에 접근할 수 있게끔 해 참신했고,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은 찾아볼 수 없던 이들에게 '환경보호는 모두의 책임'이라는 걸 조금은 인식시켜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이 갑자기 다시 생각났던 이유는 최근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정부와 강남 재건축 시장 간의 싸움 때문이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치솟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나섰다. 특히 강남 3구 등 일부 지역은 투기세력이 집중됐다고 평가돼 타깃이 됐다. 재건축시 조합원 이익금이 1인당 평균 3000만원 이상이면 초과분 금액의 10%~50%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까지 부활되며 이들의 목을 더욱 죄었다. 

지난주에는 재건축 실시 연한 자체가 너무 짧다며 10년 더 늘려 40년으로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국토부 장관이 경고를 날렸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실행할 경우 강남 일부 가구는 평균 한 가구당 최소 4억에서 8억원의 세금을 내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자 불만이 터져나왔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이 투기목적이던 무엇이던 간에 사유재산을 늘리겠다는데 일반 세금에 재건축에 한 해서는 더 내라니 이중과세가 아니냐는 말이다. 또 더욱이 일부 지역에서, 유독 재건축에만 까다롭게 구니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

갈등은 점점 깊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 중 강남에 거주하는 한 주부를 만났는데 "강남에 사는 것 자체가 죄가 되는 것 같다"며 "유전무죄가 아니라 유전유죄 세상이다"고 하소연했다.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지만 분위기를 좀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트리플래닛을 통해 평생 식목일에 꽃 한 번 심어 본 적 없던 이가 몽골에 나무를 심게 된 것처럼 말이다.

'무조건 많이 버니까 더 내'가 아닌 '당신의 세금으로 한 명의 무주택자가 집을 얻을 수 있게 됐다'라는 식의 느낌을 받게 하자는 거다. 구체적인 방법까지는 제시하지 못하겠다. 다만 우리 사회가 점차 성장과 발전의 시대에서 안배와 복지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하는 단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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