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형의 M&M] 욕망이라 쓰고 희망이라 부른다

2018-01-30 16: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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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K GO - Here It Goes Again

[프라임경제] 영웅과 사랑, 서민의 노래(귀족 풍자), 예술과 대중의 조화…. 11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변천사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민요 '아리랑'도 다양한 지역특색은 물론, 한국 근세와 근대의 민족사, 사회상까지 반영하고 있죠. 이처럼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투영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Music & MacGuffin(뮤직 앤 맥거핀)'에서는 음악 안에 숨은 메타포(metaphor)와 그 속에 녹은 최근 경제 및 사회 이슈를 읊조립니다.

난무하는 희망의 말들이. 게릴라 폭우처럼 쏟아질 때. 거품 어린 욕망의 말들이. 꾸역꾸역 목 끝까지 차오를 때 나는 차라리 희망을 구토하리. (…) 희망은 헛된 희망을 버리는 것. 희망은 거짓 희망에 맞서는 것.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 박노해 '거짓 희망' 중

간절히 바라던 희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누구나 낙담하기 마련입니다. 심할 경우 절망에 빠지기도 하는데요. 신기하게도 이런 마음 상태는 욕망이라는 감정에서도 나타납니다. '이루고 싶은 마음'과 '탐하는 마음'처럼 두 단어는 뜻의 성질부터가 다른데도 말이죠.

그런데도 비슷한 감정이 느껴지는 이유는 가끔 욕심으로 가득 찬 허황된 꿈을 희망이라 착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서 빌려온 글귀는 '희망과 욕망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구분해야 한다'는 단순한 교훈이라기보다는, 이미 마음으로는 희망과 욕망을 분류했음에도 의식적으로 둘을 착각하려고 하는 인간의 심리를 지적하는 듯 보이는데요. 희망으로 둔갑한 욕망을 뱉어낼 때 진정한 희망을 꿈꿀 수 있다고도 덧붙이고 있네요.  

열아홉 번째 「M&M」에서 내뱉을 곡은 미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오케이 고(Ok Go)의 허탈함 지극히 주관적인 '히어 잇 고스 어게인(Here It Goes Again)'입니다. 

1998년 미국 시카고에서 결성된 오케이 고는 관습적인 사운드를 거부하는 얼터너티브 록에 기반을 두면서도 포스트 펑크, 파워 팝, 인디 록 등 다양한 범위의 음악으로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밴드입니다. 

사실 이들이 사랑받는 이유에는 노래도 노래지만, 독특한 뮤직비디오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오케이 고의 얼터너티브 정신은 '노래보다 뮤직비디오에 더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죠. 

▲무중력 상태에서 촬영한 OK GO의 'Upside Down & Inside Out' 뮤직비디오 장면. ⓒ 구글 이미지 캡처


실제, 밴드의 리더 데미안 쿨라시(Damian Kulash)는 한 인터뷰에서 "듣는 음악을 넘어 보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시각 요소를 덧입히고, 재미까지 넣습니다. 첨단 기술과 최신 촬영기법도 동원하면서 말이죠"라고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 결과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했을 무렵인 2006년 이들이 공개한 한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선정한 '가장 창조적인 동영상'으로 뽑힙니다. 또 이 곡은 같은 해, SNS 마이스페이스의 설문조사에서 팝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뮤직비디오 2위로 1위는 마이클잭슨(Michael Jackson)의 스릴러(Thriller) 꼽혔고, 2007년엔 그래미 뮤직비디오상을 수상했죠.

이 노래는 이번에 소개할 곡이기도 한 '히어 잇 고스 어게인'인데요. 8대의 러닝머신 트레드밀 위에서 안무 동작을 펼치는 것으로 이뤄진 이 영상은 유튜브에 공개된 이후 입소문을 타며 5000만 조회수를 단숨에 기록했습니다. 

