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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원산지' 아파트에도 있다

 

남동희 기자 | ndh@newsprime.co.kr | 2018.02.13 15:23:36

여의도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내부. 설 명절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와 농식품들이 전시돼있다. = 남동희 기자

[프라임경제] 설 명절을 맞아 정부가 대대적으로 원산지 표기 집중 점검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28일까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세청 및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며 소비자감시원 4200여명도 참여한다네요.

정부는 이렇게 매년 연례행사처럼 추석, 설을 앞두고 점검에 나서는데요. 명절마다 제수용, 선물용 농식품이 고속도로휴게소,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에서 쏟아지니 불법행위들도 그만큼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주요 점검 내용은 원산지 거짓·불 분명 표시, 유통기한 경과 제품들을 골라내는 것인데요.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한과, 떡, 사과, 배, 명태 등을 수거해 잔류농약 및 식중독 균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점검을 통해 국민들에게 안전한 설 성수기를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말합니다.

나와 우리 가족, 소중한 사람들의 몸으로 들어가니 소비자들도 주의 깊게 살펴볼 수밖에 없고, 정부도 이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우리는 식(食)만큼 중요한 주(住)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네요. 최근에는 어딜 가나 브랜드 아파트들이 대단지를 이루고 인기를 끄는데요. 이 아파트들을 누가 만들었는지 고민하는 소비자는 적은 것 같습니다.

음식에 비교해보면 이 아파트들도 '원산지'가 있는데 말이죠. 아파트의 원산지라고 하면 바로 '누가 시공했는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같은 브랜드라고 해서 같은 건설사가 시공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같은 음식이지만 원산지가 다른 격이고 제품으로 비교하자면 동일 제품인데 'Made in ○○○'이 다르다는 얘깁니다.

예를 들면 대림산업의 아파트 브랜드로 알려진 'e편한세상'은 대림산업이 시공한 단지에만 적용되진 않습니다. 대림그룹의 계열사 '고려개발' '삼호'가 만든 아파트도 e편한세상으로 출시되고 있죠. 그룹의 핵심 회사인 대림산업의 아파트 브랜드가 인기를 끌자 계열사들도 모두 이를 이용하는 셈이죠.

현대건설의 아파트로 알려진 '힐스테이트'도 마찬가집니다. 엔지니어링 서비스와 플랜트 건설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도 힐스테이트를 사용해 아파트를 짓고 있습니다.

㈜한양과 한양건설도 '한양 수자인'이라는 같은 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두 회사는 별개인데요 말이죠.

이 밖에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이 함께 사용하는 '두산 위브' 등 건설사들의 브랜드 공용 문제는 업계에서는 '건설사 이름 장사'라고도 불리며 언론의 질타를 받아온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몇몇 이 차이를 알고 따져보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는데요. 지난해 이러한 불만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이슈가 됐던 반포주공 1단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였는데요.

이 단지 시공권을 놓고 GS건설과 현대건설이 맞붙었는데. GS건설을 지지한 주민들이 현대건설의 약점 중 하나는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현대건설에 비해 시공실력이 부족한 현대엔지니어링이 함께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향후 브랜드 가치를 절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또 이는 최고급 단지를 조성코자 하는 반포주공1단지 주민들의 바람과 매우 어긋난다고요.

현대건설은 결국 자사의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THE H(디에이치)'를 반포주공1단지에 적용키로 하고 시공권을 따냈습니다.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할 수 도 있는 요소가 있지만 이제는 몇몇 소비자들도 아파트 선택 시 시공사를 따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이번 명절엔 농수산품의 원산지도 챙기면서 아파트의 '원산지'도 한 번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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