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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핫플레이스가 싫어요' 새로운 소비트렌드 '혐핫'?

 

한예주 기자 | hyj@newsprime.co.kr | 2018.02.22 15:36:25

[프라임경제] 유명한 음식점이나 카페를 가면 테이블마다 음식이나 인테리어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찍은 사진을 장소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며 핫플레이스에 왔다는 인증을 하곤 하죠.

그러나 최근 SNS를 통해 새로운 핫플레이스를 만들어내고 이를 소비하는 트렌드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유명해지는 것과 핫한 것을 기피하는 심리를 담고 있는 '혐핫(嫌HOT)'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음식이 좋아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즐겨 찾던 단골집이 어느 순간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사람이 몰리고 이용하기 힘들어지면 아쉬운 마음이 들게 마련인데요. 이런 심리가 혐핫 신드롬의 바탕이 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에 나만 알던 맛집에 인파가 몰려 이를 피해 새로운 곳을 찾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지친 사람들은 새로운 곳을 찾아내기 보다는 아예 평범하고 오래된 동네 가게들을 이용하려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합니다.

또 최근 SNS상에서는 나만의 숨은 단골집이 핫플레이스가 되는 걸 싫어하는 혐핫 심리가 반영돼 #안알랴줌, #비밀이야 같은 태그를 단 게시물 수가 증가하고 있다네요.

실제 혐핫 신드롬이 번지면서 핫플레이스가 되면 기존 단골들은 발길을 끊는 경우가 많은데요.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탄 곳은 처음에는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붐비다가 또 어느 순간 거품이 확 빠지면서 썰렁해 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또 어떤 곳이 핫플레이스가 돼서 사람이 몰리면 주변 상권에 비슷한 콘셉트의 가게들이 생겨나게 되고 오히려 처음 인기를 끌었던 집의 손님이 떨어지는 경우도 생기는데요. 이렇다 보니 '핫플(핫플레이스)'이 곧 '망플(망한 플레이스)'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 같은 혐핫 신드롬은 인파로 북적대는 핫플레이스를 피하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핫해지기를 거부하는 업소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SNS에서 유명해지면 한순간에 사람들이 몰리는 반면 기존 단골들은 잃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핫플레이스가 되기보다는 단골들에게 집중하면서 꾸준히 오래 남을 수 있는 곳을 지향하는 가게가 늘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핫플레이스가 되기를 원치 않는 혐핫 분위기에 따라 손님의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가게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동교동의 한 식당 입구에는 '노 포토 노 모바일 폰(No photo, No mobile phone)'이 적힌 푯말이 붙어 있는데요. 이곳 주인은 본인에게는 집 같은 가게가 허락 없이 찍힌 사진들로 인터넷에 도배되는 것을 원치 않고, 핫플레이스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기 때문에 손님이 음식이나 인테리어 사진을 찍으면 나가 달라 말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사진뿐만 아니라 가게 이름이 알려지는 걸 꺼려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단골손님이 많은 인사동 김치찌개집, 익선동 양식집, 신설동 순댓국집 등은 식당에 간판조차 없는 경우가 많고 100%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 제주 애월읍의 한 식당은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메시지로만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러한 업소들의 혐핫 분위기는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는데요. 영국의 미슐랭 레스토랑 '워터사이드 인', 미국 뉴욕의 '모모푸쿠 코', 일본 도쿄의 '스시 분' 등 세계 곳곳의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이 사진을 찍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느라 음식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주변 다른 손님에게 끼칠 수 있는 피해 등에 대한 불만과 함께 셰프의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하네요.

이렇듯 SNS에서 만들어진 핫플레이스가 되기를 거부하는 곳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소비에 대한 결정을 할 때 블로그나 SNS의 리뷰를 참고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토대로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함이지만 남의 경험이 아닌 나만의 경험을 만들어가는 것도 즐거운 소비가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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