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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우건설의 '안녕'을 빌며

'새우의 고래 인수' 맞다 틀리다 따지기 어려운 문제

남동희 기자 | ndh@newsprime.co.kr | 2018.02.05 17:18:04

[프라임경제] 국내 건설기업 최초 미국·남미 시장 진출. 7년 연속 민간 주택공급 실적 1위

이는 1976년 창사 이래 국내 건설업계 리딩컴퍼니로 자리매김한 대우건설의 업적이다.

대우건설은 지난주부터 연일 정·재계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국내 건설기업 호반건설이 새 주인으로 낙점되면서다.
 
수많은 업적을 보유함에도 대우건설은 사실상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이후 주인 없는 회사였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었지만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2010년 한국산업은행(KDB산업은행, 이하 산은)에 다시 매각됐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 호반건설이 지난달 31일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힌 것.

산은은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호반건설과 대우건설 매각 관련 진행 방식에 대해 협의 중이며 곧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회사에 대한 정밀실사를 거쳐 주식 매매계약(SPA)를 체결, 올 해 말 최종 매각 종결을 맺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품게 될 것이란 소식이 나오자 곳곳에서 걱정과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일각에선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해석돼 광주·전남을 기반으로 성장한 호반건설에 특혜를 준 것이라는 의혹까지 나왔다.

이 같은 의혹이 뿜어져 나온 데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먼저 기업 규모의 차이가 큰 영향을 끼쳤다. 국토부 등 건설업계 정부부처가 도급량, 수주액 등을 기반으로 건설사를 평가하는 시공능력평가에 따르면(2017년 기준) 호반건설은 13위, 대우건설은 3위다.

새우가 고래를 집어삼키는 격이다. 이에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무리해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재정난에 빠지며 겪었던 '승자의 저주'가 되풀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더욱이 최근 리솜리조트 인수 등 M&A시장에서 활발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후 재정악화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기 때문.

NICE 신용평가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리솜리조트 등 여타 자금 소요 가능성이 잔존하고 있는 가운데, 금번 대우건설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 소요로 현금유동성 감소 및 외부 차입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기 분양 프로젝트로부터의 분양 잔금 유입을 고려하더라도 상당 폭의 재무안정성 지표 저하가 예상되며 이는 대우건설 자금조달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최근 국내 주택부문 신규 분양물량 감소 및 불확실성 증가로 해외사업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택전문그룹인 호반건설그룹 편입으로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물량 저하를 야기할 수 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산은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 주택사업에 활발한 호반과 국외 사업에 뛰어난 대우가 합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한다지만 경영학자들에 따르면 결국 사람이던 기업이던 '잘하는 일'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지 '생소한 일'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긴 쉽지 않다.

그렇다고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게 반대 여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특혜'로 인한 기이하고 부정한 일이라고만 바라보긴 어렵다.

공기업과 다름없는 산은은 대우건설의 주인 찾아주기에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이 요구된다 하더라도 이를 하루 빨리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언제까지 국민 혈세로 대우건설을 유지시킬 순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산은은 투자한 금액을 현재, 미래까지 고려해 최대한 회수가 가능한 상대를 찾는 일이 요구되는데 국내 건설업계 경기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수 후보로 나선 호반건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산은 휘하에 계속 머무른다 해도 대우건설의 안정이 보장될지도 의문이다. 주가는 산은이 매입할 때보다도 현격히 떨어졌고, 최순실 낙하산 의혹이 제기된 이가 사장에 선임되며 정경유착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산은의 대우건설 매각 판단에 올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긴 어렵다.

그저 공정한 절차로 진행되는지 국민, 언론 정부 모두가 감시하고 검토하며 국내 건설업계  '맏형'의 안녕을 비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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