오케이 고의 뮤직비디오는 이밖에도 연쇄 반응 장치 '루브 골드버그 머신'을 쉽게 말해 도미노 이용한 영상, 3㎞에 달하는 특수 세트에 일렬로 세워둔 악기를 자동차 특수 장치로 부딪히며 소리를 만드는 영상 등 기상천외한 영상들이 차고 넘치죠. 

무중력 공간에서 영상 촬영, 고속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 2400명의 백댄서와 펼치는 칼군무 영상도 여기 포함됩니다. 

더 놀라운 점은 이들은 뮤직비디오를 편집은 물론 NG도 없는 원테이크 촬영으로 찍어낸다는 것인데요. 이 곡과 뮤직비디오, 그리고 촬영 방식은 오케이 고가 유명세를 타게 된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오늘은 그 뒤에 가려진 노래에 주목해보겠습니다. 


10시쯤 됐었겠지, 근데 다시 생각해보면, 3시45분부터 30분 정도는 기억이 나지 않아. 옷을 걸쳐 입어, 서퍼 로사의 두 번째 앨범을 들으며. 넌 날 충격에 빠뜨린 채 떠나겠지. 네가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할 바로 그때. 주도권을 잡고 있다 생각할 바로 그때. 일이 잘 풀리고 있는 바로 그때. 이런 일이 생기네, 이런 일이 생겼구나, 또 이런 일이 생기네. 그래 또 시작이네.

히어 잇 고스 어게인의 도입부입니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화자가 자신으로부터 누군가 떠날 것이라는 걸 짐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조금 더 의역해서 떠나는 것이 화자가 가진 물건이라고 해석한다면. 화자는 그 물건을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래는 또 무언가를 잃고 떠나보내야 하는 일이 화자를 충격에 빠뜨리겠지만, 그 일이 시계바늘조차 흐릿할 정도로 특별하지 않은 일상 중에 일어날 것이란 것도 암시합니다. 

시작은 편히, 간단하고, 지저분하게. 마음 졸이며 야금야금 말야. 근데 싸구려 베니스산 블라인드 사이 너머로 네 차가 떠나고 있는 게 보이네. (…) 이렇게 될 줄 알았어야 했어, 알았어야 했는데, 다시 이렇게 될 줄 알았어야 했어. 하지만 또 이런 일이 생기네. 그래 또 시작이네. (…) 넌 날 떠나가네, 예! 떠나가. 이런 일이 생기네. 또 이런 일이 생겨. 이렇게 될 줄 알았어야 했어. 그래 이런. 이런 일이 생기네.

그는 이미 무언가를 떠나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죠. 또 노래는 'Oh, here it goes. I should have known'이란 구절을 반복하면서 노래 3분의2가 이 구절 체념하면서도 충격에 빠진 채 같은 말을 중얼거리는 것처럼 표현합니다. 

무엇이 그를 절망에 빠뜨렸을까요. 주관적이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돈'일 것입니다. 곡에서는 베니스산 블라인드라는 은유적 표현을 사용합니다. 

베니스(베네치아·Venezia)는 118개의 섬들이 약 400개의 다리로 이어진 도시로 흔히 '물의 도시'라는 낭만적인 이미지를 가졌지만, 장사하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들이 밀집한 곳이라는 또 다른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죠. 

여기에는 베네치아 족의 후예들이 13세기 제4차 십자군 원정 수송과 병참을 맡아 막대한 이익을 얻은 역사가 함께 합니다. 토지에서 생산되는 물자로 생계를 유지하는 다른 도시국가들에 비해 베니스(공화국 시절)는 상업만이 생명 줄이었지만 14~15세기 유럽국가 중 가장 부유한 도시국가로 성장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또한 돈과 신용을 중심소재로 한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돈을 시일 내 갚지 못하면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부분의 살 1파운드를 베어낼 권리가 있다는 '샤일록의 담보증서'로 생긴 에피소드를 담은 희곡)에서는 베니스인에게 돈은 다른 도시인들보다 가치 이상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죠.

