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농, 농약가격 '짬짜미'로 폭리 의혹

2018-02-07 16: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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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 계통구매 외 시장 잠식해 사실상 '재판매 가격 유지' 정황

[프라임경제] 42년차 상장기업이자 농약제조 전문업체인 경농이 유통업자들과의 짬짜미(카르텔)를 통해 매년 상당한 이윤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챙긴 이익은 고스란히 농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만큼 도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반적으로 농약 등 농업부자재 시장은 농협중앙회가 지역단위농협의 주문을 취합해 일괄 계약하는 방식으로 농가에 공급(계통구매)하는 것이 50% 이상이다. 경농은 이를 제외한 나머지 시판시장을 두고 도매상, 제조업자들과 결탁해 유통마진을 늘려왔다. 

▲전국작물보호제유통협회가 제공하는 농약가격동향 비교. ⓒ농촌진흥청 등


농약시장은 특수성 탓에 같은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지역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일례로 경농이 생산하는 살충제 '경농기계유'를 농협 외의 매장에서 따로 구입하려면 18리터(ℓ) 규격 1병이 5만5000원에 이르지만 경상북도에서는 3만원에 판매된다. 출고가는 같음에도 지역에 따라 마진율에서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벌어진다는 얘기다. 

농약사 등 업계에서는 이를 "제조사의 갑질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만 농약 유통권이 주어지는데다 지역별로 재배작물이 차이가 난다는 점까지 더해져 교묘한 장사속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역조합과 제조업자 사이의 결탁 과정에서 경농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설이 파다하다. 주력 제품의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요가 적은 지역에서 고가정책을 유지하는데, 이와 함께 일부 지역조합에서 이용하는 가격참고표의 제작지원을 경농이 도맡고 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경기도작물보호제판매업협동조합이 발간한 2015 가격참고표 내 경농 광고물 ⓒ프라임경제


책자 형식으로 제작된 '경기도작물보호제판매업협동조합(이하 조합) 2015 가격참고표'를 보면 14면에 걸쳐 경농과 계열사인 조비의 광고가 줄줄이 실려 있다. 지난해 발행된 가격참고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수년 동안 경농이 책자 제작비용을 부담해왔다"며 "각종 조합행사마다 경농이 빠짐없이 후원을 했고 조합은 경농의 주력상품 판매에 힘을 보탠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경농 측은 짬짜미나 담합은 과도한 추측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단순한 업계 관계유지 차원이었을 뿐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경기남부의 한 농약사 관계자는 "조합이 건넨 시판 중심품목의 매출을 다른 매장과 비교하는 바람에 판매장려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들의 판촉을 위해 노력하는 수 밖에 없었다"며 "안팔리는 제품을 영업 일선에서 판촉하라는 요구는 계속됐다"고 증언했다. 

회사 관계자는 "제조업체와 도매업자 사이의 일반적인 친목"이라며 "참고표 제작을 지원한 것도 협력사에 대한 일반적인 지원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농협계통가가 표시된 2015 가격참고표 ⓒ프라임경제


눈에 띄는 것은 경농이 사실상 제작한 가격참고표에는 농협을 통해 공급되는 계통구매 단가 역시 함께 기재돼 있다는 점이다. 계통구매 단가는 업체 단가에 비해 15~20% 정도 저렴하지만 사실상 농협이 아닌 시중 농약사를 통해 부자재를 구입할 경우 상대적으로 비싼 업체 단가에 맞춰 가격이 책정되는 방식이다. 

지역별로 공급되는 품목과 수량이 제한되다보니 계통구매를 통해 구하기 어려운 지역, 품목을 재배하는 농가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값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농약사들 역시 발주가격인 업체 단가에 맞춰 최대한 판매량을 늘려야 업체로부터 판매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가격 경쟁 자체가 무의미한 실정이다. 

농업사 관계자 B씨는 "농협에서 파는 가격보다 비싸도 업체 발주가격 대로 팔 수밖에 없다"면서 "농업사들은 제품을 팔아 이문을 남기는 게 아니라 업체가 주는 판매장려금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라며 "장려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당장 운영비조차 대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조합이 가격참고표의 가격결정요인에 주목해 기재한 유의사항. ⓒ프라임경제



이는 공정거래법상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로 규제 대상에 해당될 수 있다. 상품의 생산· 공급자가 소매업자에게 재판매 가격을 지시,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할인이나 행사를 금지해 정상적인 가격 형성을 막는 만큼 소비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대상이 한정적이고, 최저가격과 기준가격을 포함한 거래가격의 범위를 지정했다면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로 볼 소지가 있다"며 "이중가격을 명시했고 농약사에 더 높은 가격으로의 판매를 강제했다면 제재대상"이라고 밝혔다. 



강경식 기자 kks@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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