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농, 편법 경영 승계 여부 파악 중"

2018-02-05 13: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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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해부] 동오그룹 ② 지분구조 및 경영 승계

[프라임경제] ‘태어나고 보니 흑수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같은 자조는 기회의 불균형에 둘러싸인 현실을 반영한다. 지난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매년 상속과 증여로 60조원 상당의 부가 대물림되고 있지만 제대로 세금을 납부한 경우는 불과 1.9%뿐이었다. 각종 제도적 허점과 꼼수로 살뜰히 '절세' 혜택을 누린 결과다.

▲동오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 현황 ⓒ 프라임경제

상장사 경농(002100)과 조비(001500)로 유명한 동오그룹 역시 이 같은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7월 이병만 회장은 외아들 이용진 부사장에게 경농의 주식 155만7337주(7.18%·약 94억원 규모)를 가업승계 방식으로 증여했다. 

1985년생인 이 부사장은 28세 때인 2013년 조비의 상무로 진급했고 5년도 안 돼 사실상 그룹의 최정점으로 급부상했다. 

'가업승계 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에 따라 이 부사장은 100억원에 가까운 지분을 물려받으면서도 15억원의 증여세만 부담했다. 이나마도 거치기간 3년, 12년에 걸쳐 연납이 가능해 아버지를 제치고 핵심 계열사의 2대주주(15.34%)로 사실상 무혈 입성했다.

또한 1981년생인 이 부사장의 누이 이승연씨는 2008년 입사해 경영지원본부장, 총괄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경농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삼남매 가운데 1979년생인 이재연씨만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즉, 이용진과 이승연은 능력에 대한 평가 없이 오너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20대에 임원으로 등극해 소위 말하는 금수저의 진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이들의 초특급 승진가도는 같은 또래 국민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줘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약제조를 기반으로 한 경농은 1977년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알짜 기업이다. 국가 뿌리산업인 농업을 바탕으로 사세를 키운 만큼 농민들의 피와 땀, 그리고 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농업중앙회를 통해 안정적인 유통기반을 닦았다는 점에서 이병만 회장 부자의 경영권 승계 과정은 여타의 민간기업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볼 필요가 있다. 

◆동오레저 '새우가 고래 꿀꺽'···공정위 "의심스럽다"

동오그룹은 지난해 지분증여로 3세 승계의 마침표를 찍었다. 핵심 경농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지주사 동오레저(27.57%)이고 이 회사의 주인은 55.68%의 지분율을 보유한 이 부사장이다. 지주사와 핵심계열사 모두 부친의 지분율을 앞서면서 완벽하게 그룹을 장악한 셈이다. 

문제는 이 부사장이 지분율을 끌어올린 과정이다. 경농의 사업보고서와 지분공시 자료를 보면 그는 15세이던 2000년부터 억대의 회사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돼 있다. 특히 갓 성인이 된 2004년 2월에는 불과 57일 사이에 4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수했다. 

당시 그는 유학생 신분으로 소득이 없었지만 그 몫의 지분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2011년 서류상 이사에 오르긴 했지만 회사로부터 연봉을 받는 직책은 맡지 않은 채였다. 눈에 띄는 것은 비슷한 시기 지주사인 동오레저도 경농의 주식을 앞 다퉈 사들였다는 점이다. 

스키장비 임대사업체로 설립된 동오레저는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이익이 거의 나지 않는 유령회사에 가까웠다. 공교롭게도 이듬해인 2002년 자산이 70억원 이하까지 줄면서 공시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이때부터 2006년까지 5년 동안 경농의 주식을 싹쓸이 했다. 

공시대상에 다시 포함된 2008년 깡통에 가까웠던 동오레저는 환골탈태했다. 먼저 회사 지분을 이 부사장과 누이인 이재연, 이승연씨 등 당시 20대인 삼남매가 골고루 나눠가졌는데, 해당 지분의 매입자금 출처를 확인할 길은 없다. 

