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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직업병上] 옴부즈만 첫 보고서…말 맞춘 각본?

삼성과 부적절 접촉, 박상훈 옴부즈만 상임고문 사임…해명 없이 '조용히' 넘긴 위원회

임재덕 기자 | ljd@newsprime.co.kr | 2018.02.09 11:46:24

[프라임경제]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직업병 규명을 위한 옴부즈만 위원회의 첫 보고서가 올해 상반기 중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조사기간 중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과 박상훈 전 삼성 옴부즈만 위원회 상임고문의 부적절한 접촉을 이유로 객관성이 결여된 보고서, 즉 양측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반발이 거세다.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 등 이해당사자들이 지난 2016년 옴부즈만 위원회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재해예방대책에 합의하던 날. 그러나 옴부즈만 위원회와 삼성 간 부적절한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원회의 첫 보고서에 객관성 논란이 이는 상황이다. 왼쪽부터 백수현 삼성전자 부사장, 김지형 조정위원장, 송창호 삼성 직업병 가족대책위 대표, 황상기 반올림 대표. ⓒ 뉴스1

8일 삼성 옴부즈만 위원회(위원장 이철수·이하 위원회)는 이르면 3월 반도체 직업병 관련 첫 보고서의 초안을 삼성전자, 반도체노동자의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대위), 관련 시민단체, 환경노동위원, 국회 등에 제출한다고 알렸다.

위원회 연구원들은 지난 2016년 6월부터 1년 6개월간의 조사를 끝내고, 지난해 12월 수천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위원회에 전달했다. 위원회는 1월부터 보고서 요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르면 3월 나오는 초안에 대한 각계각층의 피드백 및 반론을 반영해 최종 보고서를 작성,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최종 보고서 공개 일정은 밝히지 않았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상반기 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는 반도체 사업장 내 물리화학적 인자 및 방사선 종합진단 결과를 비롯해 화학물질 정보공개 규정 가이드라인 제정 등 재발방지 대책이 담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지난 2016년 1월 삼성전자와 반올림을 포함, 이해당사자들이 설립한 반도체 직업병 재발방지대책 논의기구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조사를 위해 △현장 조사 총 80여회 △관련 회의 80여회 △삼성전자에서 받은 자료 160여건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위원회 보고서의 객관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돼 풀려났다. ⓒ 뉴스1

위원회가 설립될 당시 상임고문이던 박상훈 변호사가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지속적으로 '선물'을 받았던 정황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한 매체는 지난 2016년 7월 박상훈 변호사가 장충기 전 사장에게 '사장님이 계속 보내주시는 예술의 전당 등 티켓을 잘 받아서 문화생활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어 '사장님이 관심을 가져주는 덕분에 삼성 백혈병 옴부즈만 위원회는 예방대책을 위해 정상적인 경로를 잘 찾아가고 있다'며 '올해부터 3년간 활동하면서 적절한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며, 저도 상임고문의 자리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도 더해졌다.

위원회는 객관성을 위해 독립기관으로 설립된 만큼 신뢰성과 중립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상임고문인 박상훈 변호사가 '공연접대'를 포함해 삼성과 지속적인 접촉을 했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내년으로 예정된 정부의 반도체 직업병 종합역학조사 결과가 직업병 규명의 진정한 '첫 보고서'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해당 문자가 알려진 후 박상훈 변호사는 상임고문 자리에서 사퇴했지만, 옴부즈만 위원회는 그에 대한 해명도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옴부즈만 위원회가 설립되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과연 삼성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시 장충기 전 사장은 박상훈 변호사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공연 티켓을 보냈던 것으로 안다"며 "옴부즈만 위원회는 제3자 기관이기에 공명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응대했다.

아울러 위원회 또한 "옴부즈만 위원회는 삼성을 감시하는 기관"이라며 "삼성의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박상훈 변호사는 장충기 전 사장의 일이 터진 후 위원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염려된다며 자진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상임고문 자리는 당시 반도체 작업환경을 조사하던 연구원들에게 영향을 줄 위치도 아니었다"고 첨언했다.

한편, 반올림에 따르면 백혈병·뇌종양 등에 걸렸다고 제보한 직업병 피해자는 현재 360명, 사망자는 143명이다. 피해자 94명은 산재를 신청했지만 그중 60명은 산재를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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