이런 관점에서 곡 중 화자는 베니스산 블라인드(돈)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것을 박탈당하며 체념과 절망을 반복함을 노래하고 있다는 막연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사기에 당했거나 도박으로 돈을 잃었을 것이라는 주관 섞인 해석도 가능하겠네요.

여기 더해 곡 중 화자는 '또'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돈을 잃는 일을 반복하는 화자의 성격도 어림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럴 줄 알아야 했다'며 푸념하는 모습은 알고 있음에도 실수를 되풀이한다는 것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화자는 'And you leave me, yeah! you leave me'라며 애써 활기찬 모습도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 곡의 제목인 'Here it goes again'을 직역하면 '자 다시 가보자, 시작해보자'로 해석되는 중의적 표현을 한 번에 사용할 경우, 화자는 거듭된 실패에도 무모한 희망을 계속해서 거는 모습으로 보여 지기도 합니다. 그것이 욕망인지도 모르고 말이죠.

계속된 실패에도 'Here it goes again(일이 또 이렇게 됐네. 자 다시 가보자)'를 노래하는 화자의 모습은 어쩌면 '가즈아(가상화폐 가격 상승을 기원하는 말)'를 외치는 국내 300만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상화폐 가격 상승을 기원하는 '가즈아' 활용한 이미지. ⓒ 구글 이미지 캡처


우리나라는 새해 벽두부터 가상화폐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투자가 가능한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하자 투기적 현상이 나타났으며, 이를 우려한 정부의 거래 규제 방침은 가격 폭락을 유도하면서 가상화폐 거래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투기적 현상은 수그러든 모습입니다. 30일부터 시행된 가상통화 거래실명제로 인해 가상계좌가 아니라 이른바 벌집계좌라 불리던 법인계좌 투자자들이 거래를 할 수 없고, 신규가입도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게 되면서 거래량이 대폭 줄어든 것인데요. 

투자자들을 유혹하던 김치프리미엄(한국의 가상화폐 가격이 외국보다 비싼 현상) 역시 50% 수준에서 5%대로 내려앉으면서 투자열기도 급속히 식어가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뒤늦게 가상통화 열기에 뛰어들었다 막대한 손해를 본 일부 투자자들은 책임을 정부와 언론에 물으면서도 가즈아를 외치며 본전 찾기에 혈안이 된 모습입니다. 

실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적이 있습니까'라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인위적 규제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글이 게재돼 있는데요.
 

▲23일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에 암호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 뉴스1


청원자는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경제적 허탈감은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라며 "당신들(정부)은 국민을 보호한다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은 정부가 우리의 꿈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이 글의 동의자는 22만명을 넘어섰고요. 

이런 상황에 해외에서는 이미 가즈아 열풍이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요. 가상화폐 창조국 격인 일본에서 대규모의 가상화폐 해킹 피해 사례가 연이어 터졌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이미 거래금지라는 초강수 규제를 시행했고 프랑스와 독일은 공동으로 규제방안을 수립하기로 했고, 쇼핑·숙박 등에서 비트코인을 지급 결제수단으로 사용해 왔던 발리에서도 결제수단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국내의 22만명 맹목적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여전히 가상화폐를 통해 '꿈과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하며, 피해자 발생을 우려한 정부의 규제를 무조건적으로 비판 중입니다. 

지금 같은 폭락장세와 해외 해킹사례에서도 존버(폭락장에서도 매도하지 않고 버티는 것을 의미)와 가즈아를 외치는 모습은 열 번이고 납득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가상화폐마다 내포된 기술의 전망과 분석에 따른 장기 투자적인 목적이라면 말이죠. 

하지만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근거 없는 여론 몰이는 '원금을 회수하자' 혹은 '나도 한몫 챙기자'라는 한탕주의 욕망을 희망이라는 탈 속에 숨긴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윤형 기자 lyh@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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