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25시] 보여주기 급급한 맏형 거래소, 자본시장 아우들 억지춘향 만드나

2018-02-09 19:16:13

[프라임경제] 한국거래소는 국내 자본시장을 '글로벌 선진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데요.

최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가 발표한 올 한 해 계획에도 '글로벌 경쟁우위 확보'를 3대 전략 중 하나로 삼은 것을 보면 거래소 내부에서도 해외진출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죠.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그 중요도만큼 거래소의 해외사업 진척 속도나 수익성은 높지 않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이를 가장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앞서 언급한 유가증권시장본부의 사업계획인데요.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작년과 올해 모두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사업계획에 반영했으나 세부적인 사업 진행 내용을 살펴보면 해외 IR지원 등으로 거의 유사합니다. 작년에는 '글로벌 친화시장'이라고 거론했다면 올해는 '글로벌 경쟁우위'로 말만 바꿨을 뿐이죠.

이와 함께 거래소는 해외 거래소에 증권시장과 관련한 IT시스템을 수출하는 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인데요. 특히 2009년부터는 베트남에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과 협력을 맺었죠.

이 결과 거래소는 2012년 12월 관련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3년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2016년 상반기 중 이를 구축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2월 예탁결제원이 예산을 문제로 불참 통보를 해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예탁결제원은 거래소가 수출로 받게 되는 금액 총 2800만달러(320억원) 중 10%를 배정받았지만 이로는 인건비와 출장비 등을 충당하기도 어려워 시스템까지 개발하게 되면 적자를 보게 돼 불참했다고 알렸는데요. 거래소는 예탁결제원 대신 여러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고 이 사업을 강행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회사 눈치를 보며 사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코스콤이 손해를 감내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네요.

코스콤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해외진출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보니 코스콤도 억지로 진출하고는 있으나 이로 인한 손해액이 꽤 크다"며 "코스콤 내부에서 이러한 '눈치보기식' 사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는 "동남아 해외사업은 계획보다 1년 이상 미뤄지는 것이 거의 관례처럼 굳어졌다"며 "베트남 수출건의 경우 이미 한 차례 늦어져 현재 계획한대로 끝날지 미지수인데 배정받은 금액에서 추가 유지 관리비를 계산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볼멘소리도 하네요.

사실 이러한 코스콤의 '거래소 눈치보기' 논란은 하루 이틀 사이 불거진 일이 아닙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코스콤의 지분 76.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죠.

이에 대해 코스콤 관계자는 "해외사업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확대해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본적으로 해당 사업의 주체는 거래소이기 때문에 정확한 계약규모나 현황은 거래소에서 확인해야 한다"며 답변을 회피했죠.

거래소 측도 "코스콤 외 많은 협력업체가 있고 코스콤과는 일부분에 대해서만 계약을 맺었다"면서도 "올해 말까지를 목표로 진행 중인 사업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사업 계획은 공개할 수 없다"고 응대했습니다.

그러나 전일 거래소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 10년간 정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벌린 사업들이 돈 먹는 하마로 변했다"며 "작년 해외사업에서만 수백억 원의 적자가 났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해외사업은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임원들의 보여주기식 성과싸움"이라며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사업의 경우 무리한 요구가 많은 편인데 임원들이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고자 이를 다 맞추라 하다 보니 속도가 더딘 편"이라고 짚었습니다.

또 "2016년까지만 해도 해외사업으로 인한 손실을 계속 이연시켜왔는데, 회계감사에 따라 작년 매출로 인식되면서 그간 누적됐던 것들이 드러나게 됐다"며 "3월 말 발표되는 감사보고서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네요. 

거래소는 자본시장의 핵심이자 맏형으로 군림해왔습니다. 내달 밝혀질 글로벌 거래소의 얼굴은 어떤 낯빛일지 기대가 됩니다.

백유진 기자 byj@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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