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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대기업 경영참여 선언 "본분 잊었나"

'중소기업 진흥' 본분 잃고 오락가락 행보 뒷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2.19 12:08:22

[프라임경제] KT&G(033780)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기업은행)이 최근 경영참여 의지를 불태운 것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 논란에 휘말렸다.

기업은행이 지분보유 목적을 그동안의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하는 한편, 직접 사외이사 두 명을 추천한데 이어 백복인 사장 연임 여부에까지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중소기업 진흥을 설립목표로 명시한 특수은행으로서 대기업 경영참여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이 온당한 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만하다.

백 사장 연임 반대 주장 자체는 표면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른바 'CEO리스크 제거'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주주로서의 이익 극대화 주장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일부 허점이 드러난다. KT&G는 정부(기획재정부)에 높은 배당 성향을 보장하는 고배당주로 꼽혀 왔다. 기업은행 역시 KT&G 대주주인 동시에 국책은행으로서 배당수익을 누린 장본인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전제로 깔려 있고 고배당은 훌륭한 전제조건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고배당 문제는 이런 스튜어드십 측면에서 볼 요소가 아니라는 의혹이 나온다.

◆기업은행, 고배당 위해 지분 매각도 접었다?

기업은행은 한때 KT&G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2015년 이사회 결정으로 매각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2년 뒤인 지난해 결정을 뒤집은 바 있다. 겉으로는 기업은행의 자본건전성(BIS 비율) 개선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은 보다 종합적인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고배당으로 상당한 이득을 챙겨왔고 앞으로도 가능성이 높은 알짜 지분을 놓치기 아까운데다 바젤Ⅲ 기준 강화 우려 등이 겹치면서 저울질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바젤 등 기준 변화로 위험가중치가 100%에서 318%까지 확대되기 전 KT&G의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기는 하다.

하지만 기업은행 같이 고배당 단맛을 본 경우에는 판단을 달리 할 수 있다. KT&G의 보유지분을 팔지 않을 경우 위험가중치가 늘어나 자기자본비율이 0.1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기업은행이 지분 매각을 하지 않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 즉 배당금 흐름을 보자. 기업은행이 KT&G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2010년 보유 지분 기준으로 285억원, 2011년 304억원, 2012년 304억원, 2013년 304억원, 2014년 323억원, 2015년 323억원, 2016년 342억원에 달하며, KT&G는 올해에도 고배당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만 보면 고배당을 따라 은행 건전성을 다소 포기하는 길을 걷거나, KT&G의 가치 제고에 방해가 되는 일말의 문제에 모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투자자이기에 앞서 은행이고, 그것도 공공기관이라는 측면을 갖는다.

◆BIS 악화 감수···매각 못하면 '월권'

기업은행의 지난해 BIS 비율은 작년 14.16%로 2016년 13.13%에 비해 1.03%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이것은 은행권 평균인 15%선에는 아직 하회하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15%선은 되어야 안정적인 것으로 보는데 이를 밑도는 것.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에 특화돼 있다는 상식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기대출 확대라는 목표에 전력을 다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금보다 BIS 비율이 더 낮아질 경우 대출 여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기 대출에 대한 적극 확대와 건전성 지표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기업은행은 중기 대출에서 계속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겉보기에 그친다는 의구심이 근래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 등 관련 기구에서는 기업은행의 기업 대출이 전반적으로 담보에 집중되는 추세라는 의혹을 갖고 관련 현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규정상 필요가 없음에도 기업은행 측이 굳이 창업대출 지원에서 연대보증을 요구한 사례가 나와 감사원 지적을 받은 것도 전체적으로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즉 BIS 비율 등이 악화되더라도 중기 대출을 계속 적극적으로 하라는 취지에서 당국이 KT&G 지분을 현물출자한 것이 역사적 사실인데, 그 취지를 망각하고 현재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는 데 있다.

즉 KT&G 지분은 언제고 매각해서 가장 좋은 조건으로 건전성 확보, 대출의 종잣돈으로 써야 옳다는 것인데 고배당 운운하며 매각의 적기를 놓쳤다면 본래 의미가 완전히 퇴색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BIS 비율 문제도 위에서 언급했지만, 앞으로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바뀐 IFRS9에 따라 대규모 차익이 이익잉여금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점도 왜 미리 제때 KT&G 지분 매각을 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의 소재가 될 수 있다.

2008년, 정부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갈수록 심각해짐에 따라 기업은행의 자본금을 확충해 중기 대출을 늘리는 마중물 붓기에 나섰다. 정부는 당시 정부보유 공공기관 주식을 기업은행에 양도하는 방식의 현물출자로 자본을 확충해 주기로 했으며, 당시 출자의 지분 구성을 놓고 내부 협의를 진행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때 구성에는 1998년 기업은행에 KT&G 지분 등 1조7000억원 가치의 자산(현금 2000억원)을 받은 게 고려 대상이 됐다. IMF 위기 당시의 KT&G 지분 현물출자에 이어, 중기 대출 활성화라는 전제에서 이것만으로 부족한 뒷심도 보충해 준 셈이다.

기업은행에 KT&G 지분이 출자되고 또 여태 유지될 수 있었던 사정은 이렇다. 기업은행은 한때 공공기관 지위에서 자유로워지기도 했으나, 2014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 돼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따라서 이런 애초의 당부와 의무를 망각한 판단은 옳지 않다.

KT&G의 지분 보유는 그래서 경영 참여라는 목적을 가질 수가 없다. 즉, 기업은행은 설립 목적을 직시하고 모든 자산 다수의 이익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 이 역시 숭고한 국민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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