동시에 동오레저는 경농의 2대주주로 올라섰다. 눈에 띄는 것은 보유한 지분규모가 회사에 투입된 전체 자산을 웃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은 격이다. 

공시대상에서 벗어났던 기간 동오레저의 수익은 경농주식의 배당 외에는 거의 없다. 동오레저가 보유한 경농주식을 높게 평가해 장부가액에 반영한 뒤 은행과 계열사에서 매입자금을 융통해 두 차례 액면분할로 가격이 낮아진 경농의 주식을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회사 측은 적법한 절차였다는 말 외에는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동오그룹 관계자는 "계열사에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며 "오너일가에 대한 부분도 잘 모르는 내용"이라고 응대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내에서도 조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기업의 편법승계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관리감독이 크게 강화된 탓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적어도 동오레저가 공시의무에서 자유로웠던 기간 동안 벌어진 주식거래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편법 승계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적부진 '동오시드' 승계의 황금열쇠

아울러 이용진 부사장이 대표로 재직 중인 동오시드를 둘러싼 의혹도 짚어볼 문제다. 동오시드는 2014년 농업회사법인으로 설립된 종자기업이다. 농업회사법인은 법인세가 면제되고 농지취득 지원 등 혜택이 적지 않아 일정 기준을 갖춰야 설립할 수 있다.

2016년 11월 같은 목적으로 설립됐던 동오육묘와 합병한 동오시드는 설립 2년 만에 87억원 수준이던 자산규모가 161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는 경농이 90%에 육박하는 출자금을 몰아주면서 가능했다. 

이 부사장이 경농 지분 매수자금을 동오시드 등 그가 재직 중 벌어들인 임금과 배당수익으로 충당했다는 게 동오그룹의 설명인 만큼 그의 경영권 승계에서 상당히 중요한 회사기도 하다. 

그런데 실체는 영 딴판이다. 재정상태는 업계 상위권이지만 매출과 영업실적은 극히 초라한 탓이다.

회사 기업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동오시드는 설립 첫 해 2억1500만원의 매출을 거뒀으나 이후 3년 동안 해마다 영업손실 규모가 커졌다. 첫 해 3200만원이던 영업손실은 이듬해 3억원으로 불었고 2016년에는 매출 12억원에 영업손실 8억1600만원, 8억73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동오그룹 측은 "종묘회사 특성상 눈에 띄는 매출실적을 거두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설립한지 4년밖에 안된 회사에 좋은 실적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용진 부사장의 지분 매수자금 출처가 근로소득이라고 해명했음을 감안하면 그는 매년 수억원의 손해를 떠안고 있는 회사에서 거액의 연봉을 받았다는 얘기로 볼 수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사의 실적부진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비판받기 충분한 대목이다. 

한편 지난해 동오시드가 새만금 농업특화단지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10ha(10만㎡) 규모의 시설농업부지 사용자로 선정된 과정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수년째 실적도, 사업성과도 부실한 동호시드가 선발기준을 충족했는지를 두고 탈락업체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감초 생산을 목적으로 공모에 참여한 동오시드는 대량 수확 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다. 

해당 지구에서 탈락한 A업체 관계자는 "농약이나 종묘 등 농업부자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인데 경험도 없이 사업성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게 이상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농어촌공사 측은 "외부 전문가들이 평가해서 나온 결과"라고 말을 아꼈다. 반면 감사원은 선정과정에서 나온 동오시드와 관련한 첩보를 이미 입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해당 업체와 관련한 제보가 이미 여러 차례 접수됐다"며 "이와 관련해 사실관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도 나설것으로 보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관계자는 "농민들로부터 나온 수익이 상속의 대상이 된 것은 국민들의 감정을 크게 자극할 소지가 있다"며 "상속과정부터 농업법인을 설립해 농지를 취득한 과정까지 농민들에게 피해가 없는지 국회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식 기자 kks@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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