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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흥국생명·화재 ②지분구조…'지주사 전환' 태광, 키포인트는?

지주사 체제 전환 앞서 흥국금융가족 정리 방안 모색 시급

김수경 기자 | ksk@newsprime.co.kr | 2018.02.13 11:40:08
[프라임경제]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는다. 통칭 '흥국금융가족'이라 불리는 태광그룹의 6개 금융계열사도 선택과 집중의 결과물이다. 이번 [기업해부]에서는 태광 보험 계열사인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를 다뤄본다. 

태광의 6개 금융계열사 중 가장 맏형은 흥국생명이다. 태광그룹은 흥국생명에 이어 흥국화재를 인수하면서 생명·손해보험사를 모두 소유한 회사로 거듭난다. 이후 이 둘은 태광그룹의 금융계열사의 핵심축을 담당하게 된다. 

◆대주주 이 전 회장 7년 부재…흥국생명, 위기 앞에 '땀 뻘뻘'

이호진 전 회장은 태광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를 흥국생명, 흥국증권, 고려저축은행 산하에 각각 흥국화재, 흥국자산운용, 예가람저축은행을 두는 방식으로 흥국금융가족을 거느리고 있다. 

ⓒ 프라임경제


지난해 3분기 기준 흥국생명의 대주주는 56.30%의 지분을 소유한 이 전 회장이다. 이 외에도 계열사 및 재단인 대한화섬(10.43%), 일주학술문화재단(4.70%), 한국도서보급(2.91%)와 친인척 이원준씨(14.95%), 이동준·태준씨(각각 3.68%) 이정아·성아씨(각각 1.82%)가 지분을 가졌다. 

같은 기간 흥국화재의 대주주는 흥국생명(59.56%)과 제2대 주주는 태광산업(19.63%)이다. 

ⓒ 프라임경제

이처럼 이 전 회장은 자신이 직접 소유한 주식 외에도 자신이 대주주인 태광산업, 대한화섬, 한국도서보급을 통해 흥국생명과 화재의 간접 보유 주식도 있을 만큼의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이 전 회장이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2012년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회장 자리는 7년째 공백이다. 지난해 흥국생명은 대주주인 총수 부재 탓에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도 업계에 나돌았다. 

흥국생명은 작년 초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145.4%까지 떨어지면서 시중은행으로부터 방카슈랑스 판매를 제한당했다. 대개 이러한 상황에서 모기업과 대주주는 유상증자라는 처방을 내리지만 재판으로 발이 묶인 이 전 회장과 태광에게 기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흥국생명은 모기업의 지원 대신 지점 통폐합과 구조조정,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권 등을 통해 RBC비율을 작년 2분기 162.2%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면서 방카슈랑스 판매를 재개했다.

그러나 3분기 흥국생명의 RBC비율은 157.6%까지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든 보험사가 그렇듯 흥국생명도 2021년 시행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앞서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이런 위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총수의 부재는 또다시 문제가 될 여지가 크다.

◆드디어 '지주사 체제' 태광…복잡한 출자구조 정리

지난해 말 태광그룹은 주력 계열사들을 거느린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 투자부문, 쇼핑엔티를 합병하기로 발표하고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프라임경제


이는 문재인정부의 지배구조 정비 방침에 따라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한 복잡한 출자구조를 정리한 것인데, 경영 지배력이 한층 높아진다는 특징이 있다.

태광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될 한국도서보급의 지분은 이 전 회장과 그의 아들 이현준씨가 92.9% 갖게 된다. 또 한국도서보급은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지분을 각각 11.2%, 33.5% 보유하게 된다.

이로써 태광그룹의 지배구조는 '이 전 회장-한국도서보급-태광산업·대한화섬으로 수직 계열화된다.

지배구조 개편 당시 태광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이 끝나면 계열사 수는 26개에서 22개로 총수 일가 보유 기업은 7개에서 1개로 줄어든다"며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모두 해소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태광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면 금융계열사들을 정리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분율을 살펴봤듯 한국도서보급과 대한화섬은 흥국생명의 지분을 각각 2.91%, 10.43% 가지고 있다. 이 외 금융 계열사인 흥국증권과 고려저축은행의 지분도 마찬가지다. 

◆흥국금융가족 정리, 지주사 전환 '키포인트'

지주사 전환 이슈를 해소하려면 태광은 이들 계열사가 보유한 금융 지분을 모두 이 전 회장이 매입하는 방향 또는 시장에 매각하는 방향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금융 계열사를 파는 방안도 있지만, 태광이 수십년에 걸쳐 '흥국금융가족'을 완성한 만큼 이러한 선택을 할 확률은 낮다. 

특히 현재 금융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흥국생명과 화재를 매각할 확률은 더욱 없어 보인다. 

흥국생명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245억원으로 전년 3분기보다 61.7% 증가했다. 4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역대 최대 실적을 예상한다는 게 이 업체의 설명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따라 흥국생명보다 4분기 실적 발표를 일찍한 흥국화재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175.2% 급증한 867억515만원이었다.

이렇듯 태광은 계열사 매각을 제외한 금융 계열사 해결 방법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지주사 전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풀기 쉽지 않은 문제다.

만약 이들 계열사가 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흥국생명과 고려저축은행의 2대 주주인 이 전 회장의 장조카 이원준씨가 사들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씨는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의 첫째 아들 이식진 전 태광그룹 부회장의 장남으로 2010년 이 전 회장의 누나와 이복형제들이 상속 관련 소송을 걸었을 때 합류한 인물이다. 

2대 주주인 이씨가 시장에 나온 지분을 어느 정도 사들인다면 흥국생명과 화재, 고려저축은행에서 이 전 회장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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