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채용비리 은행에 필요한 '베테랑' 마인드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8.02.08 14:49:55
[프라임경제]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했어요." 

지난 2015년에 개봉한 영화 '베테랑'에서 남의 말이라면 시종일관 어이없어 하는 오만방자한 캐릭터, 조태오(유아인 분)의 대사다. 

이 말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큰 문제라도 조용히 처리하면 쉬쉬될 일이라는 것을 돌려서 표현한 의미심장한 대사이지만, 여기에는 잘못된 것을 정정당당하게 드러내 바로잡지 않고 덮어 버리려는 심리가 우리 사회에 이미 팽배하다는 비판의 의미도 담겨져 있다. 

이런 비판은 이제는 너무 상투적이지만, 매번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유사한 일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조사로 은행권의 채용비리가 사실상 사실로 드러났다.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이른바 'VIP리스트'를 만들고 각각 55명, 20명의 이름을 작성해 관리했다. 

특혜 방법은 이미 알려진 대로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 채용비리 은행의 대응법은 '관행이다' '정상절차다' 등으로 진부할 만큼이나 똑같은 모습을 취하고 있다. 

현재 이들의 입에는 은폐와 거짓, 변명은 있지만 일언반구의 사과는 없다. 하나은행은 채용비리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지난해 말부터 입을 꾹 닫고 있는 탓에 김정태 회장 3연임을 반대하는 하나금융노조가 대국민 사과를 대신했다. 

국민은행은 사건이 이미 검찰로 넘어가 있기 때문에 검찰 조사 때 얘기 하겠다며 역시 입을 닫은 상황이다. 

심지어 지난해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한 이후 지속적으로 금융권 채용비리에 주목하고 있는 심상정 의원실에는 '왜 민간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느냐'는 적반하장 격인 반응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관행으로 포장된 적폐를 묻고 유지하면서 자율성을 운운하면서도 사회적 약속을 지키지 않고,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는 불개입을 주장하고 있다니 참으로 우스운 꼴이다. 

그렇다면 적폐를 관행, 관습이라며 변명으로 지겹게도 꺼내 들면서 은행이 민간기업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자산을 다루는 국가의 기간산업이라는 것과 국민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공개채용은 대국민 약속이라는 것은 왜 상기하지 못하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은행은 국민 재산을 운용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의 태도로는 국민적 신뢰는커녕 혐오의 아이콘으로 등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런 조언 없이도 두 은행은 이미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베테랑들일 터다. 

이런 의미에서 앞선 원론적인 충고보다 영화 베테랑에서 조태오의 범죄 혐의를 쫓는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의 말이 더 도움될 것이다. 

"당신들 욕먹는거 익숙하잖아. 미안하다고, 사과 한 마디로 끝내면 될 일을 왜 이렇게 크게 벌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