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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창립 이후 '총수 부재' 위기…황각규 비상경영 체제 돌입

진전 없는 정규직 전환…이정미 "경영비리 면피 위한 수단 불과"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8.02.14 11:53:26
[프라임경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70억원 뇌물공여혐의로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됨에 따라 롯데는 창립 이후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당장 한국 롯데는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 돌입을 앞뒀다. 또 일본 롯데 역시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5) 롯데홀딩스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롯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롯데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면서 주주들과 임직원 고객 등 이해관계자를 안심시킨다는 방침이지만, 황각규 대표이사 중심의 비상경영체제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총수 부재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등 신규 사업에 차질이 따라 '현상유지를 통한 안정'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롯데가 3년 내 1만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도 이루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큰 문제 없지만, 일본 롯데 이사진과 혼란 예상"

총수인 신 회장이 구속됐지만 황 부회장과 롯데지주 산하 각 조직이 그룹 현안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롯데그룹 지주사 롯데제주는 신동빈 회장-황각규 부회장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돼왔다. 

각자대표는 회사를 대표할 때 모든 대표이사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공동대표'와 달리 회사의 영업에 관해 재판 외의 모든 행위에 대한 권한이 있다. 즉 신 회장의 결정이 없더라도 황 부회장이 결정한 사안이 반영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황 부회장은 앞서 롯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던 정책본부를 진두지휘하며 그룹 전반의 기획·조정 업무를 총괄한데다 지난해 재판으로 바쁜 신 회장 대신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 얼굴을 내비치며 '신동빈의 남자'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롯데홀딩스와 L1~L12 투자회사가 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고리를 100% 지배하고 있다. 이런 만큼 일본 경영진이 신 회장의 실형을 이유로 지지를 철회할 경우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 간 불협화음의 소지가 있어 한일 롯데 통합 경영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비상경영체제 돌입에도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추진해 오던 각종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통상적으로 해외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부재 상황에서 진행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중단됐던 것이 대표 사례다. 

롯데그룹이 현재 해외에서 추진 중인 굵직한 사업 규모만 100억달러(약 10조8000억원)가 넘는다. 롯데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총 40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의 나프타 분해 설비 증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롯데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면서 해외 신사업과 정규직 전환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뉴스1


미국 루이지애나주에는 총 3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ECC 및 MEG 화학설비를 건설 중이며 인도와 미얀마 식품 부문 M&A에 약 271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당장은 중국 롯데마트 매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롯데마트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112개(슈퍼마켓 13개 포함)에 달하는 현지 점포의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지자 지난해 9월부터 연내 매각을 목표로 매각을 추진했으나 성과가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대형 M&A나 해외 투자는 오너가 결심해야 가능하다"며 "황 부회장 체제로 전환돼도 신 회장 부재로 인한 롯데그룹의 국내외 경영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신 회장의 경영 복귀 시까지 현상유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짚었다. 

◆1만명 정규직 전환 무산? 협력사 "전달받은 내용 없다"

해외 신사업과 함께 롯데의 정규직 전환 계획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6년 10월 향후 3년간 비정규직 약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그해 10월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약 2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또한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비정규직 2200명이 정규직이 된다. 정규직 전환 대상은 유기계약직 직원들로 대부분 매장관리, 영업직, 사무보조직 등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롯데가 정규직 전환을 시행할 경우 협력사에게 정규직 대상 근로자에 대한 임금 협상에 돌입해야 하고, 협력사에게 계약해지에 따른 위약금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협력사는 원청(롯데)사의 계획안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이후 롯데의 정규직 전환은 별 다른 진전이 없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롯데 측으로부터 정규직 전환에 관한 어떠한 내용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해당 부서에 문의를 해도 그룹으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도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몇 차례 문의했지만, 현재 이뤄지는 정규직 전환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변 협력사를 통해서도 계약이 해지됐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을 보탰다.

협력사 직원으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롯데의 정규직 전환 발표 이후 우리도 곧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금 비정규직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정규직 전환은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사드 이슈 등 유통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활히 진행이 되지 않은 것 같다"며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계열사별로 순차적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응대했다. 

여기 더해 "총수 구속으로 정규직 전환과 신규 고용 창출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구체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롯데는 진전 없는 정규직 전환에 이어 위장 도급 논란에도 휩싸인 상태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이하 캐논코리아)이 하청기업의 노조활동을 방해한 정황이 드러났고, 불법파견 의혹으로 고용노동부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캐논코리아는 이달 1일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기업 유천산업 근로자에 대해 △설비·기술 지원 △식당·통근버스 지원  △생산소모품 지원 등 하청기업의 경영에 침해했다. 

더불어 근로자들에 대해 교육·생산관리지시·품질관리평가 등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캐논코리아가 수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도급계약관계에서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에 대한 노무·경영 간섭은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의 중요한 판단지표가 된다.

이정미 의원은 "도급형태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의 비용절감과 실질적 책임 회피에서 비롯된다"면서 "캐논은 간접고용에 대한 불법적 인력운영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신동빈 회장의 '5년간 7만명 신규채용과 3년간 1만명 정규직 전환' 약속은 롯데 경영비리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피하려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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