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韓철강 232조 충격' 실질 영향은 제한적? '심리적 파급력' 靑 고심

외교력 과시 못하면 개헌 등 국내 이슈도 지지부진 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2.19 09:41:37

[프라임경제]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한 철강 수입 규제가 설 연휴를 마친 한국 정가에 일으킬 파장 크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정확한 기준을 밝히지 않은 채 한국과 중국, 태국 등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캐나다와 일본 등 전통적 우방국들이 적용 제외 혜택을 받은 것과 대조된다.

대미 수출 증가율 등을 기준으로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2011~ 2017년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량이 42%일 때 같은 기간 40%를 기록한 독일, 113% 증가를 기록한 대만도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에서 정량적 평가가 아닌 정성적 평가라는 풀이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실질적으로 우리가 입을 부정적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박현욱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를 통해, 무역확장법에 의한 철강 수입 규제가 한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전 세계 철강 가격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른바 심리적 타격이 크다. 전통적 우방 대비 늘 차별 대우를 받았던 2등 컴플렉스는 차치하고라도, 이번에는 우리가 미국의 '경제적 공동체' 관념에 아예 배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세탁기에 이어 철강 제재가 가시화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산 물품에 대한 연이은 제재가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보에서 도움이 되는 국가에 시혜 조치를 아끼지 않던 냉전 관념이 깨진 지 이미 오래됐고, 트럼프 행정부 자체가 과거의 외교 관례나 관점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

미국 제일주의, 자국 최우선주의에 경도된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정책 혼선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에 대한 무역 압박을 키움으로써,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한반도 상황이나 관련 정책을 제창하는 관련 국가 등을 모두 도매금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 제재로 우리의 동맹적 지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족)과 문재인 대통령이 악수하는 모습. ⓒ 뉴스1

이에 따라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평화 기조와 이를 활용할 방안을 저울질하는 청와대의 판단 재량에 상당한 마이너스가 불가피해 보인다. 크게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 자체가 무력화될 우려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평창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측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일단 속도조절 카드를 꺼낸 것도 이런 정세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마음이 급한 것 같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연내 회동 가능성을 아예 닫지는 않더라도 조심스럽게 주변 상황을 고려, 풀어갈 필요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미·북 대화 물꼬를 튼 뒤 남과 북이 정상회담으로 가는 게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인식, 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핵 포기 등 전향적인 의제를 우리나 미국에게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의 무역 제재를 통한 불만 제기를 가볍게 보고 섣불리 대응하는 대신 정중동 행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

미국이 무역확장법·세이프가드 보복을 진행하는 데에는 단기적이고 개별적인 대응이 큰 효과를 얻기 어렵다. 일례로 산업부 등 실무 부처에서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부당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고 해도, 제소 절차가 3년 넘게 걸리는 현실에서 큰 실효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점도 청와대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

개헌 등 정치 테마를 먼저 해결, 국내 여론을 결집하고 대외적 이슈를 뒤로 돌리는 것도 쉽지 않다. 2월 임시국회 파행을 놓고 여권과 야당은 네 탓 공방 중이다. 대립이 계속되면서 국회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데다 각종 민생 법안 처리도 불투명해져 2월 국회가 '빈손 국회'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정치 상황이 청와대의 정치·국제정치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보다, 오히려 외교력 과시를 하지 못하면 개헌이나 경제 정책 추진 등 국내 정책 추진에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는 우선 평창 이슈가 끝나지 전, 미국과의 외교적 성과 만들기에 집중할 필요가 높다. 동계올림픽 폐막식 이전에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가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통화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태도다. 이른바 주요인사 평창 방문 외교도 시선을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여사 방한 일정을 계기로 미국과 우호적 기류가 강해질 가능성에도 세간의 관심이 모아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미국 발표를 기다리는 상태로, 외교부를 통해 조율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공식 통보는 아직 없다"는 입장이지만 물밑에서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방한했으나, 북측 고위층과의 접촉 거절 문제로 불편한 상황을 연출한 점이 두드러졌다. 좋은 기회가 큰 성과없이 '낭비'된 것을 이번에 벌충할 필요가 여러모로 높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외교 당국이 고심하며 준비할 부담감이 클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