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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흥국생명·화재 ①태동과 성장…반세기 끝에 맺어진 가족

해방 직후 설립 두 보험사 '태광'서 동고동락…각종 구설수도 나란히

김수경 기자 | ksk@newsprime.co.kr | 2018.01.31 17:21:28

[프라임경제]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는다. 통칭 '흥국금융가족'이라 불리는 태광그룹의 6개 금융계열사도 선택과 집중의 결과물이다. 이번 [기업해부]에서는 태광 보험 계열사인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를 다뤄본다. 

태광의 6개 금융계열사 중 가장 맏형은 흥국생명이다. 태광그룹은 흥국생명에 이어 흥국화재를 인수하면서 생명·손해보험사를 모두 소유한 회사로 거듭난다. 이후 이 둘은 태광그룹의 금융계열사의 핵심축을 담당하게 된다. 

◆다른 뿌리 두 보험사 '흥국'으로 통일되기까지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의 창립은 광복 직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해방 이후 미 군정은 자유경제원칙을 적용해 국내 보험사 설립을 허용했다. 

이때 흥국생명의 창업주인 정영국씨는 생명보험업 및 재보험업 인가를 받았지만 1949년 12월 인가 후 1950년 발발한 6.25사변 탓에 반 년도 업무를 유지하지 못한 채 미약한 태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휴전 이후 착실히 사업 재개를 도모한 끝에 드디어 1958년 5월20일 보헙업계에 발을 내딛게 되는데 흥국생명은 이날을 창립기념일로 삼고 있다. 

이임용 회장은 복지사회를 누릴 때가 됐다는 판단으로 흥국생명을 전격 인수했다. ⓒ 흥국생명

흥국생명은 전국에 총 8개의 지사를 신설하고 영등포에 신축사옥을 준공해 본사를 이전하던 중인 1973년에 태광산업 그룹의 일원이 된다. 이임용 태광산업 창업주가 상공부 출입기자로부터 흥국생명이 새 주인을 찾는 얘기를 우연히 듣고 적극적인 검토에 나선 것이다. 

이임용 창업주가 인수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주말을 포함해 5일이었다. 이후 이 창업주는 책임경영을 하겠다며 스스로 흥국생명 대표에 취임했고 그의 호언장담처럼 6년 만에 약 13배까지 외형을 키웠다.

그룹이 회사를 인수할 때 회사명을 그룹명으로 바꾸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태광 창업주는 첫 인수한 보험사 흥국생명의 상호를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을 제외한 모든 금융 계열사에 사용한다.

흥국생명·화재 본사. ⓒ 프라임경제

'나라를 흥하게 한다(興國)'를 뜻이 이임용 창업주의 '산업을 통해 국가를 일으키겠다'는 의지와 일맥상통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태광의 보험 계열사 흥국화재의 본래 이름은 고려화재해상보험이다. 지난 1948년 자본금 2000만원으로 창립해 사업을 영위하게 된 이 회사는 1959년 11월 쌍용그룹 계열사에 편입됐다. 

1974년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이후에는 업계에서 처음 전산자동화를 실시한데 이어 1995년 세계 최초 장애인을 위한 상품을 개발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 같은 선전에도 업황 악화의 시련을 극복하기 힘들었고 쌍용양회는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2002년 쌍용화재를 중앙제지에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이 회사의 분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최대주주가 바뀐 지 2년도 채 안 된 2004년 3월 쌍용화재의 최대주주와 2대주주는 각각 세청화학, 대유투자자문이 됐는데 대표 위임, 이사 선임 등에서 이 둘의 경영분란이 끊이지 않은 것.  

마침내 2006년 3월 쌍용화재는 태광산업을 대주주로 맞아 재기하겠다는 다짐을 내보이며 '흥국쌍용화재'라는 이름과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흥국화재는 2009년 3월 기업명에서 쌍용을 걷어내고 12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온전히 흥국생명의 소유가 된다. 

◆"탄탄대로 꿈꿨지만…" 인수부터 일감 몰아주기까지 악재 다발

탄탄대로에서의 성장만을 꿈꾸던 이 두 계열사는 바람과는 달리 2010년 이후 여러 차례 홍역을 앓았다.

가장 먼저 이임용 창업주의 3남 이호진 전 회장이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수사를 통해 흥국화재를 인수한 과정상의 문제가 연일 신문지면과 공중파에 오르내렸다.

ⓒ 흥국생명

2004년 흥국생명은 당시 대주주인 한국케이블TV에 125억원을 불법 대출해 준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발각돼 기관경고를 받아 2005년 흥국화재를 직접 인수할 수 없게 됐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3년 이내 기관 경고를 받은 보험사는 보험업 허가를 받을 수 없는데 이 규정은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결국 태광그룹은 태광산업을 통해 흥국화재를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최소 한 달 이상 걸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기간이 열흘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 2010년 수사에서 의혹으로 등장했다. 

흥국생명과 화재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사나운 입길에 올랐다. 오너일가가 소유한 '티시스'가 그 중심인데 이호진 전 회장과 부인, 자녀들이 이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흥국생명과 화재는 지난 2016년 티시스에서 만든 김치와 와인을 시중가격보다 훨씬 고가에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상여금 대신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아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았다. 

이 외에도 이 두 계열사는 티시스를 통해 고가의 골프상품권을 구입했으며 업무 연관성이 낮은 비즈니스매너 직원교육을 위탁하기도 했다. 이 탓에 이들은 2010년 후반에 금융당국의 제재를 수차례 받았다. 

이런 와중에 태광 계열 보험사들의 잦은 경영자 교체도 입방아에 시달렸다. 최근 10여년간 흥국화재는 10명의 대표가 변경됐고 비슷한 시기 흥국생명 역시 7명의 대표가 수장 자리에 오르락내리락했다. 

이 때문에 자주 대표 자리가 바뀌면서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짜지 못해 이 두 회사의 사업안정성이 흔들렸다는 비판도 흘러나온 것이다.

다만 지난해 말 태광그룹이 계열사 합병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나 내부거래를 없애겠다는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이러한 시비는 수그러들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현재 태광은 티시스를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뒤 투자 부문은 한국도서보급과 합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나머지 티시스 사업부문에 대한 이 전 회장의 지분을 올 상반기 내로 무상증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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