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망해도 돈으로 무마? 산재는 곧 범죄

2018-01-30 16: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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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23일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을 의결했다. 이 대책에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안전관리 가이드라인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노동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 수를 뜻하는 산재 사고사망만인율은 2016년 조사 기준 0.53이다.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평균은 0.30 수준이다. 정부는 오는 2022년이 오기 전 이 수치를 0.27로 절반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발주자·원청 등 주체별 역할 및 책임 명확화 △건설·조선 등 고위험 분야의 집중관리 △안전 우선 문화 확산 등을 대책의 골자로 내세웠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해당 대책이 발표된 그 주, 산업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국무회의 당일인 23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작업 중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1명이 전신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동했으나 이틀 후 숨졌다. 이 사고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25일부터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으로부터 조선사업본부 작업장 전체에 대해 무기한 작업 중지 명령을 받았다.

작업 중지 명령 하루 전인 24일에는 자회사 현대중공업모스의 하청업체 노동자 1명이 현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마찬가지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25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질소가스 누출로 사망했다. 이들은 산소공장 필러설비 내장재 교체작업을 하던 중 새어나온 질소를 흡입해 생명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관 50여명을 투입, 현재 포항제철소를 대상으로 특별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산재를 줄이겠다고 정부가 발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터지는 각종 사고들은 우리 기업과 정부가 실제로 얼마나 노동자 안전에 무감한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기업들은 "최선을 다해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종 안전관리 대책 등을 쏟아내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책들이 단지 일회성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는 심각한 산재 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특별감독 등을 통해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나, 벌금액에 대한 일정 상한선이 있는 이상 사업 규모가 큰 대기업에게는 그다지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

다시 말해 대기업들이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조치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보다, 중대 재해로 노동자들의 사망했을 경우 이를 처리하는 비용이 오히려 더 '저렴'하기 때문에 산재가 줄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서글픈 주장이다.

이와 관련, 국내에도 영국과 같이 원청 기업의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08년부터 산업안전보건범죄의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업살인법)을 시행, 업무와 관련해 노동자나 일반 국민 등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에 범죄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기업의 매출액에 따라 산업재해 벌금이 매겨지지만, 사고가 심각할 경우 상한선 없는 징벌적 벌금 부과가 가능해 연매출을 한참 상회하는 벌금 폭탄을 맞는 경우도 있다. 해당 법률이 시행된 이후 영국의 산업재해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6년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간접고용 노동자의 중대재해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과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사업장의 법인에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하는 기업살인법을 발의했으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노동자들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기업이 반드시 져야만 하는 의무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시간이다.


전혜인 기자 jhi@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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